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전쟁] 후안무치하게도 좌파 일각에서 “이스라엘의 자결권”을 지지하다

- ISA/CWI의 시온주의 영합 및 사회평화주의를 비판한다

  미하엘 프뢰브스팅, 혁명적 공산주의인터내셔널 동맹 (RCIT) 국제서기, 2023년 10월 25일, www.thecommunists.net
 
언제나 세계정치의 대 사건들은 사회주의 조직들의 강령과 노선을 검증하는 결정적인 시험대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그랬고 현 가자 전쟁도, 즉 이스라엘이 현재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 인민을 상대로 벌이고 있는 전쟁도 그러하다.
 
RCIT을 비롯한 진정한 사회주의자들은 러시아 제국주의의 침략에 맞서 우크라이나 인민을 방어해 왔고[1], 오늘 시온주의 국가의 야만적인 공격에 맞서 팔레스타인 형제자매들을 지지한다. 우리가 그러한 입장을 취하는 이유는 언제나 우리는 억압자에 맞서 피억압자의 편을, 제국주의 국가에 맞서 반식민지의 편을, 억압 민족에 맞서 피억압 민족의 편을 들기 때문이다.
 
이는 맑스주의자로서 우리가 피억압자 측 저항세력 (이 경우에는 우크라이나 군대, 그리고 하마스를 위시한 팔레스타인 저항군 정파들)의 투쟁을 무조건적으로 지지한다는 뜻이다. 지도부가 누구냐에 관계없이 그 투쟁을 무조건 지지한다. 지도부에게 정치적 지지를 주지 않고 그렇게 한다. 구체적으로, 혁명적 사회주의자로서 우리는 젤렌스키나 하마스 지도부의 부르주아 민족주의/이슬람주의 정치에 반대한다.
 
혁명적 사회주의를 자임하지만 기회주의 전통에 같은 뿌리를 두고 있는 두 조직 ISA(국제사회주의대안)와 CWI(노동자인터내셔널위원회)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가자 전쟁에서 모두 이와는 다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는 중립 입장, 즉 반동적 기권주의 입장을 제창하며 우크라이나 인민의 민족방위 전쟁을 "대리전쟁"이라고 비난한다.[2]
 
 하마스나 이스라엘이나 도긴개긴?
 
가자 전쟁에서는, 두 조직 모두 사회평화주의 · 친시온주의 입장을 취하고 있다.[3] 그들은 전쟁에 반대하지만 현 전쟁에서 팔레스타인의 항전을 지지하기는 거부한다. 이스라엘에 지부를 두고 있는 ISA는 하마스와 시온주의 이스라엘 국가를 별반 다를 바 없는 세력이라며 퉁 쳐버린다. "하마스는 우파 친자본주의 세력으로 지난 17년 동안 가자의 집권당으로 기능해왔다. 하마스는 노동자들의 파업을 탄압하고 여성, 성소수자 권리를 억압하는 경찰의 역할을 한다. 우리는 하마스를 팔레스타인 대중과 혼동해서는 안 된다. 하마스는 본질적으로 반노동자 조직이다."
 
그리하여 ISA는 “모든 희생자들”과의 연대를. 즉 피억압 민족의 희생자뿐만 아니라 억압 민족의 희생자와의 연대를 표한다. "ISA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지부는 평범한 사람들과 연대한다. 울타리 양쪽 사망자의 친척 및 모든 지역공동체의 부상자들과 연대한다. 그리고 납치된 민간인들과 연대한다." (또 다른 인용구: "우리는 전쟁과 테러의 모든 희생자와 연대하고, 일어서 맞서 싸우고 있는 사람들과 함께 한다").
 
CWI도 사실상 같은 입장을 취한다. “사회주의자들은 하마스와 헤즈볼라 등 우파 정치적 이슬람에 기반을 둔 당들에 지지를 줄 수 없다. 그들은 노동자의 권리와 성소수자 권리 그리고 여성 평등에 반대한다. 그리고 그들의 군사 전략은 팔레스타인인들에게 해방도, 인간다운 생활수준도, 분쟁의 종식도 가져오지 않을 것이다. 이 중 어느 것도 자본주의 하에서는 가능하지 않다. 팔레스타인인들에게 전진하는 길은 부유한 엘리트들의 이익과는 독립적으로 노동자들과 가난한 사람들의 이익에 기반을 둔 대중투쟁 – 사회주의 인티파다 – 을 민주적으로 조직하는 것을 통해서 열릴 것이다.”
 
