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애국주의 일본공산당의 “중국 패권주의” 비난- 스탈린주의 일공의 민족자주 · 조국방어와 미·중 제국주의 신냉전
미하엘 프뢰브스팅, 혁명적 공산주의인터내셔널 동맹 (RCIT) 국제서기, 2021년 10월 7일, www.thecommunists.net
얼마 전, 일본공산당은 최근의 미·중 간 냉전 고조에 대한 성명을 발표했다.[1] 일공은 쿼드 동맹 (미국, 일본, 인도, 호주)과 함께 새 오커스 동맹[2]의 군국주의를 규탄했다.[3] 일공은 서방 열강이 잦아지는 군사 활동으로 "중국과의 긴장을 높일 것"이라고 경고했다.[4]
그러면서도 일공은 관련 강대국들의 제국주의적 성격에 대해서나, 군국주의에 반대하는 투쟁에서 사회주의자들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나 한마디도 하지 않고 있다. 그 같은 군국주의 규탄·경고 발언은 무력한 평화주의에 자신의 몸을 붙들어 매어놓은 스탈린주의 당으로부터 기대할 수 있는 표준 서사다.
그러나 성명의 마지막 두 문장은 이 스탈린주의 당의 부르주아적 전략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중국 패권주의를 막기 위해서는 중국 ‘포위’가 아니라 중국이 참여하는 틀의 '개입'이 필요하다. 중국이 규범을 준수하도록 만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부르주아 질서에 몸 바친 스탈린주의 당
일공의 강령과 역사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이 문장들이 내포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어렵지 않게 다가온다. 첫째, 일공은 평화를 애호한다. 그러나 일공은 (제국주의) 조국을 훨씬 더 애호한다. 중국을 "패권주의"라고 비난하는 이유다. 우리가 지난 문서들에서 보여주었듯이, 일공은 센카쿠열도/댜오위다오와 같은, 일본이 지배하고 있지만 중국이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는 섬들에 대해 “자주”를 내걸고 이 섬들 “방어”를 촉구한다. 또 일공은 독도나 쿠릴 열도 같은, 일본이 영유권을 주장하지만 다른 인접 국가들 (즉 한국, 러시아)이 (“실효”)지배하고 있는 섬들의 반환을 요구한다.[6]
동시에 일공은 일본의 제국주의적 성격을 인정하길 한사코 거부한다. 반대로 일공은 “미국이 일본의 주권과 독립을 유린하고” 있으므로 일본은 "종속국"이라고 주장한다. 그리하여 일공은 "일본의 진정한 자주독립 회복"을 강령으로 걸고 있다. 이것은 사실상 일본 제국주의 강화 요구강령이다. 일본 독점 부르주아지가 미국의 제약으로부터 자유로워지도록 일본 제국주의를 강화하자는 요구다.
마지막 문장은 특히 주목할 만하다. "중국이 규범을 준수하도록 만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첫째, 어느 "규범"을 중국이 준수해야 한다는 것인가? 명백하게도, 일공이 말하는 규범은 국제법의 규범이다. 실제로 이 ‘국제규범 준수’는 미·일 제국주의 정부가 남중국해와 동중국해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억제하길 원할 때 내거는 바로 그 동일한 슬로건이다. 둘째, 어떻게 중국이 “규범을 준수하도록 만들”겠다는 것인가? 역시도, 이것은 "국제사회", 즉 제국주의 강대국들과 그들이 지배하는 기관들 (유엔이나 국제사법재판소 같은)에 호소하자는 것이다.
한마디로 이 성명은 스탈린주의 일공이 애국주의적 민족자주와 제국주의 조국방어/ 제국주의 다극세계질서 방어를 강령적 공약으로 걸고 거기에 헌신하는 당임을 다시 한 번 비춰준다. 맑스주의자들이 이 같은 당들을 사회제국주의 세력으로 성격규정 하는 이유다.
