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시아 · 동아시아의 혁명 과정에 대하여

남아시아 · 동아시아의 혁명 과정에 대하여

    미하엘 프뢰브스팅, 혁명적 공산주의인터내셔널 (RCIT) 국제서기, 2025916, www.thecommunists.net

  이 글에서는 네팔 민중봉기와 관련하여 제기된 몇 가지 질문을 다룰 것이다. 이 의제들은 향후 투쟁의 과제들과 기회들, 그리고 위험 요소들을 남김없이 모두 포괄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 문제들을 이해하는 것이 오는 시기 혁명 전략 수립에 전제 조건이라고 생각한다.
 
  혁명 물결의 뿌리
 
먼저, 현재의 남아시아 · 동아시아 혁명 과정의 국제적 성격과 그 공통된 대의를 이해하는 것이 필수다. 네팔 봉기에 대한 성명에서 언급했듯이, 이는 고립된 사건이 ​​아니라 이 지역에서, 즉 남아시아 · 동아시아에서 일어난 일련의 민중봉기의 일부다.[1] 여기에는 2021년 이래 버마/미얀마에서 군사독재에 맞서 현재 진행 중인 혁명적 내전이 있고[2], 이어서 2022년 스리랑카의 아라갈라야 봉기[3], 2024년 방글라데시의 7월 혁명[4], 현재 인도네시아의 민중봉기[5]가 있다. 파키스탄에서 임란 칸에 대한 박해에 반대하여 거듭되고 있는 대규모 시위를 여기에 추가할 수 있다.
 
이 봉기들은 공통된 혁명적 과정의 일부다. , 잠재적으로 하나의 혁명 사슬을 이루는 고리들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단지 이들 봉기가 같은 지역에서 짧은 기간 내에 일어났다는 이유 때문만이 아니다. 서로 영향을 미치고 공통의 뿌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상호 연동된 봉기들인 것이다.
 
노동자와 청년들이 봉기하고 항쟁을 벌이는 사태를 이웃 나라 형제자매들이 높은 관심으로 주시하고 거기에 영감을 받는다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그들이 비슷한 문제에 직면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민족적·국민적 특수성에 관계없이, 미얀마/스리랑카/방글라데시/인도네시아/네팔의 봉기는 모두 권위주의적이고 철저히 부패한 정권 · 지배체제 (극히 부유한 정치·경제 엘리트와 긴밀히 연관되어 있다)를 겨냥한 봉기였다. 달리 말하면, 봉기의 지향과 대의의 측면에서 볼 때 모두 민주주의혁명이라는 얘기다.
 
게다가 이들 봉기는 비슷한 상황을 배경으로 일어났다. 극심한 사회적 불평등으로 갈라져 있는 사회, 한 쪽에 소수의 부유한 엘리트가 있고 다른 쪽에 인민대중이 빈곤 속에서 살며 다수가 값싼 이주노동력으로 국외에서 일하기 위해 나라를 떠나야 하는 뒤떨어진 반식민지 자본주의 사회라는 공통의 상황 속에서 일어난 것이다.
 
더 일반적으로는, 현재의 정치적 폭발 과정을 두 비슷한 봉기 물결과 연결할 수 있다. 2019-2020년 초, 홍콩에서 칠레까지, 수단에서 카탈루냐까지 전 세계에서 인민대중이 일어섰다.[6] 그리고 이에 앞서 2011년에 시작된 아랍 대혁명이 있다. 튀니지의 벤 알리, 리비아의 카다피, 이집트의 무바라크 (모두 2011), 예멘의 살레 (2012), 수단의 오마르 알바시르(2019), 그리고 끝으로 시리아의 아사드 (2024) 등 독재자들을 무너뜨린 아랍 혁명 말이다.[7]
 
이들 혁명적 격변 물결들은 2008년 대공황으로 그 뚜껑이 열린 현 시기의 폭발적 성격을 비춰주는 물결들이다. 이 역사 시기는 세계자본주의의 경제적 침체와 쇠퇴, 문명 위협의 증가, 그리고 정치적 차원에서 제국주의 상호경쟁 격화, 전쟁, 반혁명/혁명을 특징으로 하는 시기다.[8]
 
따라서 맑스주의자들은 네팔, 인도네시아, 스리랑카 등의 혁명을 단순히 일국적으로 고립된 사건이 ​​아니라, 전 세계적인 혁명과정 사슬의 고리로 이해해야 한다. 현재 남아시아·동아시아는 정치적 폭발의 진원지가 되었다.
 