 피억압자의 투쟁을 버리는 패로 취급하다
 
하마스와 이스라엘을 이와 같이 도긴개긴 이라며 퉁 치는 것은 실로 후안무치한 짓이다. 하마스가 "친자본주의적"이라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지난 수십 년 피억압 민족들의 투쟁 중 지도부가 "친자본주의적"이지 않은 투쟁이 얼마나 있었는가? 혁명적 프롤레타리아 세력이 대중의 투쟁 지도부를 떠안을 만큼 충분히 강하지 않은 한, 그러한 민족해방 투쟁은 보통 "친자본주의적" 세력들에 의해 이끌릴 것이다. 그러나 이렇다고 해서 어떻게 사회주의자들이 대중의 투쟁을 편 들지 말아야 한다는 이야기가 가능한가?! 팔레스타인, 시리아, 이집트, 수단, 미얀마, 우크라이나, 체첸 등에서 (즉, 비 혁명적 지도부 하에서) 일어나고 있는 바와 같은 대중의 투쟁에 대해 버리는 패로 취급하는 논리가 어떻게 사회주의자에게서 가능한가?!
 
현재 대부분의 노동자 투쟁이 못지않게 "친자본주의적"인 노동조합 상층 관료에 의해 이끌린다는 것 또한 사실이 아닌가. 그래서 단지 노동자들이 아직 올바른 지도부를 올려놓지 못했다는 이유로 사회주의자들이 계급투쟁을 버리는 패로 취급할 권리를 부여 받는가?! 반동들만이 그러한 입장을 취할 수 있을 것이다! 아니면, “트로츠키주의”를 자임하는 ISA/CWI 지도부들은, 민족투쟁은 계급투쟁의 한 형태라는 트로츠키의 언명을 무시하는가? "종파주의자는 미로처럼 가장 복잡하면서도 동시에 극히 중요한 계급투쟁 형태 중 하나인 민족투쟁이 미래의 세계혁명에 대한 앙상한 언급으로 중지될 수 없다는 사실을 간단히 무시한다."[4]
 
혁명가들은 정당한 투쟁을 제쳐놓지 않고, 통일전선 전술을 바탕으로 그러한 투쟁에 참가할 때에만 대중 속에서 영향력을 득할 수 있다. 그러한 입장은 대중에게 비 혁명적 지도부의 한계와 오류를 설명하는 것과 결합되어야 한다. 사실상 ISA/CWI의 접근법은 피억압자의 정당한 전쟁을 지지하길 거부하는 명분이다. 즉, 거부 입장 정당화 논리다. (1982년 말비나스 [“포클랜드”] 전쟁에서 제국주의 영국과 반식민지 아르헨티나 양측 모두에 대해 패전주의를 내건 그 기회주의 전통에 뿌리를 둔 모든 조직이 그 때 이래로 되풀이해서 이 같은 입장을 취해왔다).[5] 이는 계급투쟁 방기에 다름 아니다!
 
이러한 비겁한 중도주의자들과는 대조적으로, RCIT 이스라엘/점령지 팔레스타인 지부는 원칙 있는 반제국주의 입장을 취한다. "영웅적인 팔레스타인 저항투쟁을 지지하자! 이스라엘에게 패배를!"[6], "하마스와 아랍 대중에게 승리를! 시온주의 아파르트헤이트 체제 타도!"[7]. 우리는 하마스의 강령과 방법에 대한 우리의 반대 입장을 되풀이해서 표명했다. 그러나 또한 우리는 하마스를 "테러 단체"라고 부르며 하마스가 팔레스타인 저항투쟁의 주도 세력이라는 사실을 부인하려는 제국주의 열강 및 그들 언론의 비난 규탄을 거부한다.[8] ISA/CWI의 하마스에 대한 설익은 형태의 비난은 이러한 제국주의 프로파간다의 엉성한 모조품이다.
 
