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제국주의, 그때와 지금

반제국주의, 그때와 지금

- 세계자본주의 변화에 따른 반제 원칙들의 적용 문제에 대하여

    미하엘 프뢰브스팅, 혁명적 공산주의인터내셔널 동맹 (RCIT), 202464, www.thecommunists.net

 
 차례

1. 들어가며
 
2. 반제 원칙들
 
3. 제국주의 시대 내 각 시기와 그에 조응하는 반제 강령의 각 요소
 
4. 제국주의 자본주의의 사회-경제 지형에 일어난 중요한 변화
 
5. 맑스주의 전략에 미치는 결과들
 
                       * * * * 
 
  1. 들어가며
 
제국주의 열강과 이 열강들의 패권경쟁 및 전쟁은 자본주의 최후 단계의 주요 특징이다. 맑스주의자들에게 이는 길게 말할 필요가 없는 공리다. 이 자본주의 최고 최후 단계가 제국주의 시대(epoch)”라고 불리어온 것도 그 때문이다. 현대사 1백년 넘게 오늘날까지 언제나 제국주의 침략과 전쟁에 대항하는 투쟁이 혁명적공산주의 강령의 기본 구성요소가 되어온 것도 그 때문이다.
 
20세기 초 제국주의 시대 시작 이래로 이와 같은 기본 특징은 변함없이 이어져오고 있지만, 혁명적 반제국주의 투쟁 강령의 구체적 적용과 그 개별 요소들의 현실 관련성은 이 제국주의 시대 내 각 역사적 시기의 구체적 특수성에 따라 변화해왔다.
 
이 글에서는 반제국주의 원칙들에 대한 간략한 정리에 이어, 과거 각 시기에 이 원칙들이 어떻게 적용되어야 했는지,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는 오늘날 어떻게 적용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상술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반제 강령의 구체적 적용에 영향을 미치는 현대 자본주의의 기저 변화와 이 변화가 맑스주의 전략에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에 대해 논할 것이다.
 
 2. 반제 원칙들
 
이에 대해서는 두 권의 책과 그 밖의 문건들에서 아주 세부적으로까지 자세히 설명한 바 있으므로[1] 여기서는 반제국주의 원칙들을 간략히 요약 정리하는 것으로 국한하겠다. 제국주의는 현대 자본주의의 중심 요소이므로 제국주의와의 투쟁은 노동자계급 정치의 기본적 · 단초적 요소다. , 제국주의에 대항하는 투쟁은 맑스주의 강령과 계급투쟁의 일반적 방법을 반배외주의, 반군국주의 투쟁 지형에 적용하는 것을 기본 방향으로 한다.
 
맑스주의 반제투쟁 강령은, 노동자계급은 그 본성상 국제 계급이라는 공리에 기초한다. 노동자계급의 이익은 제국주의 부르주아지의 이익과 가장 첨예하게 대비된다. 해당 기업의 노동자들이 기업 오너와 공통의 이해관계를 가지지 않듯이 전체 노동자계급도 해당 제국주의 국가의 지배계급과 공통의 이해관계를 가지지 않는다. 정반대로, 노동자들은 우리회사의 오너를 약화시키고 패배시키고 마침내 몰수 수탈하길 원하는 것처럼, 해당 제국주의 나라의 노동자들도 우리나라 지배계급을 약화시키고 패배시키고 마침내 타도하길 원한다. 동시에, 한 기업의 노동자들은 다른 기업의 동료 노동자들과 공통의 이해관계를 공유하기 때문에 공동으로 함께 노동조합으로 조직화한다. (노동운동에서 경제주의를 극복해낼 경우) 한 나라의 전체 노동자들로서도 마찬가지 경우인데, 국외의 동료 노동자들과 동일한 계급적 이해관계를 공유하기 때문이다.
 
제국주의 자본주의는 한줌의 강대국들과 함께 독점체들이 세계 지배를 놓고 투쟁하는 체제다. 이 체제는 군사적 위기와 긴장고조와 전쟁을 필연적으로 유발하는 화해할 수 없는 모순을 특징으로 하는 체제다. 따라서 우리는 자본주의가 그러한 적대를 어떻게든 극복하고 평화로운 자본주의 세계질서를 확립할 수 있다는 평화주의적 환상을 반박한다. (이 같은 평화적인 초제국주의”, “평화공존론 등은 처음에 카우츠키가 정립하고 그 뒤에 사민주의자들과 스탈린주의자들이 이어받은 개념이다). 군국주의가 불러오는 살상과 파괴를 제거하는 유일한 길은 강대국을 분쇄하고 자본가 지배계급을 타도하는 것, 사회주의 세계혁명을 통한 세계 노동자·농민공화국 연방을 수립하는 것에 있다.
 
