“시장은 난폭하다”: 벼랑 끝에 선 은행과 주식시장 - 위기의 성격 및 그 정치적·경제적 결과에 대한 몇 가지 노트

시장은 난폭하다”:
벼랑 끝에 선 은행과 주식시장

- 위기의 성격 및 그 정치적·경제적 결과에 대한 몇 가지 노트

    미하엘 프뢰브스팅, 혁명적 공산주의인터내셔널 동맹 (RCIT) 국제서기, 2023315, www.thecommunists.net
 
 
주식시장에 패닉이 퍼지고 있다. 며칠 사이에 미국 은행 두 개가 파산했다. 실리콘밸리은행(SVB)과 시그니처은행이다. 오늘 거대 다국적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의 주가가 25% 가까이 폭락했다. 여기에 더해 아시아 주식시장도 지난 며칠 동안 휘청거렸다.
 
분명히 이것은 세계 금융시장 자체의 심각한 위기다. 특별히 무능한 은행에 의해 야기된 일시적인 흔들림이 아니다. 로이터통신이 한 은행자본가의 말을 빌려 이렇게 묘사한다. "시장은 난폭하다. 우리는 미국 은행의 문제에서 유럽 은행의 문제로 이동하고 있다. 그 첫 타자가 크레디트스위스다."[1]
 
바이든 정부와 미 연준(FED)1929검은 금요일식의 주식시장 붕괴를 피하기 위해 주말 동안 개입했다. 월스트리트 개장 직전,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TV로 중계된 성명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미국인들은 우리의 은행 시스템이 안전하다는 것을 믿고 안심해도 됩니다. 예금은 안전합니다... 우리는 여기서 멈추지 않을 것이며, 필요한 모든 것을 할 것이라고 장담합니다."
 
이러한 개입이 즉각적인 붕괴를 피하는 데 도움이 되었지만, 그것으로 미국 금융 부문의 근본적인 문제를 제거할 수는 없다. 월요일에 발표된 한 연구보고서는 미국 은행 시스템의 매우 취약한 특성을 지적한다. 파이낸셜 타임즈가 크게 보도한 이 연구보고서의 저자들은 미국 은행권 자산의 실제 시장 가치가 공식 장부 가치보다 2조 달러 낮다고 결론내리고 있다.
 
"미국 은행 시스템의 자산 시장 가치는 장부 가치로 나타나는 것보다 2조 달러 낮다. 이러한 손실액은 일부 미국 은행의 많은 무보험 예금액과 결합하여 그 은행들의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예금자 가운데 그 절반의 예금자들만 인출을 결정하더라도 거의 190개 은행이 보험 가입 예금자에게까지 손실을 미칠 위험이 있고 보험 가입 예금 3,000억 달러가 위험에 처할 수 있다. 무보험 예금 인출이 소액의 부실채권 매도라도 유발할 경우 실질적으로 더 많은 은행들이 위험에 처하게 된다. 전반적으로 이 같은 조건을 놓고 볼 때 최근 은행 자산 가치의 하락이 미국 은행 시스템의 취약성을 크게 증가시켜 무보험 예금자들의 뱅크런을 유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2]
 
최대주주 (사우디 국립은행)가 부실 은행에 더 이상의 자금을 투입하지 않겠다고 발표하면서 촉발된 크레디트스위스의 붕괴는 자본주의 금융시스템의 부패가 미국에 국한된 것이 아님을 말해준다.
 
우리는 다른 정부들과 중앙은행들도 1929년 식의 시나리오를 피하기 위해 단호하게 개입할 것인지, 파산한 은행과 주주들을 구제하기 위한 결정에 그들이 얼마나 준비가 되어 있는지 (그리고 능력이 있는지) 보게 될 것이다.
 