트로츠키는 연속혁명에 관한 그의 책에서 다음과 같이 언급한 바 있다. "맑스주의는 세계경제를 출발점으로 삼는데, 이 세계경제는 일국 경제들의 합이 아닌, 국제 분업과 세계 시장에 의해 창조된 강력하고 독립적인 실체로서, 우리 시대에 일국 시장을 압도적으로 지배하고 있다."[9] 그리하여 트로츠키는 국제주의는 추상적 원칙이 아니라 세계경제의 성격과 생산력의 세계적 수준의 발전과 계급투쟁의 세계적 규모 등 이러한 것의 이론적·정치적 반영이라고 결론지었다.[10]
 
아시아의 현 사건들은 이러한 트로츠키 언명의 옳음을 다시금 부각시킨다. 이 사건들, 그 원인과 본질은 국제적 과정의 일부로 인식될 때에만 이해될 수 있다.
 
  제국주의 음모론: “미제 기획이다”? “CIA 작품이다”?
 
네팔 정부가 붕괴하자 민중봉기가 미 제국주의의 작품이라는 의혹을 제기하는 일련의 음모론이 유포되기 시작했다. 인도의 진보 언론인 상카 수브라 비스와스는 "좌파" 세력과 우파 세력 모두 "네팔의 대중운동을 미 제국주의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언급했다. 힌두 배외주의자들은 "인도를 겨냥한 미국의 음모"를 주장하는가 하면, 각종 스탈린주의자 · 마오주의자들은 서방 주도의 "색깔 혁명"으로 윤색 비방한다.[11]
 
음모론의 문제는 음모의 존재를 믿어서가 아니다. 확실히 음모는 존재한다. (자유주의 주류 언론이 우리에게 말하고 있는 것과는 반대로 말이다). 그렇지 않다면, 전 세계 모든 정부가 비밀 정보기관을 유지하는 데 수조 원을 지출하는 것은 뭐 때문인가?! 이러한 음모론의 문제는, 그보다는 거대한 정치 과정과 격변, 그리고 대중투쟁을 음모의 결과물로 (그릇되게) 설명하려 한다는 데 있다. 역사 과정과 대중운동은 소수 음모자들의 사주 교사에 의해서가 아니라 경제적·정치적·사회적 요인들에 의해 추동된다. 역사유물론을 거부하는 음모론 신봉자들은 인민대중을 장기 말로, 하수인으로, 꼭두각시 대리인으로 간주하는 엘리트주의를 바탕에 깔고 있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지난 14년 모든 대륙에서 수많은 민중봉기가 있었다. 이들 반란의 대상이 된 정권들로는 서방과 가까운 정권들뿐만 아니라 중·러와 가까운 정권들도 있었다. 모든 대륙의 수많은 서로 다른 나라들에서 수백만 명의 젊은이들이 자본가 정권 · 자본가 지배체제에 맞서 일어섰을 때, 이것이 (서방) 제국주의 음모의 결과일 수는 없다. 빈곤과 억압의 참상에 의해 추동된 봉기라고 보는 설명, 즉 유물론적 설명이 여기서도 맞다.

물론 서방 제국주의가 제국주의 패권경쟁자 중·러를 타격 약화시키고자 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제국주의 상호경쟁에서 제국주의자들이 그 입지를 강화하는 방법이 해당 나라에서 혁명적 소요를 확산시키는 것인가, 아니면 군부를 비롯한 지배계급 엘리트의 쿠데타를 사주, 지원하여 해당 나라 정부를 자신의 세력권으로 되게 하는 것인가? 제국주의자들은 통상 해당 나라의 엘리트를 매수하고 압력을 가해 조종하는 방식으로 기동하지, 대중을 집결 동원하는 방식으로 기동하지 않는다.
 
