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제국주의 대(對) 친서방 자유주의
- 만델주의 러시아사회주의운동당의 우크라이나 전쟁 1주년 성명에 대한 노트
데니스 소콜로프, 혁명적 공산주의인터내셔널 동맹 (RCIT) 러시아, 2023년 2월 21일, www.socialisttendency.com러시아사회주의운동당 (RSD)은 만델주의 전통에 있는 "제4인터내셔널" 가맹 조직인데, 이번에 우크라이나 전쟁 1주년 관련 성명을 발표했다.[1]
RCIT 러시아 지부 (사회주의동맹)처럼 러시아사회주의운동당 동지들도 푸틴의 침략에 강력히 반대하고 "우크라이나인들의 영웅적 저항"을 찬양하며 우크라이나 인민과의 연대를 촉구한다.
우리는 이러한 태도를 높이 평가하지만 ㅡ 특히 러시아 사회주의자들로부터 나온 것이라면 더더욱이 ㅡ, 그 동안 러시아사회주의운동당이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하여 취해온 정책의 심각한 결함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우리가 지난 기사에서 언급했듯이, 러시아사회주의운동당은 ㅡ 마찬가지로 만델주의 "제4인터내셔널"도 ㅡ 우크라이나에 대한 올바른 지지를 서방 제국주의에 대한 기회주의적 영합과 결합시켰다. 구체적으로, 그들은 전쟁 시작 이래로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제재를 지지해왔다.[2]
우리가 줄곧 설명했듯이, 서방의 대러 제재에 대한 그 같은 지지는 진정한 사회주의자들에게는 허용될 수 없는 일이다. 그러한 접근태도는 분쟁의 이중적 성격, 즉 푸틴의 침공에 대한 정의의 민족방위 전쟁과 나토-러시아 간 제국주의 상호 충돌이라는 그 이중적 성격을 고려하는 데 실패하고 있다. 이러한 복합적 조건을 마주하여 RCIT는 언제나 이중 전술을 제창해왔다. 한편으로, 우리는 우크라이나 인민의 정의전을 편 들었다. 우리는 부르주아 젤렌스키 정부에 어떠한 정치적 지지도 주지 않는 한편, 우크라이나 저항에 대한 물질적 지지를 ㅡ 군사적 원조를 포함하여 ㅡ 요구한다.
동시에, 우리는 사회주의자들이 러시아와 서방 간 제국주의 세력권 쟁투에서 양 진영 모두에 반대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사회주의자들은 우크라이나의 해방투쟁을 직접적으로 원조하는 것 (예를 들어 군사적 원조 같은)이 아닌, 그 보다는 오히려 배외주의적인 강대국 이익에 봉사하는 조치들 (대표적으로 제재)에 대해 일체 지지해서는 안 된다. 제재는 제국주의 열강들이 경쟁 상대방에 대해 반복적으로 가해온 도발 행동이다. 1935-36년 무솔리니가 에티오피아를 상대로 전쟁을 벌였을 때 국제연맹이 이탈리아에 제재를 가한 것이나, 일본의 중국 침략 당시 미국의 대일 제재가 그 같은 예들이다.[3] 최근 예로는 2018년부터 시작돼 최근 몇 달 사이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칩 수출 제재로 격화된 미·중 무역전쟁을 들 수 있다.[4]
우리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우리의 국제주의·반제국주의 입장을 다음과 같은 슬로건으로 제출해왔다. “푸틴의 침략에 대항하여 우크라이나를 방어하라! 러시아 제국주의와 나토 제국주의 모두에 맞서자!”[5]
푸틴만 반동적 침략 전쟁을 벌였다, 정말로?
유감스럽게도 러시아사회주의운동당 동지들은 이러한 이중적 전술을 지도지침으로 가지기보다는 오히려 그들의 우크라이나 지지를 서방 제국주의 지지와 결합시킨다. 이것은 대러 제재를 옹호하는 것에 국한되지 않는다. 수치스럽게도 그들의 최근 성명은 미국·EU 제국주의가 지배하는 세계질서에 대한 일반적인 정치적 지지를 표현하고 있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 최근 선언문에서 러시아사회주의운동당은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우리가 ‘집단 서방’을 비난할 수 있는 한 가지가 있다면, 그것은 우크라이나 문제를 포함하여 그들이 푸틴주의에 오랜 동안 영합해온 사실이다. 수십 년 동안, 유럽과 미국의 엘리트들은 푸틴의 러시아와 ‘정상영업’을 추구해 왔는데, 이것이 독재를 등장하게 했고 부를 상향 집중되게 했으며 완전한 면책 하에 대외정책을 수행하도록 허용했다.”