 제국주의적 경제주의 방법(론)
 
ISA와 CWI가 팔레스타인 저항투쟁의 편을 들지 못하는 데는 맑스주의 제국주의론을 부정하고 민족 억압에 맞서 싸우는 강령을 거부하는 데 그 뿌리가 있다. 제국주의 하에서 억압민족과 피억압민족으로 나뉘는 것을 부정하며, 자본주의 제국주의와 자본주의 반식민지를 구분하길 거부하고 자본주의 국가는 사실상 모두 제국주의 국가라고 간주하는 이러한 제국주의적 경제주의 방법(론)에 대해 우리는 특별 팜플렛에서 상세히 비판한 바 있다.[9]
 
팔레스타인의 경우, 이러한 접근법은 특히 어이없는데, 이것은 두 민족 간의 "통상적"인 분쟁이 아니라 특수한 분쟁이기 때문이다. 언제나 이스라엘은 원주민 팔레스타인을 추방하는 바탕 위에서 존재하는 ㅡ 그리고 오직 그렇게만 존재할 수 있는 ㅡ 정착민-식민주의 국가였고 지금까지 그러하다. 그러나 ISA와 CWI는 이 사실을 철저히 무시하고 "사회주의적" 2국가 해법을 제창한다.
 
따라서 ISA와 CWI는 "자신의 국가를 창설할 이스라엘 인민의 민족적 권리를 인정한다."[10] 다시 말해, 억압의 희생자뿐만 아니라 그러한 억압으로부터 이득을 얻는 자 모두 같은 "권리"를 가진다는 것이다. 이제 여기서 결론으로 CWI/ISA의 2국가 해법이 나온다. "우리는 또한 팔레스타인인들의 자결권을 지지하며, 지역 사회주의 연방의 일부로서 사회주의 이스라엘과 함께 독립·사회주의 팔레스타인을 제창한다."[11]
 
현 상황에서는, ISA는 다소 희석된 형태로 이 입장을 제창한다. (팔레스타인·아랍 대중 속에서 이런 입장이 아주 인기 없다는 사실에 확실히 영향을 받은 것이다). "휴전 경계선 양쪽에서의 대중투쟁과 울타리 양측 공동체들의 재건을 위하여, 그리고 이 지역의 사회주의적 변화를 위한 투쟁의 틀 속에서 생존권, 자결권, 인간다운 삶을 기반으로 하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위하여"
 
이와 같이 ISA와 CWI는 피억압 민족의 “자결권”을 억압 민족의 “자결권”과 같은 지평에 놓고 있다. 사실상 이는 수백만 팔레스타인 난민의 귀환권을 부정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시온주의에 대한 "사회주의적" 영합이라는 부끄러운 입장을 근거로 해서 볼 때, ISA와 CWI가 이스라엘 아파르트헤이트 국가에 대항해 투쟁하는 팔레스타인 저항세력을 지지하길 거부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RCIT 이스라엘/점령지 팔레스타인 지부의 접근법은 매우 다르다. 최근 발표한 문서에서 밝혔듯이, 우리는 "중동 노동자계급 · 피억압 대중의 사회주의혁명"을 제창한다. “우리는 시온주의 국가의 파괴와 팔레스타인 난민들의 무조건적인 귀환권, 그리고 강에서 바다까지 단일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에 찬성한다. 이러한 단일 팔레스타인 국가는 지역 전체 사회주의연방의 일부로 민주적·세속적인 노동자·빈농 공화국이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단일 팔레스타인 국가에서 유대인은 완전한 종교적·문화적 권리를 가진 소수자일 것이다. 또 이러한 전략은 인민대중에 의한 아랍·페르시아 지배자들의 타도를 목표로 한다.”[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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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우크라이나 전쟁과 현 나토-러시아 분쟁에 대한 RCIT 문서 160여 편이 다음의 우리 웹사이트 특별 페이지에 수록되어 있다. https://www.thecommunists.net/worldwide/global/compilation-of-documents-on-nato-russia-conflict/. 특히 다음 문서를 보라. < [RCIT 선언] 우크라이나 전쟁: 세계사적 의의를 갖는 전환점에서 사회주의자들의 임무>, 2022년 3월 1일, https://blog.wrpkorea.org/2022/05/rcit.html; 다음도 보라. 우크라이나 전쟁 1주년에 즈음한 RCIT 격문 - 영웅적인 우크라이나 인민에게 승리를! 러시아 제국주의에게 패배를! 나토 제국주의를 지지해선 안 된다!>, 2023년 2월 10일, https://blog.wrpkorea.org/2023/02/1-rcit.html.
 