이러한 이유들로 제국주의 나라의 노동자들은 자신의 계급적 적이 연루된 모든 분쟁을 노동자계급의 이익을 증진시키고 투쟁력을 강화하고 나아가 자본가 지배계급을 타도하는 기회로 이용할 것이다. 역사적으로 이러한 투쟁방향과 전술을 담아내고 발전시켜낸 것이 다름 아닌 혁명적 패전주의 강령[2]이다. 트로츠키가 이끈 좌익반대파는 이 강령을 다음과 같이 정식화 한 바 있다. "우리가 말하는 패전주의는 무슨 의미인가? 당의 전체 과거 역사에서, 패전주의는 외부 적과의 전쟁에서 자국 정부의 패배를 바라고 국내 혁명투쟁의 방법들에 의해 그러한 패배에 기여하는 것을 의미한다..."[3]
 
제국주의 시대에는 세 가지 국가 카테고리가 있다. 맑스주의자는 세 범주의 국가를 구분한다. 제국주의국가/식민지·반식민지국가/ 노동자국가다. (노동자국가에는 퇴보·타락한 노동자국가도 포함한다). 계급 국가의 이 세 가지 기본 유형의 존재를 이해함이 없이는, 사회주의자들은 제국주의 시대에 올바른 투쟁방향을 찾는 것이 불가능하다. "노동자들에게 제국주의국가/ 식민지국가/ 노동자국가 등, 국가의 계급적 성격과 이 국가들 간의 상호관계, 그리고 그들 각각의 내적 모순을 올바르게 이해하도록 가르치는 것은 노동자들이 정세 속에서 올바른 실천적 결론을 끌어낼 수 있게 해준다."[4]
 
맑스주의자는 이러한 범주들에 조응하여 기본적으로 두 유형의 전쟁을 구분한다. 억압전쟁해방전쟁이다. 억압전쟁은 두 반동적 진영 간의 충돌로서, 여기서는 노동자계급이 어느 편도 지지하지 않는 전쟁이다. 이 같은 전쟁의 예가 제국주의국가들 간의 충돌이나 반동적 내전이다. 해방전쟁은 ()식민지나라의 제국주의열강과의 투쟁이나, 민족적으로 억압받는 인민의 지배민족과의 투쟁이나, 내전에서 진보적 진영의 투쟁이나, (퇴보·타락한) 노동자국가의 자본주의국가와의 투쟁 등이다. 그러한 충돌에서 사회주의자들은 반제국주의 진영 또는 반반동 진영을 모호함 없이 분명하게 지지한다.
 
일본이 상해를 향해 진군하고 프랑스가 시리아나 모로코를 향해 진군할 때도 자본주의 강도들은 언제나 '방위' 전쟁을 수행한다. 혁명적 프롤레타리아트가 구분하는 것은 억압전쟁과 해방전쟁뿐이다. 전쟁의 성격은 외교적 위조에 의해서가 아니라 전쟁을 수행하는 계급이 어느 계급이냐, 이 전쟁에서 그 계급이 추구하는 객관적 목표가 무엇이냐에 의해 규정된다. 제국주의 국가들의 전쟁은, 내거는 명분과 정치적 수사를 빼고 나면 모두 억압적 성격의 전쟁으로, 반동적이고 인민에게 해악이다, 오직 프롤레타리아트와 피억압민족들의 전쟁만이 해방전쟁으로 성격규정 될 수 있다."[5]
 
전쟁의 유형에 따라 다른 전략이 요구된다. 제국주의국가들 간의 충돌에서 (그리고 그밖에 똑같이 반동적인 진영들 간의 충돌에서도) 국제노동계급 연대의 원칙은 사회주의자들이 양 진영 모두에 반대할 것을 요구한다. 사회주의자들은 자국 지배계급뿐만 아니라 상대방 제국주의 진영의 지배계급에 대해서도 편 들기를 거부해야 한다. 양측 모두의 패배와 나아가 양측 모두의 타도를 위해 투쟁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사회주의자들은 지배계급의 배외주의 프로파간다를 일절 배격한다. 사회주의자들은 국 지배계급을 지지하는 것에 반대하여, 비타협적 계급투쟁을 전파한다. (1차 세계대전 당시 "주적은 국내에 있다"라는 칼 리프크네히트의 유명한 구호를 따른다). 이 전략은 전쟁 시에, 1914년 레닌과 볼셰비키당에 의해 정식화된 바와 같이 혁명가들이 "제국주의 전쟁을 내란으로 전화"시키기 위해 투쟁한다는 것, 즉 전쟁 조건하에서 프롤레타리아트의 권력장악 투쟁을 밀어간다는 방침을 담고 있다. 이러한 프로그램, 이러한 강령이야말로 국제노동계급을 국제주의 토대 위에서 통일단결 시키고, 노동자들을 국 제국주의 부르주아지 (및 노동자운동 내 이 부르주아지의 하수인들)와 묶어 놓는 일체의 애국주의적통일단결을 깨는 유일한 길이다.
 