적어도 지금으로서 분명한 것은 이것이 그냥 가버리지 않을 심각한 위기라는 것이다. 자본주의 정부들과 중앙은행들이 즉각적인 붕괴를 어떻게든 피한다 하더라도 그들은 불길한 날을 잠시 뒤로 미룬 것에 불과하다.
 
현 대공황기에 대한 맑스주의적 평가분석을 재차 확인해주다
 
이 글에서는 글로벌 금융부문 위기의 본질 및 그 결과에 대한 몇 가지 언급으로 국한하겠다. 첫째, 이번 금융위기는 마른하늘의 날벼락이 아니다. 자본주의 세계경제가 2019년 가을부터 시작한 대공황기에 여전히 갇혀 있다는 RCIT의 분석을 확인시켜준다. 2020년 하반기까지 지속된 1차 침체 이후, 세계경제는 짧은 회복기를 보였다가 곧 2021년 말에 또 다른 침체 국면으로 들어갔다. 2차 침체는 2020년 봄 국면과 비교할 때 보다 장기화된 성격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현 주식시장 경색이 이 위기의 새로운 단계를 열 것인지 볼 것이다. 간단히 말해서, 오늘 자본주의 세계경제는 (특히 2008년 공황 이래로) 통상적인 호황·불황의 경기순환을 겪고 있지 않다. 장기적인 정체와 쇠퇴의 시기에 있다. 아직 우리가 노동자 혁명으로 그 숨통을 끊어놓지 못해서 지금 이어지고 있는 것일 뿐, 이미 쇠퇴·사멸해가는 자본주의가 오늘의 세계경제다.[3]
 
현 위기의 심각성을 고려할 때, 이 사태는 거대한 정치적·경제적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몇 가지만 언급하자면, 바이든 정부가 이번과 같은 방식으로 대규모 국가자본주의적 개입에 의해 금융부문 붕괴를 피하고자 한다면 이는 공공부채의 급격한 증가로 결과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것은 위험한 정책인데, 이미 미국은 지난 15년 동안 이 도구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로 미국의 공공부채는 2007GDP 대비 64.6%에서 2021128.1%2배가량 증가했다. 그러한 정책은 어느 시점에서 국가 부도로 결과할 위험이 있기 때문에 영원히 지속될 수 없다.
 
아래 표 1에서 보듯이, 그러한 막대한 부채는 미국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글로벌 자본주의의 현상이다. 평균적으로, 전 세계 공공부채는 2007년에서 2021년까지 61.1%에서 96%로 반 이상 증가했다. 같은 기간 공공부채가 29.2%에서 71.5%로 증가한 중국에서 가장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미 제국주의의 글로벌 위상에 어떤 결과를 초래할까?
 
바이든의 국가개입주의 정책 배후의 동인은 임박한 대선이다. 경제파탄기에 선거 승리는 어렵다. 의심할 여지없이 바이든은 1930년대 대공황기 선거에서 프랭클린 루즈벨트에게 패해 재선에 실패한 허버트 후버의 운명을 충분히 알고 있다.
 
그러나 공공부채를 급격히 증가시켜 금융부문을 구제하는 장기간의 대규모 국가자본주의 정책은 크나큰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그러한 정책은 주도국으로서 미국의 위상, 특히 세계시장에서 기축통화로서 미 달러의 위상을 약화시킬 것이다. 이미 지난 시기 러시아와 중국에 대한 미국의 제재 정책으로 달러의 입지가 훼손된 상황이어서 더더욱 그러할 것이다.[4] 이 정책의 결과로, 점점 더 많은 국가들이 다른 통화 (유로화나 위안화 같은)로 눈을 돌리고 있다. 바이든이 이 같은 친 개입주의 정책을 고수할 경우 다음 시기에는 달러 패권 지위가 붕괴될 수 있다는 점도 배제할 수 없다.
 