이러한 종류의 음모설들은 혁명적 격변들만큼이나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상기하자. 키케로는 기원전 73-71년 스파르타쿠스가 이끈 위대한 노예반란 당시 이러한 "외국 음모"설을 유포하면서 유명해졌다. 러일전쟁 중이던 1905년 혁명 당시 러시아 부르주아지는 노동자 소비에트 혁명가들을 일본의 하수인이라고 비방했다. 1차 세계대전 중이던 1917년 혁명 당시에는 볼셰비키를 독일의 대리인으로 몰아갔다. 2010년 아랍 혁명이 시작되었을 때, 각종 스탈린주의자들은 봉기자들을 "미국의 하수인"이라고 비난했다. 2019년에도 우익 이데올로그들이 라틴아메리카의 대규모 시위를 "외국 음모"라고 중상 모략했는가 하면, 중국을 현실 사회주의라고 홍보하는 스탈린주의자들은 홍콩 민중항쟁을 서방의 기획이라고 헛소리를 했다.[12]
 
  미완의 민주주의혁명
 
지난 몇 년의 자연발생적인 대중 봉기들은 참으로 장대했지만, 그 문제점과 약점을 무시한다면 그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오류가 될 것이다. 무엇보다도, 그 봉기들이 정권을 무너뜨리는 데 성공했다 하더라도 빈곤과 부패와 참화의 뿌리를 제거하는 데는 실패했다. 다름 아닌 네팔이 이러한 고전적인 예다. 이미 2006년에 대중 봉기로 반동 군주제를 무너뜨렸다. 그러나 공화제가 된 뒤에도 봉기를 주도한 마오주의자들은 기간산업을 비롯한 경제의 주요 부문을 국유화하지 않았고, 대지주를 몰수하여 가난한 농민에게 토지를 분배하지 않았으며, 카스트와 성차별 억압에 대처하지 않았다. 반대로 이들 마오주의 당 지도부들은 자본주의의 부패한 시종들이 되었는데 이 때문에 오늘의 반란이 또한 그들을 향한 반란이 된 것이다.[13]
 
20247월 혁명으로 하시나 권위주의 정권을 무너뜨린 방글라데시의 상황도 비슷하다. 몇몇 민주적 권리를 쟁취했지만 유누스 신정부 또한 자본주의 독점체들과 제국주의 강대국들의 시종이기는 마찬가지다. 여전히 방글라데시가 초과착취와 부채의 덫에서 헤쳐 나오지 못하고 있는 이유다.
 
게다가 각국에서 모두 혁명이 기존 엘리트를 새로운 인물로 대체하고 몇 가지 민주주의 개량을 실시하는 것으로 제한되어버렸다. 자본주의의 보루들, 즉 억압 국가기구 (군대, 경찰, 사법부)와 기업 · 은행 · 토지의 사적소유 등, 자본주의를 떠받치는 대들보들에 대해서는 뽑아내려는 시도는커녕 손도 대지 않았다.
 
이는 노동자계급이 도시와 농촌의 빈민을 동맹으로 하여 권력을 잡고, 내외 대자본가들을 몰수 수탈하며, 구래의 국가기구를 노동자·민중 평의회와 민병에 기반한 새로운 국가기구로 대체할 때에만 가능하다. 그러한 노동자·농민 정부만이 자본주의와의 결정적인 단절을 가능하게 하고 혁명의 국제화, 즉 일국의 투쟁을 비슷한 문제들에 직면한 다른 나라들의 투쟁과 연결하는 길을 열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지향은 명확한 전략 프로그램과 그러한 강령을 걸고 싸우는 전투정당의 존재를 필요로 하는데, 이러한 전제조건들이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그 결과, 우리는 지금 미완의 민주주의혁명들만을 보고 있는 것이다. 대중이 부패하고 권위주의적인 정권을 타도하는 데 성공한 사례에서조차도 말이다. 이러한 미완의 민주주의혁명은 노동자계급이 혁명을 이끌어 부르주아지의 지배를 타도하고 민주주의 과제를 사회주의혁명과 결합할 때에만 완성될 수 있다. 이는 맑스, 레닌에 이어 트로츠키 연속혁명론의 기본 사상이기도 했다.
 