대기 중인 집권당
제국주의 조국에 대한 이 같은 충성심은 일공에게 새로운 것이 아니다. 일공은 1945년 이래로 이러한 민족자주/조국방어 강령을 일관되게 견지해왔다. 그러나 위에서 언급한 것과 같은 발언들은 단지 당의 정책을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한 목적만 있는 것이 아니다. 추가적인 목적이 있다.
일공은 지난 10년간 공식 당원 27만 명, 평균 선거 득표율 8-11%의 세계 최대 스탈린주의 당이다. 일본 국내정치는 깊은 위기에 처해 있다. 일본 경제는 1990년대 초반 이래로 정체의 덫에 갇혔다. 일본 지배계급은 급격히 요동치고 있는 글로벌 질서 속에서 일본 자본가 국가의 위상과 역할을 놓고 깊이 분열되어 있다. 자민당이 1945년 이후 딱 한 번 빼고 줄곧 집권하고 있지만, 최근에 총리들이 자주 교체되는 데서 보듯 자민당 정부는 취약하고 불안정하다.
이런 조건에서 일공은 미래 연립정부의 일부가 될 수도 있다. 일공의 모든 정책 발언들은 자신을 일본 독점 부르주아지가 받아들일 수 있는 당으로 만들기 위한 전략의 일부로 봐야 한다. 즉 일공은 일본 독점자본의 이해에 봉사하는 미래 정부의 건실한 일원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기 위해 그 같은 조국방어 발언들을 의식적으로 배치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낸 팜플렛에서 우리는 그러한 스탈린주의 당들을 "두 주인을 섬기는 시종"으로 성격규정 했다.[8] 이 두 상전의 종복들은 전통적인 미 제국주의 주도 글로벌 질서를 비판하며, 미국의 대중(對中) 냉전에 반대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이 시종들은 중국 제국주의의 이익을 돕는다.[9] 동시에 이들 시종 스탈린주의 당들은 제국주의 “조국”의 이익을 옹호한다. 즉 ‘자’국 독점 부르주아지를 섬긴다.
우리 혁명적공산주의자들을 비롯한 모든 일관된 맑스주의자들은 제국주의 강대국들에 대한 어떠한 지지도 반대한다. 미 · 중 · EU · 러 · 일, 또는 그 밖의 한국이나 호주 같은 보다 작은 제국주의 국가도 포함하여, 이 모든 열강들은 국제 노동자계급 · 피억압인민의 적이다![10] 프롤레타리아 혁명가들의 임무는 인류가 착취와 억압 없는 사회주의 미래를 맞이할 수 있도록 이들 열강 모두에 반대하며, 이들 열강 간의 제국주의 패권경쟁을, 나아가 제국주의 전쟁을 ‘자’국 지배계급에 대항하는 국내전으로, 계급전쟁으로, 사회주의 내란으로 전화시키는 데 있다. 일본에서, 중국에서, 그리고 한국에서 이것이 진정한 사회주의자들의 임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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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RCIT는 강대국들 간 제국주의 패권경쟁에 관한 많은 문서를 냈다. <세계 정세전망 2021-22년: 준 혁명적 세계정세 진입> https://blog.wrpkorea.org/2022/05/2021-22.html; 다음 책도 보라. 미하엘 프뢰브스팅, <<강대국 패권쟁투 시대에 반제국주의>> https://blog.wrpkorea.org/2022/06/blog-post_9.html; 다음 두 팜플렛도 보라. 미하엘 프뢰브스팅, <제국주의 간 냉전은 어떻게 바이든 하에서도 계속되고 있나> https://blog.wrpkorea.org/2022/05/blog-post_10.html; <두 주인을 섬기는 시종 - 스탈린주의와 제국주의 신냉전>, https://blog.wrpkorea.org/2022/05/blog-post_24.html; 이 문제에 관한 더 많은 문서들을 다음 링크로 들어가서 볼 수 있다.
https://www.thecommunists.net/theory/china-russia-as-imperialist-powers/ 및 https://www.thecommunists.net/worldwide/global/collection-of-articles-on-the-global-trade-war/.