정말로, 이것이 "집단 서방"이 비난 받아야 할 유일한 것인가?! 정녕 러시아사회주의운동당 지도자들은 2001년 아프간에 대한 서방 제국주의 열강의 침략과 이어서 20년 동안 이 나라를 점령한 것에 대해 들어보지 못했는가? 1991년과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략전쟁을 정녕 모르고 있는가?!
러시아사회주의운동당 지도자들은 서방 제국주의에 영합하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이 동지들이 푸틴주의자들, 스탈린주의자들, ‘좌익’ 포퓰리스트들이 제창하고 있는 “다극 세계” ㅡ 실제로는 상호 패권경쟁 하는 강대국들이 지배하는 다(多)제국주의 질서에 다름 아닌 ㅡ 라는 반동적 이념을 규탄하고 있는 것은 옳다.[6] 그렇다. 진정한 사회주의자들은 결코 그러한 반동 이데올로기를 지지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푸틴주의 "다극 세계"에 반대하는 데서 이 동지들은 목욕물과 함께 아기까지 내던진다. ‘구’ 서방 지배 제국주의 질서가 좀 더 낫고 덜 반동적이었다고 주장하면서 말이다.
"민주주의 대 독재" 간의 충돌?
"푸틴의 '다극 세계'는 민주주의와 인권이 더 이상 보편적 가치로 여겨지지 않는 세계이며, 이른바 '강대국'들은 각자의 지정학적 세력권에서 마음껏 날뛰고 있다. 이것은 본질적으로 1, 2차 세계대전으로 치닫던 시기에 존재했던 국제관계 시스템을 복원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 ‘용감한 구세계’는 독재자들, 부패한 관리들, 극우들에게 멋진 곳이 될 것이다. 그러나 노동자, 소수민족, 여성, 성소수자들, 소국, 그리고 모든 해방 운동들에게는 지옥이 될 것이다. 우크라이나에서 푸틴의 승리는 전쟁 전의 현상유지를 회복하는 것이 아니라 ‘강대국’들에게 침략 전쟁과 핵 벼랑 끝 전술에 대한 합법적 권리를 주는 치명적인 선례를 남길 것이다. 이는 새로운 군사적·정치적 재앙의 서막이 될 것이다."
멍청한 언사다! 미국·유럽 열강은 입으로만 “민주주의와 인권을 보편적 가치로” 여겨왔다. 실제로, 언제나 미국·유럽 열강은 자신들에게 이익이 될 때는 수많은 "독재자, 부패한 관리들, 극우들"을 지지해왔다. 피노체트, 마르코스, 그리고 아르헨티나, 니카라과, 남한, 파키스탄 등등의 독재자들을 생각해 보면 된다. 그리고 이스라엘 아파르트헤이트 정권과 걸프 국가들의 절대주의 왕정에 대해서부터 최근에 이집트의 엘 시시 군사독재에 대해서까지 미국과 EU의 수십 년간의 지지를 정말로 알지 못하는가?!
많은 사람들을 죽이는 것은 단지 전쟁만이 아니라는 것을 덧붙여야 하겠다. 실제로, 더 많은 사람들이 제국주의 정치·경제 질서로 인한 결과인 기아와 기후 변동 때문에 죽는다. 일이십년 전까지 오로지 서방 열강들이 지배해온 그 질서 때문에 말이다.
러시아사회주의운동당이 푸틴의 승리가 "강대국들에게 침략 전쟁과 핵 벼랑 끝 전술에 대한 합법적 권리를 주는 치명적인 선례를 남길 것"이라고 주장할 때, 이는 지금까지 (그리고 2022년 2월 24일 전까지) 그러한 “전례”가 존재한 적이 없다는 터무니없는 주장을 하고 있는 셈이다. 우리가 위에서 언급했듯이, 확실히 서방 제국주의자들은 반동적 침략 전쟁을 벌이는 데서 푸틴의 러시아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요약하자면, 기본적으로 러시아사회주의운동당 성명은 서방 제국주의 열강들이 고무 찬양하는 자유주의 이데올로기에, 그리고 그들의 러·중과의 패권쟁투를 "민주주의 대 독재" 간의 갈등으로 묘사하는 그 자유주의 이데올로기에 영합하는 성명이다. 물론 바이든, 마크롱, 숄츠가 이러한 이데올로기적 마약을 전파하고 있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러시아 자유주의자들과 미하일 호도르코프스키 같은 전(前)과두재벌이 그러한 세계관에 동의하는 것도 특별히 주목할 만한 일이 아니다. 그러나 사회주의자들이 그런 터무니없는 신화에 낚이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반복하건대, 사회주의자들은 우크라이나 인민의 정의전에 대한 지지를, 모든 강대국에 – 동서의 모든 강대국에 ㅡ 맞서는 비타협적인 반제국주의와 결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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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War in Ukraine: We Say: War on War! Statement by Russian Socialist Movement (emigration branch), 17 February 2023, https://internationalviewpoint.org/spip.php?article7989. 다른 언급이 없는 한 모든 인용문은 이 성명에서 인용한 것이다.