제국주의부르주아지와 피억압인민 간의 충돌에서, RCIT는 전 세계 노동자·민중 조직들에게 혁명적 반제국주의노동계급 국제주의의 정신으로 단호하게 행동할 것을 촉구한다. 제국주의 침략자에 대항하여 피억압인민을 무조건적으로 지지해야 하며, 제국주의 침략자의 패배를 위해 싸워야 한다. 반제국주의 통일전선 전술 적용이 필요하다. 반제통전은 이들 피억압인민을 대표하는 세력을 편 드는 것, 그러나 그 지도부 (보통 소부르주아 민족주의자들이나 이슬람주의자들, 때로는 반식민지 부르주아국가)에 정치적 지지를 주지 않고 편 드는 전술이다. 제국주의 나라의 사회주의자들은 강대국 특권을 지지하는 사회배외주의자들뿐만 아니라 피억압자의 투쟁을 지지하는 것에서 기권하는 비겁한 중도주의자들에 대해서도 무자비하게 싸워야 할 의무가 있다. 사회주의자는 피억압인민의 반제국주의적 애국주의를 지지하며, 그들이 사회주의적, 국제주의적 의식을 발전시키도록 돕는다. 사회주의자들은 그러한 프로그램에 바탕해서만 피억압인민의 노동자·농민이 제국주의 나라의 진보적 노동자들을 신뢰하고 이들과 통일단결 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낼 수 있다. 오직 그러한 기초 위에서만 국제 노동자계급을 국제주의 토대 위에서 통일단결 시키는 것이 가능해진다. 오직 그러한 전략으로만 공산주의자들이 피억압 대중의 동요하는 소부르주아 지도부를 대체하는 것이 가능해진다.[6]
 
 
 3. 제국주의 시대 내 각 시기와 그에 조응하는 반제 강령의 각 요소
 
위에서 언급한 반제 원칙들은 제국주의 시대 내내 두루 통용되지만, 그 구체적 적용은 자본주의 세계질서의 구체적 형태와 그 내적 모순에 좌우된다. 간략히 개관해 보자.
 
1914년 이전 제국주의 시대의 첫 번째 시기에는 제국주의 열강들 (주로 영국, 프랑스, 독일, 러시아, 미국, 일본) 간의 긴장이 세계정세의 지배적인 특징이었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이 긴장은 1914-18년의 파괴적인 1차 세계대전으로 결과했다. 2인터내셔널의 대다수가 부르주아지 진영으로 투항하였고, 모든 제국주의 열강에 대항하여 일관되게 싸우는 데 실패하여 인터내셔널이 파산 붕괴했지만, V. I. 레닌이 이끄는 볼셰비키는 혁명적 패전주의 강령에 기초하여 국제주의 소수파를 조직했다. 이 국제주의 소수파가 19193월에 창설된 제3, 공산주의 인터내셔널 (코민테른)의 중핵이 되었다.
 
1914년 이전 시기의 또 다른 특징은, (나중으로 갈수록 덜 두드러지기는 했지만) 제국주의 열강의 남반구 인민들을 상대로 한 식민전쟁과, 그리고 억압자들에 대항하는 민중봉기였다. 후자의 예로는, 19세기 후반 소말리아의 데르비시 운동과 수단의 마흐디 운동에 의한 반영 봉기, 1904-07년 독일 지배자들에 대한 헤레로족-나마족 봉기, 1899-1901년 중국의 의화단 운동이 있다.
 
1914년에서 1945년까지의 시기에는 충돌의 모든 유형이 특히 날카로운 표현을 취했다. 이 시기에 있은 두 세계대전 가운데 첫 번째는 오직 제국주의 열강들 간의 충돌인 데 비해 두 번째는 세 가지 충돌의 조합이었다. , 2차 세계대전은 제국주의 상호 충돌 (··프 대 독일·이탈리아·일본), 제국주의열강과 퇴보·타락한 노동자국가 간의 충돌 (독일 대 소련), 그리고 민족해방전쟁들 (중국의 항일전쟁, 유럽 내 독일 점령지의 파르티잔 전쟁, 에티오피아의 항 이탈리아 전쟁 등), 이 세 가지가 결합된 전쟁이었다.
 