[2] 이에 대해서는 다음을 보라. RCIT, <오커스 조약의 의미> https://blog.wrpkorea.org/2022/05/blog-post_629.html
[3] 이에 대해서는 다음을 보라. <세계 정세전망 2021-22년: 준 혁명적 세계정세 진입> https://blog.wrpkorea.org/2022/05/2021-22.html
[4] JCP: The quad is 'quasi-military alliance', 26 September 2021, https://www.japan-press.co.jp/modules/news/index.php?id=13770
[5] 이에 대해서는 다음을 보라. Michael Pröbsting: No to chauvinist war-mongering by Japanese and Chinese imperialism! 23.9.2012, https://www.thecommunists.net/worldwide/asia/no-war-between-china-and-japan/
[6] 모든 관련 인용과 출처는, 다음을 보라. 미하엘 프뢰브스팅, <사회제국주의자들 간의 난투극 - 일본공산당이 중국 정권을 대놓고 까다> https://blog.wrpkorea.org/2022/05/blog-post_19.html
[7] 모든 인용문은 2020년 초의 가장 최근 당 대회에서 통과된 공식 일본공산당 강령에서 따온 것이다. Adopted on January 17, 2004 at the JCP 23rd Congress, Revised on January 18, 2020 at the JCP 28th Congress, http://www.jcp.or.jp/english/jcpcc/blog/2020/01/program-of-the-jcp.html;
[8] 미하엘 프뢰브스팅, <두 주인을 섬기는 시종, 스탈린주의와 제국주의 신냉전> https://blog.wrpkorea.org/2022/05/blog-post_24.html
[9] 우리는 중국 자본주의와 중국의 강대국 부상에 관한 많은 문서를 발표했다. 다음을 보라. 노동자혁명당(준) 소책자, <<레닌 제국주의론 관점에서 본 중국 제국주의>>, 2021년 3월, https://blog.wrpkorea.org/2022/06/blog-post_27.html; 미하엘 프뢰브스팅, <<강대국 패권쟁투 시대에 반제국주의>>, https://blog.wrpkorea.org/2022/06/blog-post_9.html; 같은 저자의 다음 논문들도 보라. the second edition of The Palgrave Encyclopedia of Imperialism and Anti-Imperialism (edited by Immanuel Ness and Zak Cope), Palgrave Macmillan, Cham, 2020, https://link.springer.com/referenceworkentry/10.1007%2F978-3-319-91206-6_179-1; China: An Imperialist Power … Or Not Yet? A Theoretical Question with Very Practical Consequences! Continuing the Debate with Esteban Mercatante and the PTS/FT on China’s class character and consequences for the revolutionary strategy, 22 January 2022, https://www.thecommunists.net/theory/china-imperialist-power-or-not-yet/; China‘s transformation into an imperialist power. A study of the economic, political and military aspects of China as a Great Power (2012), in: Revolutionary Communism No. 4, http://www.thecommunists.net/publications/revcom-number-4; How is it possible that some Marxists still Doubt that China has Become Capitalist? (A Critique of the PTS/FT), An analysis of the capitalist character of China’s State-Owned Enterprises and its political consequences, 18 September 2020, https://www.thecommunists.net/theory/pts-ft-and-chinese-imperialism-2/; < 나무만 보고 숲은 못 보는: PTS/FT와 중국 사회성격 논쟁> https://blog.wrpkorea.org/2022/05/ptsft.html; China’s Emergence as an Imperialist Power (Article in the US journal 'New Politics'), in: “New Politics”, Summer 2014 (Vol:XV-1, Whole #: 57). 다음 RCIT 웹사이트 특별 하위 페이지에 더 많은 관련 문서가 있다. https://www.thecommunists.net/theory/china-russia-as-imperialist-powers/.
[10] 제국주의 상호충돌에 관한 우리의 강령적 접근법으로는, 다음을 보라. RCIT, <제국주의 국가에서의 혁명적 패전주의에 관한 테제> https://blog.wrpkorea.org/2022/05/blog-post_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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