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혁명은 “글로벌 제국주의전쟁”의 도구인가?

시리아혁명은 글로벌 제국주의전쟁의 도구인가?

- 제국주의전쟁에 반대하는 국제주의 회의를 촉구하는 PO 등 네 조직 공동선언문 비판


   미하엘 프뢰브스팅
, 혁명적 공산주의인터내셔널 동맹 (RCIT), 202527, www.thecommunists.net
 
 
혁명적 사회주의를 자임하는 4개 조직, PO(아르헨티나), SEP(튀르키예), NAR(그리스), TIR(이탈리아)이 시리아혁명과 제국주의전쟁에 대한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2025년에 반전 국제주의 회의를 비롯하여 제국주의전쟁에 반대하는 행동을 조직할 것을 촉구한다."[1]
 
기본적으로 이 네 조직은 시리아혁명을 진보적 내용을 전혀 가지지 않는 제국주의 음모라고 비난한다. “테러와의 전쟁과 같은 이슬람 혐오주의 언어를 재생산하고 있는 이 네 조직 선언문에 따르면, 시리아혁명은 "이스라엘과 터키에 의해 사주 받은 시리아 지하드 파의 진출"에 불과하다. 또 선언문은 반군의 주도적인 세력인 "HTS는 혁명적 세력이 아니라 터키와 그 밖의 중동 반동 정권들, 그리고 미국과 이스라엘의 지원을 받는 이슬람 근본주의의 한 갈래라고 주장한다.
 
두루 알고 있듯이, HTS는 혁명적 운동이 아니라 소부르주아 이슬람주의 운동이었다. 그리고 권력을 잡고 다져나가고 있는 지금은 부르주아 세력으로 전화됐다. 그러나 미국, 이스라엘, 터키, 그리고 기타 중동의 반동 정권들이 HTS를 지원했다는 주장은 하도 기괴해서 트럼프 기자회견에서 인용한 내용인가 하고 착각이 들 정도다. 현실 세계에서는, 대부분의 걸프 왕정들을 비롯한 중동의 반동 정권들은 지난 몇 년 아사드와 화해하고 아랍연맹에 복귀시키며 이 폭군과 손을 맞잡고 환영했다. 이는 (이른바 아스타나 평화협상의 맥락에서) 아사드와 거래를 시도한 튀르키예의 경우에도 사실이다. 튀르키예는 반군이 알레포를 장악한 뒤에도 계속 폭군과의 협상을 시도했다. HTS가 성공적으로 권력을 잡은 후에야 지역 열강들과 서방 및 중·러 강대국들 모두가 새 정권과 협상 절차·방식을 찾기 시작했다.
 
또 이 네 조직은 이스라엘이 아사드가 타도되고 난 뒤에시리아 군사 인프라를 폭격했다는 사실 앞에서 눈을 감는다. 이스라엘은 군 장비들이 새 정부 이스라엘은 새 정부를 "테러 갱단"이라고 부른다 의 손에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이 같은 공습을 자행했다. 공동선언문 네 조직 말대로 HTS가 이스라엘의 대리인” (proxy)이라면 왜 이렇게 할까?!
 
이스라엘과 튀르키예가 아사드를 전복하기 위해 공동으로 음모를 꾸몄을 것이라는 생각도 웃기기는 마찬가지다. 실제로는, 시온주의자들은 튀르키예의 역내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것을 우려하고 있으며, 이스라엘의 유력 매체 Ynet은 얼마 전 "이스라엘에 튀르키예는 이란보다 더 위험하다"는 제목의 경고 기사를 게재했다.[2]
 
그러나 이들, 뒤죽박죽 앞뒤가 맞지 않는 주장을 일단 내뱉고 보는 네 조직은 그런 사소한 디테일에는 신경 쓰지 않는 분들이다. 현실을 냉정하게 들여다보면 자신들의 도식주의적 판타지 세계는 그냥 무너져버릴 것이다! 이들은 시리아혁명이 "새로운 글로벌 제국주의전쟁으로 가는 흐름"의 한 종속 요소에 불과하다는 자신들의 주장을 정당화하기 위해 아사드 타도 봉기 배후에 미국/이스라엘/터키/사우디의 음모가 있다는 신화를 창조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놀랄 것도 없이, 이들은 푸틴의 침공에 대항하는 우크라이나의 민족방위 전쟁에 대해서도 같은 주장을 편다.
 
20113월 시리아혁명 시작 이래로 우리는 수많은 문서를 통해 시리아혁명의 성격에 대해 상세히 논의해왔으므로 여기서는 더는 하지 않겠다.[3] 우리는 또 작년 128일 아사드 타도의 진보적 성격을 완강히 부인하는 조직들에 대한 비판 성명도 몇 차례 낸 바 있다.[4]
 
  제국주의는 민주주의투쟁을 불필요하게 만드는가?
 