이 모든 충돌에서 혁명가들 처음에 볼셰비키와 공산주의인터내셔널, 그리고 그 뒤에는 그 계승자 트로츠키의 제4인터내셔널 은 제국주의 상호간의 충돌에서는 양 진영 모두에 대해 패전주의 입장을 취했지만, 다른 해방전쟁들에서는 피억압민족들과 소련을 지지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1947/48년 냉전 시작 시점부터 1989-91년의 스탈린주의 붕괴까지의 시기는 이전 시기와 비교하여 몇 가지 다른 특징을 지녔다. 제국주의 상호간의 경쟁이 사라지지 않았지만, 부차적인 특징이 되었다. 그 이유는 한편으로는, 제국주의 열강들과 스탈린주의 국가들 (가장 중요하게는 소련) 간의 냉전 때문인데, 이 냉전이 제국주의 열강들 간의 상호 경쟁을 뒤로 밀어 놓고, 미국을 중심으로 하여 스탈린주의 국가들에 맞서 힘을 합치도록 몰아간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2차 세계대전의 결과로 미 제국주의가 자본주의 진영 내 절대 패권국 지위에 오르게 된 때문이다. 나아가 이 시기는 또 서구 열강에 중요한 패배를 안긴 일련의 반식민 · 민족해방 투쟁들 (베트남 전쟁, 알제리 전쟁 등)이 전개됐다.
 
1991년에서 2008(‘대침체의 해)까지의 시기는 스탈린주의 퇴보·타락한 노동자국가들의 소멸과 미 제국주의의 절대패권으로 성격규정 되는 시기다. 이 시기에 다른 제국주의 열강들 서유럽, 일본, 그리고 재부상하는 (푸틴 하의) 러시아 은 미국에 실질적으로 도전하기에는 너무 약했다. 그러나 이 시기는 특히 그 후반 국면에서 미 패권이 쇠퇴하기 시작한 시기였다. 이 시기에 가장 중요한 전쟁들은 이라크·아프간 인민들의 미국 및 그 동맹국들에 맞선 투쟁, 그리고 체첸 인민의 러시아에 맞선 투쟁 등과 같은 민족해방 투쟁들이었다. 그밖에 중요한 전쟁으로 1990년대 발칸반도의 전쟁들이 있다. 이 모든 전쟁들에서 혁명적 공산주의자들은 제국주의 · 반동 침략자들에 대항하여 해방전쟁들을 지지했다.
 
2008년에 시작된 현 역사 시기는 경제 정체와 인도주의적·생태적 재난, 전쟁과 혁명적 위기로 표현되고 있는 자본주의 쇠퇴의 가속화 시기다. 기본적으로 두 유형의 충돌이 이 시기에 전개되고 있다. 한편으로는 기존 서방 제국주의에 맞서 중국·러시아의 제국주의 열강 부상으로 인해 제국주의 간 패권경쟁이 대대적으로 격화되어왔다. 동시에, 민족해방 전쟁 (예를 들어 2021년까지 아프간에서[7], 20222월 이래 우크라이나의 민족방위전쟁[8], 이스라엘의 제노사이드 학살에 맞선 현 가자 전쟁[9] )이나, 진보적 내전 (2011년 이래 아사드 폭정에 대항하는 시리아 내전[10], 2021년 군사쿠데타 이래 미얀마 내전[11])이 세계정세의 중요한 초점이 되고 있다.[12]
 
 
 4. 제국주의 자본주의의 사회-경제 지형에 일어난 중요한 변화
 
지난 백 년 제국주의적 자본주의의 사회-경제 지형 상에 몇 가지 중요한 변화가 있었다. 현 시기의 성격과 그에 조응하는 계급투쟁 과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고려해야 할 지점들이다. 이 사태발전에 대해서는 RCIT가 이미 아주 상세하게 분석해왔으므로 여기서는 간략한 요약정리로 국한하고 독자들에게는 우리의 연구문서들을 참조할 것을 권한다.
 
