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을 방어하길 거부하는 “사회주의자들”에 대하여


이란을 방어하길 거부하는 사회주의자들에 대하여

 - 스탈린주의 이란공산당 및 자칭 트로츠키주의조직들 비판

   
    미하엘 프뢰브스팅, 혁명적 공산주의인터내셔널 동맹 (RCIT), 2025616, www.thecommunists.net


 
트로츠키가 지적했듯이 전쟁과 혁명은 사회주의를 표방하는 모든 조직들의 노선과 정책에 대한 근본적인 시험대다. 현재 이스라엘이 이란을 상대로 벌이고 있는 전쟁이 바로 그러한 시험대다.
 
이것은 중동 지도를 다시 그리는 분쟁이다. 이스라엘이 이 전쟁에서 승리하여 이란을 패퇴시킨다면 테헤란의 물라-자본가 정권만이 아니라 이란 인민과 팔레스타인인을 비롯한 중동의 모든 피억압 인민들에게도 심대한 후퇴와 장애가 될 것이다. 한편, 제국주의 정착자 국가와 미국의 중동 역내 패권을 강화시켜줄 것이다. 그러나 이란이 시온주의 침략을 격퇴해낸다면 이스라엘에게는 끔찍한 타격이 될 것이며 즉각 국내적 위기가 본격화 될 것이다. 시온주의 국가를 약화시키면 팔레스타인 인민, 시리아 인민, 레바논 인민, 예멘 인민의 해방투쟁에 도움이 될 것이다. 또 미 제국주의의 역내 패권 지위도 약화시킬 것이다.[1]
 
따라서 이라크 방어/ 이스라엘 패전을 내거는 것은 사회주의자들의 일차적 의무다. 우리는 이란의 군사적 투쟁에 편을 들지만, 반동 물라 정권에 대해서는 어떠한 정치적 지지도 주지 않는다. RCIT를 비롯한 모든 진정한 사회주의자들은 억압 정권에 대항하는 지난 대중항쟁들을 지지해 왔으며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다. 우리의 목표는 이 반동 정권을 노동자·농민 정부로 대체하는 것이다.[2]
 
그러나 현 전쟁에서 맑스주의자들에게 일차적 의무는 시온주의 침략에 대항하여 자본주의 반()식민지 이란을 방어하는 것이다. 이 상황에서 주적은 이란 정권이 아니라 이스라엘·미국 제국주의다. 전쟁 중의 올바른 프롤레타리아 노선 정치적 독립·독자성을 견지하면서 (반식민지) 나라를 방어하는 전술 은 노동자계급이 자기 힘을 결집 강화하고 미래의 봉기를 준비하는 것을 돕는 것이어야 한다. 부패한 부르주아-신정(神政) 정권과 달리 일관된 반제국주의 투쟁을 수행할 수 있는 것은 사회주의 프롤레타리아트뿐이다.[3]
 
  반제국주의 통일전선
 
물론, 이와 같이 나라를 방어한다고 해서 정권에 대한 정치적 비판을 방기한다는 뜻이 아니다. 사회주의자들은 전쟁과 탄압의 조건에서 가능한 한까지 최대한 노동자계급 독립·독자화 방침을 제창해야 한다. 이 독자화 방침은 반제국주의 통일전선 전술과 결합되어야 한다. 레닌과 트로츠키 시절의 공산주의 인터내셔널 (코민테른)이 정립한 이 전술을 가지고 혁명가들은 식민지·반식민지 나라들에서 해방투쟁의 전선을 조직해나갔다. 반제통전 전술은 정치적 독립을 견지하면서 제국주의 적에 대항하여 반식민지 국내의 ()부르주아 세력 · 개량주의 세력과의 공동 실천을 목적으로 배치된 전술이다.
 
 1922년 공산주의 인터내셔널 4차 대회에서 채택된 <동양 문제에 관한 테제>는 반제통전 전술의 중요성에 대해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이 슬로건의 적실성은 모든 혁명적 분자의 동원을 요구하는 세계 제국주의와의 장기적인 투쟁 전망에서 비롯한다. 이 동원은 토착 지배계급이 인민 대중의 사활적 이익에 반하는 방식으로 외국 자본과의 타협을 꾀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더욱더 필요하다. 서구에서 프롤레타리아 통일전선 슬로건이 프롤레타리아의 이익에 대한 사민주의자의 배신을 폭로하는 데 도움이 되었고 지금도 여전히 도움이 되고 있는 것과 똑같이, 반제국주의 통일전선 슬로건은 각종 부르주아 민족주의 그룹의 동요를 폭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슬로건은 또 노동대중의 혁명적 의지를 발전시키고 계급적 자각을 일깨우는 데 촉매제가 되어줄 것이며, 그들을 제국주의뿐만 아니라 봉건 유제와도 싸우는 사람들의 선두에 서게 해줄 것이다.”[4] (<동양 문제에 대한 일반 테제> <<코민테른 자료선집 3>>, 동녘, 265)
 
트로츠키 제4인텨내셔널도 1938년 창립대회에서 채택한 <이행강령>에서 다음과 같이 밝혔다.
 
