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제국주의 열강인가, 반주변부 국가인가? - 카츠 논문에 대한 답변

PDF 파일 내려받기


러시아: 제국주의 열강인가, 반주변부 국가인가?

 - 아르헨티나 경제학자 카츠 클라우디오 논문에 대한 답변

                           미하엘 프뢰브스팅 , 2022811
 
 
 차례
 
1. 들어가며
 
2. "단극 세계질서": 카우츠키 초제국주의의 신 버전
 
3. 러시아는 제국주의가 아니라 태동 중인 비패권 제국이다?
 
4. 공격적-군국주의적 대외'정책'으로서의 제국주의?
 
5. 러시아는 나토에 의해 괴롭힘을 당하는 반주변부 나라다?
 
6. 위험한 정치적 결론
 
7. 맺으며
 
                         * * * *
 
 
1. 들어가며
 
잘 알려진 아르헨티나의 진보 경제학자 클라우디오 카츠가 러시아는 제국주의 열강인가?”라는 제목으로 4부작 논문을 발표했다.[1] 카츠 논문의 중심 테제는 러시아가 제국주의 열강이 아니라, "미국에 의해 괴롭힘을 당하는 반주변부(semi-periphery) 나라"이자 "태동 중인 비()패권 제국"이라는 것이다.
 
그러한 견해는 틀렸다고 생각한다. 2001년 이래로 나는 러시아가 제국주의 열강이라는 테제를 옹호해왔다. 이는 21세기 초에 진행된 사태발전을 배경으로 맑스주의적 제국주의 이론을 정립하려는 나의 노력의 일환이었다.[2] 카츠가 그의 논문에서 거론한 몇 안 되는 러시아 제국주의 테제 옹호자 중 한 명으로서 나는 그의 비판에 응답할 의무가 있다고 느낀다.
 
하지만 여기에는 더 중요한 이유가 있다. 수년 동안, 러시아 (및 중국)이 제국주의인지 아닌지에 대한 논의는 대부분의 사회주의자들에 의해 다소 추상적-이론적 문제로 취급되었고, 실제로도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키지 않았다. 그러나 이는 푸틴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224일 이후로 바뀌었다. 이제 많은 이들이 그 문제가 사회주의자들의 정치 전략·전술에 중요한 실천적 결과를 가져오는 일급의 이론 문제라는 것을 인식한다!
 
카츠의 논문에 대한 비판적인 토론이 특히 중요한 이유는 그의 제국주의 개념이 오늘날 제국주의의 핵심적인 모순적 동역학을 파악하는 데 실패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그의 개념은 러시아 제국주의를 세탁, 면죄부를 주고 (우크라이나와 같은) 피억압국들을 방어하길 거부하는 노선들을 정당화해주는 역할을 객관적으로 한다. 이것은 우연이 아닌데, 실제로 러시아의 제국주의적 성격을 부정하는 사람들의 경우 거의 모두가 푸틴의 침략에 대항하여 우크라이나를 방어하는 데 실패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우리는 클라우디오 카츠가 제출한 가장 중요한 논거에 대응하는 것으로 국한할 것이다. 맑스주의적 제국주의 이론에 대한 우리의 인식과 러시아 제국주의에 대한 우리의 경제적·정치적·군사적 평가분석을 보다 완성적으로 제시하고 있는 문서들로는, 위의 각주 [2]에 있는 문헌을 참조할 것을 권한다.
 
 
2. "단극 세계질서": 카우츠키 초제국주의의 신 버전
 
카츠가 러시아 국가의 계급적 성격을 자본주의적 제국주의로 인정하지 않는 데에는 그의 잘못된 제국주의 이론이 바탕에 깔려 있다. 두루 알다시피, 레닌은 고전적인 맑스주의적 제국주의 이론을 정립했다. 레닌의 제국주의 이론은 이 체제를 소수의 독점체들과 강대국들이 나머지 세계를 지배하고 착취하는 자본주의 특수 역사 단계로 성격규정 한다.[3]
 
카츠는 이 고전적인 맑스주의적 제국주의 이론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대신에, 그는 하나의 중심부 (미국과 그 종속적 동맹국들)가 지배하고 이 중심부에 그 밖의 세계 모든 부분들이 주변부 또는 반주변부로 연관되어 있는 그러한 체제로서의 제국주의 인식을 제창한다.
 