"개별 나라에서 혁명의 첫 단계가 어떠하든 간에, 프롤레타리아트와 농민 간의 혁명적 동맹의 실현은 공산당으로 조직된 프롤레타리아 전위의 정치적 리더십 하에서만 현실 가능하다. 한편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민주주의혁명의 승리는 농민과의 동맹을 기반으로 하고 우선적으로 민주주의혁명 과제를 해결하는 프롤레타리아트 독재를 통해서만 현실 가능하다는 것이다."[14]
 
  혁명의 몇 가지 문제
 
현재의 혁명적 사태전개 속에서 사회주의 활동가들에게는 다양한 도전 과제가 있다. 첫째, 청년들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봉기라는 점이다. 이러한 새로운 세대는 지난 패배의 짐과 기존 당들의 잘못된 리더십에서 자유롭다. 동시에 이 신세대는 당연히 정치적 경험과 조직성을 결여하고 있다. 왓츠앱 채팅은 투쟁 대책을 논의하고 결정할 수 있는 직장·작업장, 지역, 학교 등 대중의 조직화 단위를 대체할 수 없다. 대중이 일하고 생활하는 곳, 즉 일터와 생활터전에 입지한 이러한 집단 기관, 이러한 집합 조직들이야말로 민주적으로 조직된 집합 행동의 기반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대중은 그러한 경험을 거치지 못했다. "정직한" 지도자들이 나라를 진흙탕에서 이끌어 줄 것이라는 높은 기대를 동반한 부르주아민주주의 환상이 널리 퍼지고 있는 이유다. 작년에 방글라데시의 유누스 신정부에 대한 환상이 그러했다. 그리고 현재 네팔에서 비슷한 과정이 벌어지고 있는데, 소위 Z세대 시위 지도자들이 전 대법원장 수실라 카르키의 임시 총리 임명을 지지하고 있는 것이다. 20263월에 새로운 의회 선거를 실시하겠다는 약속에 대해서도 만족하여 대오를 해산하고 있다.[15] 당연히 이러한 지배 엘리트 인물은 자본주의 체제를 안정화하고 억압 국가기구와 부자들의 사유재산을 보호, 유지하기 위해 애쓸 것이다.
 
그러나 많은 활동가들이 왕당파 우익 세력과 국왕의 귀환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네팔 언론인 마나리시 디탈의 보도에 의하면, Z세대 운동 지도자들이 군주제 지지 힌두 극단주의자들에 대해 민중항쟁을 중간에서 납치, 장악하려 한다고 규탄했고, 국왕을 만났다는 소문을 부인했다. 911일 발표한 성명에서 이들은 이웃 인도의 우익 모디 정부가 네팔에 "분할 통치" 전술을 쓴다고 비난했다. "왕은 힌두 근본주의자들과 결탁했다. 왕은 인도와 결탁했다. 우리가 거리로 나선 이유는 이런 것이 아니다. 우리는 왕을 원하지 않는다. 우리는 인도도, 그들의 힌두교 의제도 필요 없다. #인도는 물러나라 #왕은 물러나라 #네팔은 우리의 것이다"라고 Z세대 성명은 끝맺고 있다.[16]
 
여기서 사회주의자의 임무는 인민대중의 통제 하에 있지 않은 엘리트 출신의 소위 "정직한" 인물들에 대한 일체의 환상을 경고하는 데 있다. 마찬가지로, 영국 제국주의에 봉사해 온 오랜 역사를 가진 군대와 같은 억압 국가기구와, 수십 년간 나라를 지배해 온 초반동 군주제 등에 대한 어떠한 환상도 금물이다. 대중은 오직 자신만을 믿어야 하며, 이를 위해 노동자·민중 평의회와 민병으로 조직화해야 한다.
 
  혁명 제헌의회 슬로건
 
남아시아·동아시아의 사회주의 활동가들은 헌법제정회의 (제헌의회) 슬로건을 제창하는 것을 고민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여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이미 언급했듯이, 이 나라들의 부패하고 권위주의적인 정부의 존재가 민주주의와 헌법 문제를 모든 인민 운동의 최전선에 놓인 쟁점으로 만든다는 것이다. 동시에, 대중이 정치적으로 설익은 의식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에 넣어야 한다. 이 같은 조건에서 제헌의회 슬로건은 대중과 이어주는 다리로 복무하며 혁명 과정을 전진시킬 수 있다.
 
당연히, 이러한 슬로건이 사회주의 변혁을 달성하는 도구인 것처럼 제시되어서는 안 된다. 제헌의회는 부르주아지와 소부르주아지와 프롤레타리아트의 대표들 간의, 개량주의자와 맑스주의자 간의 공공연한 정치투쟁의 가장 자유로운 장이 될 것이다.
 