바이든 정부의 국가자본주의적 개입 정책이 경제 불안에 직면하여 워싱턴의 대외정책에도 강력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바이든 정부가 우크라이나 군사원조를 지속할 자금을 어떻게 조달할 수 있을지 상상하기란 어렵다. 이와 같이 금융 위기는 이미 미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강화협상 추진 및 러시아와의 타협을 찾도록 강제해온 요인들을 대폭 증가시켜놓을 것이다.[5]
 
또 하나의 경기침체가 미국으로 하여금 제국주의 패권경쟁 라이벌들 중국과 러시아 과의 임시 타협을 찾도록 강제할 수 있을까? 우리가 역사로부터 배워서 알고 있듯이, 국내 위기의 시기에도 정부들은 주의를 다른 데로 돌리고 위신을 높이기 위해 국외 모험을 찾도록 강제되거나 유혹받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이 질문에 대답하기가 어렵다.[6]
 
과거 차르 러시아의 내무장관 뱌체슬라프 플레흐베는 1904년 차르 정권이 일본과 군사적 대결 (러일전쟁)을 벌이기로 결정했을 때 "승리하는 작은 전쟁이 필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유명하다. 1년도 채 되지 않아, 러시아는 이 떠오르는 아시아 열강에 의해 굴욕적인 패배를 겪었고, 차르 전제정은 노동자·민중 혁명에 의해 그 토대로부터 뒤흔들렸다. 플레흐베는 사회혁명당(SR) 전투원 이고르 사조노프의 폭탄 공격으로 죽었다. 이렇듯 대외 군사모험은 꽤나 위험한 놈이다!
 
우리가 미래를 예측할 순 없지만, 확실히 큰 놈들이 오고 있다!
 
 
1. 세계 공공부채, 2007-21(GDP 대비 %) [7]
20072021
 
세계 61.1 96.0
선진 경제국 71.7 119.5
유로 지역 66.0 97.8
일본 172.8 262.1
영국 41.4 102.8
미국 64.6 128.1
신흥시장 경제국 35.0 64.5
중국 29.2 71.5
기타 36.7 58.5
저소득 발전도상국 28.8 4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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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Noele Illien and Francesco Canepa and Rae Wee: 'Markets are wild': Credit Suisse leads Europe bank rout in fallout from SVB collapse, Reuters, Mar 15, 2023, https://financialpost.com/fp-finance/banking/credit-suisse-svb-banking-market-rout
 
[2] Erica Jiang, Gregor Matvos, Tomasz Piskorski, and Amit Seru: Monetary Tightening and U.S. Bank Fragility in 2023: Mark-to-Market Losses and Uninsured Depositor Runs? 13 March 2023, p.8; 다음도 보라. Robin Wigglesworth: The US bank system is more fragile than you’d think, Financial Times, 2023-03-14, https://www-ft-com.ezp.lib.cam.ac.uk/content/84c4446a-d7aa-4f70-a286-adeb4fc4988c
 
[3] RCIT는 자본주의 세계경제 위기에 대해 상세하게 평가 분석해왔다. 그 가장 최근 문서들을 다음의 우리 웹사이트 특별 하위 페이지에서 볼 수 있다. https://www.thecommunists.net/worldwide/global/collection-of-articles-on-great-depression/. 예를 들어 다음을 보라. 미하엘 프뢰브스팅, <세계경제: “앞으로 10년은 역사상 유례없는 고통의 시기가 될 것입니다” - 대공황에 대한 화웨이 창업자 런정페이 회장의 강령적 지침’>, 2022826, https://blog.wrpkorea.org/2022/08/10.html; 같은 저자, <세계경제: 대공황과 경기침체” - 자본가들도 이제 공식인정하나?>, 2022730, https://blog.wrpkorea.org/2022/08/blog-post_5.html; <세계경제: 2침체가 시작됐다 - 최신 경제지표들이 맑스주의자들의 대공황 분석을 확인해준다>, 20211128, https://blog.wrpkorea.org/2022/05/2.html; <세계경제: 현 대공황 내 두 번째 침체로 치닫나?>, 2021102, https://blog.wrpkorea.org/2022/05/blog-post_264.html; 또 다음을 보라. RCIT <세계 정세전망 2021-22>1장 및 2, 2021822, https://blog.wrpkorea.org/2022/05/2021-22.html; 미하엘 프뢰브스팅, <<코로나19 글로벌 반혁명: 맑스주의적 분석과 혁명적 투쟁 전략>>1장 및 2, 20204, https://blog.wrpkorea.org/2022/06/19.html; 같은 저자, <자본주의 세계경제: 새로운 대공황이 시작됐다>, 20191019, https://blog.wrpkorea.org/2022/05/blog-post_62.html.
 