먼저, 자본주의 가치 생산의 극적 이동과 그에 상응하는 국제 노동자계급의 극적 이동이 진행되어 왔다. 레닌과 트로츠키 시절에 남반구의 ()식민지 나라들은 여전히 자본주의적 발전에서 뒤떨어졌고 산업생산의 본거지는 대부분 북미와 서유럽의 제국주의 나라들 (그리고 그보다 정도는 덜하지만 일본)이었다. 그에 상응하여 국제 노동자계급도 대부분이 이들 제국주의 나라들에 거주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는 지난 수십 년간 크게 변화하였다. 1950년에 전 세계 산업노동자의 34%가 남반구에 거주하고 있었는데, 1980년에는 이 비율이 약 50%로 상승하였고, 2013년에는 전체 산업노동자의 83.5%가 반식민지 나라들 및 신흥 제국주의 중국에서 살며 노동했다. 전체적으로 세계 임금노동자의 약 ¾이 서방 제국주의 나라들 이외의 지역에 거주하고 있다.[13]
 
이에 따라 자본주의 가치 생산도 그 대부분이 더 이상 서방 제국주의 나라들에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지배계급도 지난 몇 년간 글로벌 공급망 붕괴를 겪으며 고통스럽게 알아차렸다. 1985년에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가 세계 제조업의 약 55%를 담당했는데, 이 비율이 2018년에는 30% 미만으로 감소했다.[14] (아래 표 1도 참조)
 
 
1. 2019년 세계 산업 부가가치의 지역별 점유율[15]
 
지역                  점유율
 
중국                  24.9%
 
미국                  16.6%
 
동북아시아           8.8%
 
      일본              6.4%
      한국              2.4%
 
서유럽                 8.7%
 
동남아(ASEAN)      4.8%
 
오세아니아           1.6%
 
 
이러한 변화는 기본적으로 두 가지 과정을 반영한다. 하나는 중국이 미국의 장기간 패권에 도전하는 새로운 제국주의 열강으로 부상해온 과정이다.[16] 이는 중국이 세계 최대기업 순위에서 미국과 함께 선두 국가가 된 사실에서 드러난다. (아래 표 2의 포춘 글로벌 500대 기업 순위표의 계산에 따를 때). 억만장자 세계 순위에서도 같은 그림을 볼 수 있다. (3 참조). 그리고 군사비 지출에서 이미 미국에 여전히 많이 뒤쳐져 있지만 세계 2위가 되었다. (미국 9,160억 달러 대 중국 2,960억 달러).[17]
 
2. 포춘 글로벌 500대 기업 순위 상위 10개국 (2023)[18]
 
  나라    기업 수       점유율
 
1 미국    136개         27.2%
 
2 중국    135개        27.0%
 
3 일본     41개         8.2%
 
4 독일     30개         6.0%
 
5 프랑스   23개        4.6%
 
6 한국      18개        3.6%
 
7 영국      15개        3.0%
 
8 캐나다    14개       2.8%
 
9 스위스    11개       2.2%
 
10 네덜란드 10개      2.0%
 
 
3. 후룬(
胡润) 세계부호 순위 2021년(1,2위 중국,미국)[19]
 
         "알려진" 세계 억만장자 각국 비중 2021
 
중국           1058명       32.8%
 
미국            696명        21.6%
 
 
다른 하나는 제국주의 열강들이 남반구의 산업생산에 갈수록 의존이 커져온 과정이다. 강대국들에게 반식민지 나라들에 대한 초과착취와 지배가 점점 더 중요해진 이유다. 실제 의존도는 공식 수치가 제시하는 것 (보통 미 달러화로 계산)보다 훨씬 더 크다. 부등가교환, 환율 조작, 다국적기업 내부 거래 등 다양한 메커니즘을 통해, 제국주의 나라에서 생산된 가치는 과대평가되고 반식민지 나라에서 생산된 가치 비중은 과소평가되기 때문이다.[20]
 
레닌과 트로츠키가 살던 시기와 2차 세계대전 이후 시기 간의 또 다른 중요한 차이는 식민지 대부분이 반식민지로 전화한 것, 즉 형식적으로는 정치적 독립국이지만 여전히 제국주의 세계질서 속에서 계속 종속적이고 초과착취 당하는 지위에 있는 나라들로 전화한 것이다.
 
나아가 세계화, 즉 생산과 무역의 전 세계적 통합이라는 거대한 과정이 진행되어 왔다. 2차 세계대전 종전과 2008년 대침체 사이의 기간에 세계 생산량 (세계 GDP) 대비 상품교역 비율은 약 10%에서 50%에 육박할 정도로 지속적으로 증가해 왔다. 그 때 이래로 이 비율은 약간 하락했지만 여전히 41%에서 48% 사이를 오가고 있다.[21]
 