그러나 전 세계의 모든 나라가 제국주의 나라인 것은 아니다. 반대로 대다수 나라들은 제국주의의 희생자다. 식민지 또는 반()식민지 나라들 중 일부는 틀림없이 전쟁을 노예 굴레에서 벗어나는 수단으로 삼을 것이다. 이들의 전쟁은 제국주의전쟁이 아니라 해방전쟁이다. 피억압국들이 억압국들에 대항하는 전쟁을 벌일 때 피억압국을 원조하는 것이 국제 프롤레타리아트의 의무다. 같은 의무가 소련을 원조하는 것과 관련해서도 적용된다. 그밖에, 전쟁 전이나 전쟁 중에 노동자정부가 들어선 나라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노동자국가나 식민지 나라에 대한 전쟁에서 모든 제국주의 정부가 패배하는 것이 해악이 가장 작다.....
전쟁에서 식민지 나라나 소련을 지지함에 있어서 프롤레타리아트는 식민지 나라의 부르주아 정부나 소련의 테르미도르 반동 관료와 일절 연대하지 않는다. 반대로 이들로부터 완전한 정치적 독립성을 유지한다. 정당하고 진보적인 전쟁에 원조를 제공함으로써 혁명적 프롤레타리아트는 식민지와 소련의 노동자들의 동조를 획득한다. 그리고 거기서 제4인터내셔널의 권위와 영향력을 강화시켜주며, 나아가 제4인터내셔널이 식민지 나라의 부르주아 정부나 소련의 반동 관료를 타도하는 것을 도울 수 있는 능력 또한 향상시켜준다
.”[5] (<<사회혁명을 위한 이행기강령>>, 풀무질)
 
따라서 맑스주의자들은 1930년대에 제국주의 일본에 대항하여 반식민지 중국을, 제국주의 이탈리아에 대항하여 에티오피아를 방어했다. 이러한 원칙에 기초하여 언제나 RCIT()부르주아 세력이 이끄는 ()식민지 나라나 피억압민족 인민의 투쟁에 비판적, 그러나 무조건적 지지를 주었다. 우리는 영국에 대항하는 말비나스 전쟁 동안에 아르헨티나에서 이와 같이 한 바 있다. 당시 아르헨티나에서 반동 군사정권이 이 전쟁을 이끈 사실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또 이라크에서 1991년과 2003년 미 제국주의에 대항하는 두 차례의 전쟁에서도 ()부르주아 바트당 및 이슬람주의 세력이 이끌었음에도 우리는 그와 같이 했다. 나아가 2001-21년 아프가니스탄에서 제국주의 점령군에 대항하는 탈레반 주도의 항전에서, 영국 점령군에 대항하는 신페인당/IRA 주도의 아일랜드 항전에서, 하마스를 비롯한 그 밖의 민족주의 · 이슬람주의 조직들이 이끄는 팔레스타인 항전에서, 러시아 침공에 대항하여 친서방 젤렌스키 정부가 이끄는 우크라이나 인민의 항전에서 모두 우리는 동일하게 그와 같이 했다.[6]
 
  이 전쟁에서 스탈린주의 이란공산당의 이란 방어 거부 입장
 
안타깝게도, 많은 자칭 맑스주의자들이 반제국주의 원칙을 부정하고 제국주의 침략자들에 맞서 반식민지 나라를 방어하길 거부한다현재 이스라엘의 대 이란 전쟁은 이를 다시 한 번 보여준다.
 