[2]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ISA의 입장을 비판한 우리의 최근 기사로는, 다음을 보라. Michael Pröbsting Ukraine War: Beating the Dummy. A commentary on a hidden polemic of the ISA against its internal critics, 27 February 2023, https://www.thecommunists.net/worldwide/global/ukraine-war-beating-the-dummy/
 
[3] ISA의 다음 문서들을 보라. Amid Normalization of Occupation and Siege, New War Erupts, 9 October 2023, https://internationalsocialist.net/en/2023/10/israel-palestine; Stop the Onslaught on Gaza, 21 October 2023, https://internationalsocialist.net/en/2023/10/israel-palestine-2; “The Middle East is on the Brink of Falling Into the Abyss” — The Gaza War Enters Its Third Week, 23 October 2023 https://internationalsocialist.net/en/2023/10/israel-palestine-4; CWI의 문서들은 다음을 보라. Stop the Israel-Gaza war! For workers’ unity and struggle against national conflict and oppression, 9 October 2023, https://www.socialistworld.net/2023/10/09/stop-the-israel-gaza-war-for-workers-unity-and-struggle-against-national-conflict-and-oppression/. (이 글의 인용문은 다른 언급이 없는 한 모두 위 문서들에서 인용한 것이다).
 
[4] Leon Trotsky: Independence of the Ukraine and Sectarian Muddleheads (July 1939), in: Writings 1939-40, p. 50, online: https://www.marxists.org/archive/trotsky/1939/07/ukraine.htm
 
[5] 이에 대해서는 다음 문서도 보라. Michael Pröbsting: The Struggle of Revolutionaries in Imperialist Heartlands against Wars of their “Own” Ruling Class. Examples from the history of the RCIT and its predecessor organisation in the last four decades, 2 September 2022, https://www.thecommunists.net/theory/the-struggle-of-revolutionaries-in-imperialist-heartlands-against-wars-of-their-own-ruling-class/
 
[6] 2023년 가자 전쟁에 대한 RCIT 최신 문서들을 모아 정리해놓은 다음의 우리 웹사이트 특별 페이지에 들어가 볼 것을 독자들에게 권한다. https://www.thecommunists.net/worldwide/africa-and-middle-east/compilation-of-articles-on-the-gaza-uprising-2023/. 특히, 11개 언어로 발표된 다음의 첫 번째 RCIT 성명을 보라. <[긴급성명] “점령자들을 쫓아내야 할 때다!”- 영웅적인 팔레스타인 저항을 지지하자! 이스라엘에게 패배를!>, 2023년 10월 7일, https://blog.wrpkorea.org/2023/10/blog-post.html.
 
[7] Yossi Schwartz: More News from the War, 9.10.2023, https://the-isleague.com/more-news-from-the-war/
 
[8] 다음을 보라. 미하엘 프뢰브스팅, <하마스 “테러 단체” 운운에 대하여>, 2023년 10월 20일, https://blog.wrpkorea.org/2023/10/blog-post_21.html
 
[9] 이에 대해서는 다음 팜플렛을 보라. Michael Pröbsting: The Poverty of Neo-Imperialist Economism. Imperialism and the national question - a critique of Ted Grant and his school (CWI, ISA, IMT), January 2023, https://www.thecommunists.net/theory/grantism-imperialism-and-national-question/
 
[10] Peter Taaffe: What’s Left? – not Nick Cohen! 08/03/2007, https://www.socialistparty.org.uk/articles/2154/08-03-2007/what-s-leftnot-nick-cohen/
 
[11] Peter Taaffe: A socialist World is possible - the history of the CWI, CWI Publications & Socialist Books, London 2004, p. 86, https://internationalsocialist.net/en/pdf/docs/CWI_History2004.pdf
 
[12] Michael Pröbsting: Gaza Uprising: Another Turning Point in the World Situation. Thoughts on Israel’s war against the Palestinian people and its possible regional and global consequences, 11 October 2023, https://www.thecommunists.net/worldwide/africa-and-middle-east/gaza-war-and-consequences-for-world-situ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