그러나 제국주의 상호 패권경쟁이 가속화되면서 서방 열강과 중국·러시아 간의 무역은 감소하고 있는 반면 각 블록 내에서는 증가하고 있다. 최근 발표된 IMF 경제학자들의 연구보고서는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우리는 냉전시대 당시처럼 블록 간 무역·투자가 블록 내 무역·투자에 비해 줄어들고 있는 것을 보게 된다. 탈동조화 (디커플링)는 이전 에피소드에 비해 여전히 작지만, 지정학적 긴장이 지속되고 규제적인 무역정책이 계속 고조될 경우 초기 단계에서 발전하여 크게 악화될 수 있다."[22] 이미 RCIT10여 년 전에 이러한 사태발전을 예측한 바 있다. "그 결과, 여러 형태로 보호무역주의와 지역화 경향이 있을 것이다. 각 강대국은 그 주변에 지역 블록을 형성하고 다른 강대국의 접근을 제한 규제하려 할 것이다. 정의상 이것은 수많은 충돌과 최종적 전쟁으로 결과할 수밖에 없다."[23]
 
마지막으로, 2차 세계대전 이후의 시기에 또 다른 중요한 변화는 제국주의 나라들에서 노동귀족층의 확대 · 공고화다. 레닌이 설명했듯이, 노동귀족층은 부르주아지에 의해 각종 특권으로 매수된 노동자계급의 최상위층이다. (예를 들어, 고임금 전문·숙련 노동자들의 특정 부문). 제국주의 나라에서 노동귀족층을 매수하고 그로써 노동계급 연대를 약화시키는 재정적 원천은 초과이윤에서 나온다. 즉 독점자본이 국외에서 반식민지 나라 인민과 국내에서 이주자를 초과착취 하여 얻는 특별 이윤으로부터 노동귀족층 매수 재원이 도출된다는 것이다. 불행하게도, 노동귀족층이 그에 기반한 노동관료와 더불어 제국주의 나라의 노동조합 및 개량주의 당 내부에서 지배적인 역할을 한다. 이데올로기 차원에서 이 층들은 피억압인민을 향한 그리고 이주자와 같은 프롤레타리아트의 더 낮은 층을 향한 광범한 인민대중에게 편견을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혁명적 공산주의자들은 이 현상을 귀족주의로 지칭해왔다.[24]
 
 
 5. 맑스주의 전략에 미치는 결과들
 
이 마지막 장에서는 이 변화들이 맑스주의 전략에 미치는 몇몇 결과에 대해 총괄 정리할 것이다.
 
1) 제국주의 상호 패권경쟁과 함께 제국주의침략 및 민족해방투쟁이 오늘 세계정세의 핵심 축을 이루고 있다는 점에서 혁명적 반제국주의는 현 시기에 결정적 중요성을 가진다. 모든 강대국에 대한 일관된 혁명적 패전주의 입장 없이는, 그리고 피억압인민의 투쟁에 대한 무조건적 지지 없이는 공산주의자라는 것은 불가능하다.
 
2) 맑스주의자에게 이론과 실천 상의 국제주의는 핵심 필수 사항이다. 세계경제가 그 어느 때보다 더 통합되어 있고, 인류의 주요 도전과제들 기후 위기에서 군비증강, 전쟁 위기와 이주·이민에 이르기까지 이 그 본성상 세계적인 문제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국경을 가로지르는 계급투쟁과 노동자계급의 국제적 조직화를 제창하는 것은 쇠퇴·사멸해가는 자본주의, 재난 자본주의와 싸우기 위한 필수적 임무고 절실한 과제다. 가장 중요하게는, 맑스주의자들은 프롤레타리아 전위의 통합을 진전시켜 혁명세계당을 만들어야 한다.
 
3) 국제 노동자운동과 새로운 혁명세계당을 건설하는 것은 서유럽과 북미의 기존 제국주의 나라들에서 활동하는 것으로 만족하는 것이어선 안 된다. 세계 프롤레타리아트의 대다수가 위치하고 있는 반식민지 나라들과 중국 같은 새 열강들에 초점을 두는 것이어야 한다.
 
4) 서유럽과 북미의 구 제국주의 나라들에서의 혁명 활동은 한줌의 특권적 · 노동귀족적 상층과 대비되는 노동계급 대중에 초점을 두어야만 한다. 여기에는 특히 이주자들, (노동자로서 그리고 민족 소수자로서) 이중 억압을 맞고 있으며 남반구 나라들로의 전달벨트로 또한 역할하고 있는 이주자들이 포함된다. 혁명가들은 노동운동 내에서 정주 노동자와 이주 노동자의 통일단결을 위해 싸워야 하며 피억압자의 투쟁에 연대하는 반제국주의 연대 강령을 제창하는 것이 필요하다.
 
5) 이러한 지향은 노동자운동과 소위 좌파운동 내의 귀족적 편견에 대한 혁명가들의 의식적인 투쟁과 함께 간다. 그러한 투쟁은 단지 이론적-선전적 차원에서만이 아니라, 더 중요하게는 구체적으로 남반구에서의 반제국주의 투쟁 및 제국주의 나라들에서의 반배외주의 저항과의 실천적 연대를 제창하는 것에 의해 수행돼야 한다.
 