이란공산당(CPI)은 시온주의 침략에 맞서 나라를 방어하길 명시적으로 거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으로 시작된 이 전쟁은 이란과 이스라엘 두 종교 파시스트 국가 간의 군사 대결이다. 이 대결은 양측 모두에서 반인민적 전쟁이다따라서 우리 당은 테헤란 정권의 타도를 위해 투쟁하는 것이 당면의 우선 과제라고 생각한다. 약화되고 있는 이슬람 지배권력이 추가 파괴를 위해 전쟁기계를 정비하고 있는 현 정세에서 이 반동 반인민 정권을 타도하는 것이 이스라엘과 이란이슬람공화국 간 반동적 전쟁의 파괴적 결과를 막는 길이다."[7]
 
이 같은 입장은 완전히 반동적이다. 나라를 방어하길 거부하는 이란의 사회주의자들은 대중 속에서 자신의 신임을 훼손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러한 치욕스런 입장은 스탈린주의 조직에게는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이미 1948년에 스탈린은 팔레스타인 인민을 고향에서 추방한 시온주의자들을 지지했다. 그리고 이러한 범죄에 대한 대가로 다량의 무기를 (체코슬로바키아를 경유하여) 제공했다.[8] 이라크공산당도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점령을 지지하고 식민지 정부에 참여했다.
 
이란공산당의 이러한 입장은 이 당도 반제국주의적 관점에서의 이란 방어를 거부하며 오히려 정권을 주적으로 간주하고 있다는 징표다. 40여 년 전부터 미국 및 이란 군주제주의자들에 협조했던 과거 정책이 오늘까지 계속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9]
 
  자칭 트로츠키주의조직들도 이란 방어거부
 
IMT/RCI, CWI, ISA와 같은 자칭 트로츠키주의 조직들도 이 전쟁에 대한 태도에서 전혀 나은 게 없다. 이들 조직은 성명에서 제국주의와 군사주의의 야만성을 준열하게 꾸짖고 규탄하면서도 제국주의 침략에 맞선 이란 방어에 대해서는 단 한 마디 언급도 없다. 그냥 이스라엘-이란 전쟁에 반대한다고 말하는 것으로 그칠 뿐이다.[10]
 
특히 앨런 우즈의 IMT/RCI (국제맑스주의동맹/혁명공산주의인터내셔널)는 이란 (및 일부 반식민지 나라들)"지역 제국주의 국가"라며, 이러한 전쟁에서 자신들의 중립 입장을 정당화하려고 한다. 우리가 최근 발표한 팜플렛에서 보여주었듯이, 이 같은 입장은 맑스주의 제국주의 이론의 완전한 왜곡에 기초하고 있다. 실제로, 이 동지들 나름의 제국주의 "이론"은 이들이 제국주의 국가와 반식민지 나라 간의 계급적 성격 차이를 부정하고 따라서 이 국가들 간의 충돌에서 중립 입장을 취할 수 있도록 정당화 논리를 공급해준다.[11]
 
이스라엘 대 이란의 경우, 이 두 국가를 같은 수준에 두는 것은 완전히 터무니없는 짓이다. 이란은 이스라엘
·미국에 비교할 때 많이 뒤떨어진 나라, 후진국이다. 단지 부의 척도로 1인당 GDP만 비교해보더라도 이란은 명목상 124, PPP 기준 83위다. 반면 이스라엘은 세계 13위다. 이스라엘은 IT, 무기, 다이아몬드 산업에서 세계 굴지의 지위에 있고 90기의 핵미사일을 보유한 세계 최강의 군대 중 하나다. 반면 이란은 석유와 가스 생산·수출에 크게 의존하고 있으며, 세계경제/세계시장에서 이란 기업들은 전혀 비중이 없고 아무 영향권도 가지지 못하고 있다.
 
모호함 없는 명확한 반제국주의 입장을 취하지 않고는 공산주의자/ 맑스주의자/ 트로츠키주의자라는 것이 가능하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며 글을 맺겠다. 시온주의 침략에 대항하여 이란을 방어하길 거부하는 이들은 맑스주의의 가장 근본적인 원칙을 배반하고 있는 것이다. 비혁명 세력이 이끄는 해방투쟁에 대한 비슷한 적대적 반대 정책을 제창하는 한 조직에 대해 트로츠키는 다음과 같이 논박한 바 있다

"아이펠주의자들은 계급투쟁정책을 가져와 이 민족주의적·사회애국주의적정책에 대립시킵니다. 레닌은 이 추상적이고 아무 쓸모없는 대립시키기에 맞서 한평생을 싸웠습니다. 레닌에게 세계 프롤레타리아트의 이익은 제국주의에 대항하는 민족적·애국적 투쟁에 나선 피억압인민을 원조하는 것으로 표현되었습니다. 세계대전 이후 4반세기가 흐르고 10월 혁명이 일어난 지 20년이 지났음에도 아직 그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자들은 혁명적 전위에 의해 최악의 내부 적으로 가차 없이 내쳐져야 합니다."[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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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RCIT, <이스라엘이 또 하나의 침략 전쟁을 개시했다! 이란을 방어하자!>, 2025613, https://blog.wrpkorea.org/2025/06/blog-post.html/; Y Red: For the Revolutionary Defeat of Israel in the War against Iran, 13 June 2025, https://aredpalestine.wordpress.com/2025/06/13/for-the-revolutionary-defeat-of-israel-in-the-war-against-iran/
 