위에서 언급했듯이, 공동선언문 네 조직은 도식적으로 민주주의투쟁들 (민족해방투쟁 포함) 시리아와 우크라이나의 투쟁들과 같은 "새로운 글로벌 제국주의전쟁"의 작은 구성요소에 불과한 사건들로 탈바꿈시킨다. 이는 이들 자본주의 나라의 내부 모순이나 이 나라들의 타국과의 투쟁을 고려하지 않은 극히 비변증법적인 방법을 드러내는 것이다. 이를 통해 네 조직은 이 투쟁들의 진정한 주체 시리아와 우크라이나의 대중 를 제거한다. 그렇게 해서 단 하나의 주체만 남게 한다. 미국이 모든 사건, 사태의 주체이고, 그 외에 주체란 있을 수 없다.
 
그러나 제국주의는 자본주의와 그 근본 모순을 제거하지 않는다. 반대로 제국주의는 부르주아지와 노동자계급·피억압인민 간의 이 자본주의 근본 모순을, 제국주의 강대국들 상호 간의 모순 및 이들 강대국과 나머지 반식민지 세계 (“글로벌 사우스”, “3세계”) 간의 모순과 결합 종종 모순적이고 간접적인 형태로 시킨다.
 
거듭 레닌은 자본주의 근본 모순을 제국주의 모순으로 대체하는 또는 이 자본주의 근본 모순을 제국주의 모순에 종속시키는 그러한 비변증법적 기계론에 대해 반복해서 경계를 촉구했다.
 
현재 적혀 있는 문구들에서 보듯이, 당 강령 전문(前文)은 사회·경제 체제로서 자본주의의 기본적이고 본질적인 특징들에 대한 묘사와 분석을 담고 있다. 근본적으로, 이 특징들이 제국주의에 의해, 금융자본 시대에 의해 바뀌는 것은 아니다. 제국주의는 자본주의 발전의 계속이다. 자본주의 발전의 최고 단계, 어떤 의미에서는 사회주의로의 이행 단계다.
따라서 나는 자본주의의 기본 특징들에 대한 일반적 분석에다 제국주의 분석을 추가하는 것을 어떻게 기계적이라고 간주할 수 있는지 도무지 알 수 없다. 실제로는, 제국주의는 자본주의를 꼭대기에서 바닥까지 탈바꿈시키지도 않고 탈바꿈시킬 수도 없다. 제국주의는 자본주의의 모순을 복잡하게 하고 뾰족하게 하며, 독점을 자유경쟁과 묶어놓는. 그러나 제국주의가 교환, 시장, 경쟁, 공황 등등을 없애지는 못한다.
제국주의는 사멸해가는 자본주의, 죽어가고 있지만 죽지는 않은 자본주의다. 대체로 제국주의의 본질적 특징은 순수 독점이 아니라 교환, 시장, 경쟁, 공황과 함께 굴러가는 독점이다.”[5]
 
레닌은 또 이렇게도 말했다. "제국주의는 자본주의 위에 선 경제적 상부구조다."[6]
 
공동선언 네 조직은 이 같은 맑스주의적 접근법을 무시한다. 이들은 세계를 톱다운 방식으로 분석한다추상적 개념으로서의 “제국주의”로부터 세계를 분석한다. 그리고 계급투쟁과 국가 간 충돌은 어떠한 독립적 동역학도 가지지 않은 채 단지 이 추상적 개념에 종속된 존재일 뿐으로 제시된다. 반대로, 맑스주의자들은 그들의 분석을 자본주의 근본 모순과 계급 간 투쟁 민주주의 · 민족해방 전쟁들은 이 계급 간 투쟁의 중요한 구성부분이다 으로 시작하며, 제국주의 열강의 침략적 정책과 패권경쟁을 이러한 세계 인식 속에 통합시켜낸다. 이러한 접근법만이 계급투쟁에게서 그 주체를 빼앗지 않으며 [계급투쟁이 그 주체를 잃게 하지 않으며] 계급투쟁의 독립적 적실성, 독립적 동역학을 부정하지 않는다.
 
  외눈박이 반제 노선의 반동적 결과물들
 
공동선언 네 조직에 의한 맑스주의 방법()의 희화화, 저질화는 이들의 외눈박이 반제 노선에서 비롯한 필연적인 귀착점이다. 하나의 제국주의 진영 (미국이 주도하는 서방 열강)에 반대하지만, 경쟁 진영 (신흥 열강 중국·러시아)의 제국주의성을 인정하지 않는 외눈박이 반제국주의 말이다.
 