이러한 것들이 과거와 현재의 반제국주의 투쟁의 조건들을 비교하여 끌어낼 수 있는 결론들이다. RCIT는 이 문제에 대해 다른 사회주의 단체 및 활동가들과 의견을 교환하고 제국주의 야수를 쓰러뜨리는 공동의 투쟁에 힘을 모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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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다음을 보라. 미하엘 프뢰브스팅, <<강대국 패권쟁투 시대에 반제국주의>> https://blog.wrpkorea.org/2022/06/blog-post_9.html/ (12장에서 22장까지를 보라); 같은 저자, The Great Robbery of the South. Continuity and Changes in the Super-Exploitation of the Semi-Colonial World by Monopoly Capital Consequences for the Marxist Theory of Imperialism, RCIT Books, 2013, https://www.thecommunists.net/theory/great-robbery-of-the-south/ (12, 13장을 보라).
 
[2] RCIT의 혁명적 패전주의 인식을 요약 정리한 것으로는 다음을 보라. <제국주의 국가에서의 혁명적 패전주의에 관한 테제>, 201898, https://blog.wrpkorea.org/2022/05/blog-post_9.html.
 
[3] L. Trotsky, G. Zinoviev, Yevdokimov: Resolution of the All-Russia Metal Workers Union (1927); in: Leon Trotsky: The Challenge of the Left Opposition (1926-27), pp. 249-250
 
[4] Manifesto of the Fourth International on Imperialist War: Imperialist War and the Proletarian World Revolution. Adopted by the Emergency Conference of the Fourth International, May 19-26, 1940, in: Documents of the Fourth International. The Formative Years (1933-40), New York 1973, p. 327, http://www.marxists.org/history/etol/document/fi/1938-1949/emergconf/fi-emerg02.htm
 
[5] Leon Trotsky: Declaration to the Antiwar Congress at Amsterdam (1932), in: Trotsky Writings 1932, p. 153
 
[6] 지난 40년 우리의 반제국주의 투쟁들에 대한 지지 역사를 개괄한 글 (문서, 사진, 동영상 링크와 함께)로는 다음 논문을 보라. Michael Pröbsting: The Struggle of Revolutionaries in Imperialist Heartlands against Wars of their “Own” Ruling Class. Examples from the history of the RCIT and its predecessor organisation in the last four decades, 2 September 2022, https://www.thecommunists.net/theory/the-struggle-of-revolutionaries-in-imperialist-heartlands-against-wars-of-their-own-ruling-class/
 
[7] 아프가니스탄에서 제국주의 패배에 관한 일련의 RCIT 기사를 정리해서 모아놓은 우리 웹사이트 특별 페이지를 참조하라. https://www.thecommunists.net/worldwide/asia/collection-of-articles-on-us-defeat-in-afghanistan/
 
[8] 우크라이나 전쟁과 현 나토-러시아 분쟁에 관한 모든 RCIT 문서가 다음의 우리 웹사이트 특별 페이지에 수록되어 있다. https://www.thecommunists.net/worldwide/global/compilation-of-documents-on-nato-russia-conflict/. 노동자혁명당()이 펴낸 다음 책도 보라. <<우크라이나 전쟁과 러시아 제국주의>>, 202211, https://blog.wrpkorea.org/2023/01/blog-post.html.
 
[9] 2023-24년 가자 전쟁에 대한 모든 RCIT 문서들을 정리해서 모아놓은 우리 웹사이트 특별 페이지를 참조하라. https://www.thecommunists.net/worldwide/africa-and-middle-east/compilation-of-articles-on-the-gaza-uprising-2023/ https://www.thecommunists.net/worldwide/africa-and-middle-east/compilation-of-articles-on-the-gaza-uprising-2023-24-part-2/.
 
[10] RCIT20113월 시리아 혁명 그 시작 시점 이래로 그에 대한 여러 책자와 성명, 기사들을 발표했다. https://www.thecommunists.net/worldwide/africa-and-middle-east/collection-of-articles-on-the-syrian-revolution/.
 
[11] 버바/미얀마 군사쿠데타에 대한 모든 RCIT 문서들이 다음 우리 웹사이트 특별 페이지에 있다.
https://www.thecommunists.net/worldwide/asia/collection-of-articles-on-the-military-coup-in-myanmar/.
 