네팔의 마오주의자들은 2006년 혁명 이후 제헌의회를 도입했지만 이 회의체에서 혁명적 민주주의 강령을 제창하지 않았다. (사회주의 강령은 말할 것도 없고). 그리고 채택된 많은 제한적인 개혁안조차도 서류상으로만 남아 있다.
 
반면 사회주의자들은 그러한 회의기관 내에서 민주주의적 과제와 사회주의적 과제를 결합한 혁명적 강령을 걸고 싸워야 한다. 그러한 제헌의회는 기존 국가기구의 통제가 아니라 대중의 통제 하에 있어야 하며, 이에 대한 확실한 담보를 위해 싸워야 한다.
 
제헌의회 슬로건은 2019년 민중봉기 물결 당시 이미 중요한 이슈였다. 당시 우리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제헌의회란 무엇인가? 기본적으로 국가 헌법의 제정 및 결정이라는 유일 목적을 위해 선출되는 기관이다. 따라서 적대 계급의 대표들이 사회가 어떻게 운영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각자의 강령 (프로그램)을 내놓고 다툴 수 있는 곳이다. 맑스주의자들은 그러한 회의기관을 통해 평화롭게 사회주의가 도입될 수 있다는 환상을 가지고 있지 않다. 맑스주의를 가장한 중도주의 혼란 조장자들과는 달리, 우리는 자본주의의 사회주의로의 체제 전환이 평화적인 길을 통해서는 제헌의회든 그냥 의회든, 또는 어느 다른 제도 기구를 통해서든 가능하지 않다는 사실을 십분 인식하고 있다. 이는 궁극적으로 지배계급과 피억압계급 간의 무력 대결을 통해 결정될 권력의 문제다.
그러나 혁명가들은 혁명적 사회 변혁의 전체 프로그램을 전파하고 이를 통해 배신적인 개량주의 지도부들과 공공연한 부르주아 지도자들을 폭로하기 위해 제헌의회를 활용할 것을 제창한다. 제헌의회 요구는 여전히 인민대중이 그들의 정당한 열망이 부르주아 민주주의의 지형 내에서 실현될 것이라는 환상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 요구다. 제헌의회는 사회의 정치적·경제적 구조를 둘러싼 논쟁에 민중 계급들을 참여시키기 때문에 부르주아 민주주의 내에서 가장 급진적인 민주주의 형태다. 이러한 참여를 보장하기 위해 혁명적 제헌의회 대의원들은 지방 민중공회를 기반으로 선출되어야 하며, 그들을 선출한 공회 유권자들에 의해 언제든 소환 가능해야 하고 평균적인 숙련 노동자 급여가 주어져야 한다
.”[17]
 
현 남아시아·동아시아 정치 상황에서 혁명적 제헌의회 슬로건이 중요한 역할을 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혁명당이 긴급히 필요하다
 
대중이 환상을 극복하도록 돕고, 반동 세력과 싸우고, 불신 받는 체제를 보호하려는 지배 엘리트의 반동 기도에 대응하기 위해 사회주의 활동가들은 진정한 혁명당을 건설해야 한다.[18]
 
그러한 당은 연속혁명 전략에 입각한 명확한 강령을 필요로 한다. 혁명당은 언론·집회·결사의 권리, 일체의 민족/카스트/성 차별의 종식, 대지주 몰수와 소농 및 무토지 농민에게 토지 분배 등을 포함한 혁명적 민주주의 요구를 걸고 싸워야 한다. 경찰, 군대와 같은 억압 국가기구는 분쇄해서 프롤레타리아 민병으로 대체해야 한다. 부패한 국가 관료 및 사법부는 평균적인 숙련노동자 수준의 소득만을 받는, 인민에 의해 선출되고 통제 받는 공무원들로 대체해야 한다.
 
스탈린주의/마오주의의 파산한 강령과는 달리, 맑스주의자들은 민주주의혁명을 밀어나가고 이를 사회주의적 변혁과 결합시켜야 한다. 맑스주의자가 대기업과 은행을 노동자 통제 하에 국유화하는 노동자·빈농 정부 쟁취를 걸고 싸워야 하는 이유다. 그러한 정부는 미국·일본·서유럽과 중국·러시아 등 일체의 제국주의 강대국들 및 독점체들과의 연계를 끊어야 한다.
 