[2] 2022년 가을 물라-자본가 정권에 맞선 대중항쟁에 관한 RCIT 기사와 성명, 논설들을 모아서 정리해놓은 다음 링크로 들어가보라.
https://www.thecommunists.net/worldwide/africa-and-middle-east/mass-protests-against-reactionary-regime-in-iran/
 
[3] 이에 대해서는 다음을 보라. 미하엘 프뢰브스팅, <[문답식 해설] 임박해 있는 이스라엘-이란 간의 전쟁에서 사회주의자들은 어디에 서야 하는가?>, 2024418, https://blog.wrpkorea.org/2024/04/blog-post_20.html
 
[4] Communist International: Theses on the Eastern Question, 5 December 1922, Fourth Congress of the Communist International, in: Jane Degras: The Communist International 1919-1943. Documents Volume I 1919-1922, p. 390. (<동양 문제에 대한 일반 테제> <<코민테른 자료선집 3>>, 동녘, 265).
 
[5] Leon Trotsky: The Death Agony of Capitalism and the Tasks of the Fourth International: The Mobilization of the Masses around Transitional Demands to Prepare the Conquest of Power (The Transitional Program); in: Documents of the Fourth International. The Formative Years (1933-40), New York 1973, pp. 199-200. (<<사회혁명을 위한 이행기강령>>, 풀무질)
 
[6] 지난 40년간 우리의 반제 투쟁 지지 역사에 대한 개관 (문서와 사진, 동영상 종합)으로는 다음을 보라. Michael Pröbsting: The Struggle of Revolutionaries in Imperialist Heartlands against Wars of their “Own” Ruling Class. Examples from the history of the RCIT and its predecessor organisation in the last four decades, 2 September 2022, https://www.thecommunists.net/theory/the-struggle-of-revolutionaries-in-imperialist-heartlands-against-wars-of-their-own-ruling-class/
 
[7] Declaration of the Communist Party of Iran on the Anti-People's War between Iran and Israel, 14 June 2025, https://cpiran.net/%d8%a7%d8%b9%d9%84%d8%a7%d9%85%db%8c%d9%87-%d8%ad%d8%b2%d8%a8-%da%a9%d9%85%d9%88%d9%86%db%8c%d8%b3%d8%aa-%d8%a7%db%8c%d8%b1%d8%a7%d9%86-%d8%af%d8%b1%d8%a8%d8%a7%d8%b1%d9%87-%d8%ac%d9%86%da%af-%d8%b6/, https://komalah.org/%d8%a7%d8%b9%d9%84%d8%a7%d9%85%db%8c%d9%87-%d8%ad%d8%b2%d8%a8-%da%a9%d9%85%d9%88%d9%86%db%8c%d8%b3%d8%aa-%d8%a7%db%8c%d8%b1%d8%a7%d9%86-%d8%af%d8%b1%d8%a8%d8%a7%d8%b1%d9%87-%d8%ac%d9%86%da%af-%d8%b6/
 
[8] 이에 대해서는 RCIT 이스라엘/ 점령지 팔레스타인 지부의 Yossi Schwartz가 쓴 팜플렛 Israel's War of 1948 and the Degeneration of the Fourth International (May 2013)의 한 챕터 “Stalinism supported Israel’s reactionary War in 1948”을 보라. https://www.thecommunists.net/theory/israel-s-war-of-1948/.
 
[9] Wikipedia: Komala Party of Iranian Kurdistan, https://en.wikipedia.org/wiki/Komala_Party_of_Iranian_Kurdistan
 
[10] Shahar Benhorin: No to the IsraelIran War, 14 June 2025, CWI, https://www.socialistworld.net/2025/06/14/no-to-the-israel-iran-war/
 
[11] Michael Pröbsting: A Revisionist Distortion of the Marxist Imperialism Theory. A critique of Alan Woods’ IMT/RCI understanding of imperialism and its political consequences, 12 May 2025, https://www.thecommunists.net/theory/a-revisionist-distortion-of-the-marxist-imperialism-theory-critique-of-alan-woods-imt-rci/
 
[12] Leon Trotsky: On the Sino-Japanese War (1937), in: Leon Trotsky on China, Pathfinder Press, New York 1976, pp. 721-726, http://marxists.org/archive/trotsky/1937/10/sino.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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