[12] 다음도 보라. 미하엘 프뢰브스팅, <모순적 성격을 가진 전쟁에서 맑스주의 전술 - 우크라이나 전쟁과 서아프리카/ 중동/ 동아시아의 전쟁 위협은 분쟁의 이중적 성격을 인식해야 할 필요를 보여준다>, 2023823, https://blog.wrpkorea.org/2023/08/blog-post_29.html
 
[13] 세계 프롤레타리아트의 중심 이동에 대해 자료 출처를 대고 논의한 문서로는 다음을 보라. Michael Pröbsting: Marxism and the United Front Tactic Today. The Struggle for Proletarian Hegemony in the Liberation Movement in Semi-Colonial and Imperialist Countries in the present Period, RCIT Books, 2016, https://www.thecommunists.net/theory/book-united-front/ (III); 같은 저자, The Great Robbery of the South. Continuity and Changes in the Super-Exploitation of the Semi-Colonial World by Monopoly Capital Consequences for the Marxist Theory of Imperialism, RCIT Books, 2013, https://www.thecommunists.net/theory/great-robbery-of-the-south/ (69-80)
 
[14] Marceli Hazla: The trap of industry-driven development, Poznan University of Economics 2023, p. 15
 
[15] Wing Chu, Yuki Qian: RCEP: Asia as the Global Manufacturing Centre, Hong Kong Trade Development Council, 2 December 2021, p. 1
 
[16] 우리는 중국 자본주의와 중국의 강대국 부상에 관한 많은 문서를 발표했다. 다음을 보라. 노동자혁명당() 소책자, <<레닌 제국주의론 관점에서 본 중국 제국주의>>, 20213, https://blog.wrpkorea.org/2022/06/blog-post_27.html; 미하엘 프뢰브스팅, <<강대국 패권쟁투 시대에 반제국주의>>, https://blog.wrpkorea.org/2022/06/blog-post_9.html; 같은 저자의 다음 논문들도 보라. the second edition of The Palgrave Encyclopedia of Imperialism and Anti-Imperialism (edited by Immanuel Ness and Zak Cope), Palgrave Macmillan, Cham, 2020, https://link.springer.com/referenceworkentry/10.1007%2F978-3-319-91206-6_179-1; China: An Imperialist Power Or Not Yet? A Theoretical Question with Very Practical Consequences! Continuing the Debate with Esteban Mercatante and the PTS/FT on China’s class character and consequences for the revolutionary strategy, 22 January 2022, https://www.thecommunists.net/theory/china-imperialist-power-or-not-yet/; China‘s transformation into an imperialist power. A study of the economic, political and military aspects of China as a Great Power (2012), in: Revolutionary Communism No. 4, http://www.thecommunists.net/publications/revcom-number-4; How is it possible that some Marxists still Doubt that China has Become Capitalist? (A Critique of the PTS/FT), An analysis of the capitalist character of China’s State-Owned Enterprises and its political consequences, 18 September 2020, https://www.thecommunists.net/theory/pts-ft-and-chinese-imperialism-2/; < 나무만 보고 숲은 못 보는: PTS/FT와 중국 사회성격 논쟁> https://blog.wrpkorea.org/2022/05/ptsft.html; China’s Emergence as an Imperialist Power (Article in the US journal 'New Politics'), in: “New Politics”, Summer 2014 (Vol:XV-1, Whole #: 57). 다음 RCIT 웹사이트 특별 하위 페이지에 더 많은 관련 문서가 있다. https://www.thecommunists.net/theory/china-russia-as-imperialist-powers/.
 
[17] Stockholm International Peace Research Institute: Trends in World Military Expenditure, SIPRI Fact Sheet, April 2024, p. 2
 
[18] Fortune Global 500, August 2023, https://fortune.com/ranking/global500/2023/ (the figures for the share is our calculation)
 
[19] Hurun Global Rich List 2021, 2.3.2021, https://www.hurun.net/en-US/Info/Detail?num=LWAS8B997XUP
 
[20] 이에 대해서는 다음을 보라. The Great Robbery of the South, p. 67
 
[21] Gita Gopinath: Geopolitics and its Impact on Global Trade and the Dollar, IMF, 7 May 2024, https://www.imf.org/en/News/Articles/2024/05/07/sp-geopolitics-impact-global-trade-and-dollar-gita-gopinath
 
[22] Gita Gopinath, Pierre-Olivier Gourinchas, Andrea F. Presbitero, and Petia Topalova: Changing Global Linkages: A New Cold War? IMF Working Papers WP/24/76, April 2024, p. 14
 
[23] The Great Robbery of the South, p. 390
 
[24] 귀족주의 문제에 대한 논의로는 다음을 보라. Michael Pröbsting: Building the Revolutionary Party in Theory and Practice, (IIIiii), https://www.thecommunists.net/theory/rcit-party-build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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