혁명당은 투쟁을 일국적·민족적 지형에 국한해서는 안 된다. 각개의 모든 나라가 세계경제와 세계정치에 매여 종속돼 있기 때문에, 혁명당은 투쟁을 국제적 해방투쟁 사슬의 한 고리로 이해해야 한다. 다른 나라의 노동자 조직 및 혁명 세력과의 연계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한데, 이는 국외에서 일하는 이주자들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과제다. 많은 나라들, 특히 아시아 지역의 많은 나라들이 비슷한 문제에 직면해 있으므로 이는 필요한 일일 뿐만 아니라 또한 가능한 일이다.
 
따라서 혁명당은 일국적으로 고립된 당이 아니라 인터내셔널의, 즉 혁명세계당의 일부여야 한다.
 
혁명당은 이론과 실천을 통일해야 한다. 혁명당은 갈고 닦은 강령과 과학적 평가분석을 지녀야 하지만, 노동자계급을 위시하여 청년과 농촌 대중 속에 뿌리내린 활동가들을 통일 단결시켜내야 한다. 그러한 뿌리 없이는, 당은 결코 계급투쟁에서 대중을 이끌 수 없다.
 
끝으로, 혁명당은 진공 속에서 존재하지 않는다. 계급으로 나뉜 사회에서 피억압자들은 스스로를 조직하고, 그 과정에서 수반되는 모든 위험과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싸우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안 된다. 또 피억압자들은 정치적으로, 이데올로기적으로 지배계급과 그 기관들, 그리고 중간계급에게까지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일관된 혁명적 관점을, 즉 부르주아지/소부르주아지 정치세력과는 독립된 혁명적 전망을 실행하는 것은 노동자계급의 가장 선진적 성원들의 엄청난 노력을 요구하는 어려운 과정이다.
 
이러한 과정은 필연적으로 노동자운동 내 개량주의 · 스탈린주의 ("마오주의") 세력들의 잘못된 리더십에 맞선 혁명가들의 결연한 정치적·이데올로기적 투쟁과 함께 진행되어야 한다. 동시에, 혁명가들은 이 당들 내 정직한 활동가들에게 다가가 그들을 혁명적 노선 쪽으로 전취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우리는 혁명적 시대에 살고 있다. 앞에 놓인 도전은 거대하고, 아시아 혁명가들의 과제도 그리고 기회도 무궁무진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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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RCIT, <네팔 혁명 만세! - 자본가당과 가짜 "공산당" 연립정부를 타도하자! 민중 평의회와 민병에 기반한 노동자·빈농 정부 수립하자!>, 202599, https://blog.wrpkorea.org/2025/09/blog-post_11.html
 
[2] 미얀마 군사쿠데타에 관한 RCIT 문서들을 다음 링크에서 볼 수 있다. https://www.thecommunists.net/worldwide/asia/collection-of-articles-on-the-military-coup-in-myanmar/
 
[3] 이에 대해서는 다음을 보라. RCIT, <스리랑카 민중의 혁명적 정권 전복을 강력히 환영한다! - 민중공회·노동자민병 구성! 노동자·빈농 정부 수립!>, 2022712, https://blog.wrpkorea.org/2022/07/blog-post_12.html; 다음도 보라. <[선언] 스리랑카 노동자·농민 정부 쟁취! 남아시아 사회주의연방의 일원으로!>, 2025812, https://blog.wrpkorea.org/2025/08/blog-post_20.html
 
[4] Adam Smith: Bangladesh: Sheik Hasina Has Fled, 11.08.2024, https://www.thecommunists.net/worldwide/asia/bangladesh-sheik-hasina-has-fled/
 
[5] RCIT, <인도네시아: 노동자·청년 봉기에 승리를! - 행동평의회 · 정방대 결성! 프라보워 정권 타도! 노동자·민중 정부 쟁취!>, 202592, https://blog.wrpkorea.org/2025/09/blog-post_3.html
 
[6] 이에 대해서는 다음을 보라. Michael Pröbsting: Are We Nearing a New “68 Moment”? A massive upsurge of global class struggle in the midst of a dramatic shift in the world situation, 22 October 2019, https://www.thecommunists.net/worldwide/global/are-we-nearing-a-new-68-moment/
 