[2] 이에 대해서는 다음을 보라. Michael Pröbsting: Can Socialists Support Imperialist Sanctions? The “Fourth International” in the tradition of Pablo and Mandel supports Western sanctions against Russia, 4 March 2022, https://www.thecommunists.net/worldwide/global/can-socialists-support-imperialist-sanctions/; 같은 저자, <절박하다고 제국주의 제재나 유엔 개입을 요구하는 것에 대해: 사회주의자들은 왜 이에 대해 반대하는가? -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회주의자의 공동성명에 대한 동지적 비판>, https://blog.wrpkorea.org/2022/06/blog-post_47.html
[3] 이에 대해서는 다음을 보라. 미하엘 프뢰브스팅, <“주적은 국내에 있다!”: 맑스주의 슬로건과 그것의 희화 - 우크라이나 전쟁과 대만해협 사태의 맥락 속에서 이 슬로건의 사회제국주의적 왜곡에 대하여>, 2022년 8월 17일, https://blog.wrpkorea.org/2022/08/blog-post_29.html; 같은 저자, <우크라이나 전쟁과 2차 중일전쟁: 역사적 유추 - 오늘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맑스주의자들의 이중 전술은 1937-41년 중일전쟁 당시 선배 맑스주의자들의 방법을 따른다>, 2022년 3월 10일, https://blog.wrpkorea.org/2022/05/2_26.html.
[4] 미·중 냉전에 대한 우리의 가장 최근 성명으로는 다음을 보라. <칩 제재: 미·중 간 전쟁으로 가는 또 하나의 행보 - 모든 제국주의 열강에 대항하여 혁명적 패전주의 깃발을 들자!>, 2022년 10월 25일, https://blog.wrpkorea.org/2022/11/blog-post.html. 세계무역전쟁에 대한 우리의 문서들을 다음 링크에 들어가서 볼 수 있다. https://www.thecommunists.net/worldwide/global/collection-of-articles-on-the-global-trade-war/.
[5] 우크라이나 전쟁과 현 나토-러시아 분쟁에 관한 150여 편의 RCIT 문서가 다음의 우리 웹사이트 특별 페이지에 수록되어 있다. https://www.thecommunists.net/worldwide/global/compilation-of-documents-on-nato-russia-conflict/. 특히 다음 문서를 보라. < [RCIT 선언] 우크라이나 전쟁: 세계사적 의의를 갖는 전환점에서 사회주의자들의 임무>, 2022년 3월 1일, https://blog.wrpkorea.org/2022/05/rcit.html; 다음도 보라. 우크라이나 전쟁 1주년에 즈음한 RCIT 격문 - 영웅적인 우크라이나 인민에게 승리를! 러시아 제국주의에게 패배를! 나토 제국주의를 지지해선 안 된다!>, 2023년 2월 10일, https://blog.wrpkorea.org/2023/02/1-rcit.html.
[6] 이러한 푸틴주의 · 스탈린주의 개념들에 대한 우리의 비판으로는, 우리의 다음 책을 보라. 미하엘 프뢰브스팅, <<강대국 패권쟁투 시대에 반제국주의>> (2019년), https://blog.wrpkorea.org/2022/06/blog-post_9.html; 다음도 보라. 같은 저자, <푸틴의 푸들들 - 현 나토-러시아 분쟁에서 친러 스탈린주의 당들>, 2022년 2월 9일, https://blog.wrpkorea.org/2022/05/blog-post_7.html; <두 주인을 섬기는 시종 - 스탈린주의와 제국주의 신냉전>, 2021년 7월 10일, https://blog.wrpkorea.org/2022/05/blog-post_24.html; <스탈린주의 당들 사이의 정치적 분화: 우크라이나 전쟁과 제국주의 패권경쟁 문제를 둘러싸고 - 아바나 22차 “공산당·노동당 국제회의”에 대한 노트>, 2022년 11월 10일, https://blog.wrpkorea.org/2022/12/2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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