우리가 이 문제들을 놓고 PO(아르헨티나 노동자당)를 비롯한 그 네 조직과 논쟁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PO 동지들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러시아 제국주의에 대한 RCIT의 평가분석에 반대하는 세 편의 논쟁 글을 발표했다. 그리고 우리는 이에 대해 답변했다.[7] 우리는 또한 러시아와 중국의 제국주의성을 인정하길 거부하는 그들의 반제노선에 대한 비판 논설도 냈다. 설상가상으로, 심지어 그들은 1991년 스탈린주의 붕괴 이래 근 3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 나라들에서 여전히 자본주의 복고는 완료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8]
 
PO의 외눈박이 반제국주의의 반동적 결과는 이 네 조직 공동선언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들은 "제국주의전쟁에 반대하는 국제주의 컨퍼런스"를 요구한다. 그러나 그 같은 컨퍼런스 회의는 일부 제국주의 전쟁들에만 반대할 뿐 다른 제국주의 전쟁들에는 반대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일면적인 이벤트가 될 것이다! 그러한 회의는 서방 제국주의에 맞서 싸우는 피억압 인민들의 투쟁 시온주의 야수에 맞서 영웅적인 항전을 벌이고 있는 팔레스타인 저항투쟁 같은 만을 지지할 것이다.
 
그러나 PO 등 이 네 조직은 중·러 제국주의에 맞서 싸우는 피억압 인민들 아사드와 그의 러시아 상전과 싸운 시리아 인민 또는 푸틴의 침공에 저항하는 우크라이나 인민과 같은 의 투쟁은 결코 지지하지 않을 것이다.
 
세계 한 지역에서의 해방투쟁만 지지하고 다른 지역에서의 해방투쟁은 지지하지 않는다면, 그러한 "맑스주의"의 가치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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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PO (Argentina), SEP (Türkiye), NAR (Greece) and TIR (Italy): For a Gathering of Internationalists Against the Imperialist War, 4 January 2025, https://socialistmiddleeast.com/for-a-gathering-of-internationalists-against-the-imperialist-war. 인용문은 다른 언급이 없는 한 모두 이 글에서 인용한 것이다.
 
[2] Amine Ayoub: Turkey is more dangerous to Israel than Iran, 2025-01-24, https://www.ynetnews.com/article/s1gtc1z00kg
 
[3] RCIT는 시리아혁명에 관해 20113월 그 시작 이래로 수많은 책자와 성명, 기사를 발표했다. 다음에서 볼 수 있다.
https://www.thecommunists.net/worldwide/africa-and-middle-east/collection-of-articles-on-the-syrian-revolution/; 아사드 몰락에 대한 우리의 평가로는, 다음을 보라. RCIT, <시리아혁명의 과제들과 당면 위험들>, 20241216, https://blog.wrpkorea.org/2024/12/blog-post_82.html.
 
[4] 미하엘 프뢰브스팅, <아사드의 영원한 절친들 - 브라질 "노동자해방당"의 반론에 대한 답변>, 2025115, https://blog.wrpkorea.org/2025/02/blog-post_16.html; 같은 저자, <시리아 혁명의 비방자들 - 아사드 타도에 대한 대중의 기쁨을 함께 나눌 수 없는트로츠키주의분파 (FT/PTS) 비판>, 202519, https://blog.wrpkorea.org/2025/02/ftpts.html; The Bystanders of the Syrian Revolution. A critique of the International Socialist League, 13 December 2024, https://www.thecommunists.net/worldwide/africa-and-middle-east/the-bystanders-of-the-syrian-revolution/
 
[5] V. I. Lenin: Materials Relating to the Revision of the Party Programme (1917); in: LCW Vol. 24, p. 464. (<당 강령 개정에 관한 자료들>, 레닌 저작집 7-2, 전진출판사, 30)
 
[6] V. I. Lenin: Eighth Congress of the R.C.P.(b.), March 18-23, 1919, Report on the Party Programme (1919); in: LCW 29, p. 168.
 
[7] 다음을 보라. Michael Pröbsting: The PO (Argentina) and the Ukraine War: Continuing the Debate, 21 March 2024, https://www.thecommunists.net/worldwide/global/the-po-argentina-and-the-ukraine-war-continuing-the-debate/; 같은 저자, Ukraine War: Reply to another ill-considered Polemic of PO (Argentina), 15 February 2024, https://www.thecommunists.net/worldwide/global/ukraine-war-reply-to-another-ill-considered-polemic-of-po-argentina/; Once More on the PO (Argentina) and the Ukraine War, 1 March 2024, https://www.thecommunists.net/worldwide/global/once-more-on-po-argentina-and-ukraine-war/
 
[8] 이에 대해서는 다음 책의 9장을 보라. 미하엘 프뢰브스팅, <<강대국 패권쟁투 시대에 반제국주의>>, https://blog.wrpkorea.org/2022/06/blog-post_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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