"1914-18년 전쟁에서는 비슷한 힘을 가진 복수의 열강들이 현재와 같은 미 펜타곤(국방부)이 행사하는 중층적인 패권과는 거리가 먼 시나리오 속에서 충돌했다. 현대 제국주의는 미국이 주도하고 유럽·아시아·오세아니아의 다른 제국 파트너들이 지지하는 복합구조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 나토는 워싱턴의 명령에 따라 모스크바와 베이징의 비패권 경쟁자들과의 주요 분쟁에서 이 복합구조를 하나로 이어 붙인다. 중국도, 러시아도 이 지배적인 제국주의와 같은 레벨에 있지 않다. 20세기 초의 상황과는 차이가 크다."
 
"미국 주도 지배 블록의 존재가 현대 제국주의 체제의 주 특징이다. 그 세계 최강국이 새 모델의 대표자이자, 부국들의 지배를 확고히 해주는 국제 강제장치의 관리자다."[4]
 
비슷한 진술을 계속해서 더 인용할 수 있지만, 이것만으로도 카츠의 현대 제국주의 규정을 드러내 보이는 데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제국주의관은 현대 제국주의를 미국 지배의 단극 세계질서로 성격규정 하는 이마누엘 월러스타인 등의 소위 세계체제론과 매우 비슷하다. 많은 스탈린주의·볼리바르주의 당들과 언론인 페페 에스코바르나 세르게이 글라제예프 같은 중·러 제국주의 이데올로그들도 이 비슷한 관점을 공유한다.[5] 그들은 모두 이러한 단극제국주의 체제가 제국주의적 성격을 갖지 않는 다극 세계질서’"로 대체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나의 이론으로서 이러한 제국주의관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이미 칼 카우츠키가 1914년에 비슷한 "초제국주의" 이론을 정립한 바 있다. 카우츠키는 모든 독점체가 하나의 카르텔로 통합될 수 있으며, 따라서 자본주의 생산양식을 대체하지 않고 그 안에서 강대국 간 제국주의 패권경쟁이 지양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제국주의 이론은 과거에도 틀렸고 오늘날에도 틀렸다. 복수의 제국주의 강대국 간 경쟁이 존재하지 않는 제국주의 체제란 없다. “초제국주의”, “유일 제국주의”, “단극 제국주의같은 것은 없다. 그 같은 제국주의 이론은 자본주의의 근본적인 모순을 아주 과소평가한다. 자본주의는 생산수단 사적소유와 함께 자본가 국가들의 존재를 기반으로 하는 정치·경제 체제다. 언제나 자본주의는 자본가들 간의 경쟁뿐만 아니라 국가들, 특히 강대국들 간의 패권경쟁을 또한 기본 특징으로 해왔다. 레닌을 비롯하여 제국주의에 대한 고전적 맑스주의 이론가들은 19세기 말에 자본의 집적으로 자본주의가 몇 안 되는 강대국들과 연결된 독점체들이 지배하는 체제로 전화되는 지점에 도달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맑스주의자들은 자본주의의 이 단계를 제국주의로 성격규정 한다.
 
물론 제국주의 세계체제는 지난 수십 년간 맑스주의자들이 지적했듯이 다양한 전변을 겪었다. 그러나 그것의 본질인 독점체들과 그들 간의 모순, 그리고 강대국들과 그들 간의 모순은 여전히 오늘도 자본주의 세계체제의 기본 특징으로 남아 있다.
 
카츠의 제국주의관이 그 근본 가정에서 오류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세계경제를 공동으로 관리 통제하는, 모든 독점체들의 초민족적 중심부(core) 같은 것은 없다. 또한 세계의 나머지를 공동으로 관리 통제하는, 제국주의 국가들의 초민족적 중심부 같은 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그러한 제국주의 이론은 소위 중심부의 독점체들 간, 강대국들 간의 모순을 과소평가한다. 1945-1991년 기간에 제국주의 열강들이 서로 간에 더 긴밀하게 협력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은 사실이다. 이것은 소련이 이끄는 스탈린주의 국가들의 대단위 블록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이 경우에서는, 제국주의 열강과 스탈린주의 퇴보·타락한 노동자국가 간의 체제 경쟁이 제국주의 상호간의 모순을 어느 정도 대체하거나 뒤로 밀어냈다.
 