[7] 이에 대해서는 다음을 보라. RCIT: Revolution and Counterrevolution in the Arab World: An Acid Test for Revolutionaries, 31 May 2015, https://www.thecommunists.net/theory/theses-arab-revolution/. 2019년에 시작한 아랍혁명 2차 물결에 대한 우리의 문서들을 다음 링크에서 볼 수 있다. https://www.thecommunists.net/worldwide/africa-and-middle-east/collection-of-articles-on-2nd-wave-of-great-arab-revolution/; 시리아 혁명에 대한 우리의 문서들을 다음 링크에서 볼 수 있다. https://www.thecommunists.net/worldwide/africa-and-middle-east/collection-of-articles-on-the-syrian-revolution/.
 
[8] 이에 대해서는 다음을 보라. RCIT: World Perspectives 2016: Advancing Counterrevolution and Acceleration of Class Contradictions Mark the Opening of a New Political Phase의 제2, 23 January 2016, https://www.thecommunists.net/theory/world-perspectives-2016/
 
[9] Leon Trotsky: The Permanent Revolution (1929), Pathfinder Press, New York 1969, p. 146
 
[10] 같은 책, 133
 
[11] Sankha Subhra Biswas: Nepal joins regional wave of revolt as popular anger at repression and inequality spreads across South Asia, 12 September, 2025 https://links.org.au/nepal-joins-regional-wave-revolt-popular-anger-repression-and-inequality-spreads-across-south-asia
 
[12] 이에 대해서는 다음 글들을 보라. 미하엘 프뢰브스팅, <전 세계 민중항쟁들이 외세의 사주에 의해 일어났다고? - 지배계급들은 대중 시위를 어떻게 비방 중상하는가?>, 2019112, https://blog.wrpkorea.org/2022/05/blog-post_31.html; <전 세계적 민중항쟁 물결을 겨냥해 중국 지배자들이 서방 지배자들에게 법치수호에 공동으로 나서자고 호소하다>, 20191030, https://blog.wrpkorea.org/2022/05/blog-post_11.html; <중국 정부: 전 세계 민중항쟁은 사스보다 더 나쁘다” - 최고위 중국 외교관이 홍콩을 비롯한 글로벌 대중시위를 신경질적으로 비난하다>, 20191025, https://blog.wrpkorea.org/2022/05/blog-post_46.html
 
[13] 최근 네팔 역사에 대한 숙고된 평가분석으로는 다음을 보라. New Wave (LIT-CI 인도 지부); Long Live the Workers and Youth of Nepal! 15 September 2025, https://newwavemaha.wordpress.com/2025/09/15/long-live-the-workers-and-youth-of-nepal/
 
[14] Leon Trotsky: The Permanent Revolution (1929), Pathfinder Press, New York 1969, p. 277
 
[15] 다음을 보라. अबको अन्तरिम सरकार गठनका लागि Gen Z को प्रतिनिधि बनिदिनुहुन श्री सम्माननीय पूर्व प्रधानन्यायाधीश सुशीला कार्की ज्यूलाई आग्रह, https://genznepalofficial.com/2025/09/11/4-representative-request
 
[16] 다음에서 인용. Peter Boyle: Nepal’s Gen Z uprising a much-needed ‘revolutionary re-awakening’, September 12, 2025, Issue 1438, https://www.greenleft.org.au/content/nepals-gen-z-uprising-much-needed-revolutionary-re-awakening
 
[17] The Slogan of the Constituent Assembly in the Great Arab Revolution. Defending the Marxist approach against ultra-left and opportunist criticism, 23 April 2019, https://www.thecommunists.net/theory/the-slogan-of-the-constituent-assembly-in-the-great-arab-revolution; 이에 대해서는 같은 저자의 다음 글도 보라. The New Global Wave of Class Struggles and the Slogan of the Constituent Assembly, 26 November 2019, https://www.thecommunists.net/theory/new-global-wave-of-class-struggles-and-slogan-of-constituent-assembly
 
[18] 이에 대해서는 다음을 보라. Michael Pröbsting: Building the Revolutionary Party in Theory and Practice. Looking Back and Ahead after 25 Years of Organized Struggle for Bolshevism, December 2014, https://www.thecommunists.net/theory/rcit-party-build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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