[4] 이에 대해서는 다음을 보라. RCIT, <칩 제재: ·중 간 전쟁으로 가는 또 하나의 행보
- 모든 제국주의 열강에 대항하여 혁명적 패전주의 깃발을 들자!>, 20221025, https://blog.wrpkorea.org/2022/11/blog-post.html. 세계무역전쟁에 관한 우리의 다음 문서들을 보라. https://www.thecommunists.net/worldwide/global/collection-of-articles-on-the-global-trade-war/. 다음도 보라. Michael Pröbsting: Less Than 9%. Many Western corporations continue to make business with Russia despite the official sanction policy, 11 February 2023, https://www.thecommunists.net/worldwide/global/western-corporations-continue-to-make-business-with-russia/
 
[5] RCIT: Towards a Turning Point in the Ukraine War? The tasks of socialists in the light of possible lines of development of the war of national defence in combination with the inter-imperialist Great Power rivalry, 11 March 2023, https://www.thecommunists.net/worldwide/global/towards-a-turning-point-in-the-ukraine-war/; 우크라이나 전쟁과 현 나토-러시아 분쟁에 관한 160여 편의 RCIT 문서가 다음의 우리 웹사이트 특별 페이지에 정리 수록되어 있다. https://www.thecommunists.net/worldwide/global/compilation-of-documents-on-nato-russia-conflict/. 특히 다음 문서를 보라. < [RCIT 선언] 우크라이나 전쟁: 세계사적 의의를 갖는 전환점에서 사회주의자들의 임무>, 202231, https://blog.wrpkorea.org/2022/05/rcit.html; 다음도 보라. 우크라이나 전쟁 1주년에 즈음한 RCIT 격문 - 영웅적인 우크라이나 인민에게 승리를! 러시아 제국주의에게 패배를! 나토 제국주의를 지지해선 안 된다!>, 2023210, https://blog.wrpkorea.org/2023/02/1-rcit.html.
 
[6] RCIT는 강대국들의 제국주의 상호 패권경쟁을 여러 차례 다루었다. 예를 들어 다음을 보라. <세계 정세전망 2021-22: 준 혁명적 세계정세 진입> https://blog.wrpkorea.org/2022/05/2021-22.html; 다음 책도 보라. 미하엘 프뢰브스팅, <<강대국 패권쟁투 시대에 반제국주의>> https://blog.wrpkorea.org/2022/06/blog-post_9.html; 다음 두 팜플렛도 보라. 미하엘 프뢰브스팅, <제국주의 간 냉전은 어떻게 바이든 하에서도 계속되고 있나> https://blog.wrpkorea.org/2022/05/blog-post_10.html; <두 주인을 섬기는 시종 - 스탈린주의와 제국주의 신냉전> https://blog.wrpkorea.org/2022/05/blog-post_24.html; 이 문제에 관한 더 많은 문서들을 다음 링크로 들어가서 볼 수 있다.
https://www.thecommunists.net/theory/china-russia-as-imperialist-powers/ https://www.thecommunists.net/worldwide/global/collection-of-articles-on-the-global-trade-war/.
 
[7] International Monetary Fund: Global Debt Monitor 2022, December 2022, p.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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