그러나 그 때조차도 강대국 패권경쟁은 계속 존재했다. 1956년 소위 수에즈 위기 때 미국과 영국·프랑스 간의 충돌이나, 또는 드골이 프랑스를 나토의 통합 군사 지휘부에서 철수시키기로 결정했던 당시를 생각해보면 된다. 어쨌든 1991년 소련 붕괴와 러·중의 새로운 제국주의 열강 부상 이래로 강대국 패권경쟁은 다시 한 번 세계정치의 지배적인 특징이 되었다.
 
실제로 미국은 이미 어느 때부터 더 이상 절대 패권국이 아니다. 우리의 연구문서들에서 보여주었듯이, 자본주의 세계경제의 모든 핵심 분야에서, 즉 자본주의 가치 생산과 세계무역, 최상위 독점체 및 억만장자 비중 등에서 미국은 중국에 의해 도전받거나 심지어는 추월당했다. 미국이 여전히 강력한 열강이긴 하지만, 더 이상 세계를 지배하고 있지 않다. (실제로 이는 1991년 이후 매우 짧은 기간 동안만 해당되는 얘기다!)
 
미 제국주의의 쇠퇴와 중·러의 경쟁자로서의 부상이라는 이러한 정세 발전은, 우리가 광범위에 걸친 사실과 수치를 바탕으로 연구보고서들에서 보여주었듯이 정치·경제·군사 모든 차원에서 일어났다. 여기서 우리는 그러한 수치들 중 일부를 선별해서 제시하는 것으로 국한할 것이다. 이 수치들은 미국이 더 이상 세계경제에서 압도적인 세력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1-4 참조)
 
1. 전 세계 제조업 생산 점유율 상위 10개국, 2018[6]
 
중국 28.4
미국 16.6
일본 7.2
독일 5.8
한국 3.3
인도 3.0
이탈리아 2.3
프랑스 1.9
영국 1.8
멕시코 1.5
 
2. 세계 상품수출 점유율 상위 국가, 2020[7]
 
중국 (홍콩 포함 시) 14.7% (17.8%)
미국 8.1%
독일 7.8%
네덜란드 3.8%
일본 3.6%
한국 2.9%
프랑스 2.8%
이탈리아 2.8%
벨기에 2.4%
 
3. 포춘지 선정 글로벌 500대 기업 상위 5개국, 2020[8]
 
  나라     기업 수 점유율
 
1 중국     124   24.8%
2 미국     121   24.2%
3 일본      53   10.6%
4 프랑스   31    6.2%
5 독일       27    5.4%
 
4. 2021년 세계 억만장자 비중, 중국과 미국[9]

          수            점유율
 
중국  1,058명        32.8%
미국    696명         21.6%
 
이 수치들은 모든 관련 분야에서 중국이 자본주의 세계경제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자본주의가 중국에 존재하지만 아직 경제를 지배하고 있지는 않다"는 카츠의 주장을 터무니없는 얘기로 만드는 수치들이다.[10] 전면적인 자본주의 경제가 되지 않고서 어떻게 이와 같이 자본주의 세계경제에서 주도적인 비중을 점하는 것이 가능할까?! 이 문제를 다루는 것은 이 글의 경계를 넘어가는 것으로, 관심 있는 독자들은 우리의 관련 문서들을 참조하면 될 것이다.[11]
 
 
3. 러시아는 제국주의가 아니라 태동 중인 비패권 제국이다?
 
여기서 카츠는 "태동 중인 비패권 제국"이라는 새로운 범주를 우리 앞에 내놓는데, 이는 그가 신흥 열강으로서의 러시아를 성격규정 하기 위해 고안해낸 개념이다.
 
"러시아는 지배적인 제국주의의 일부가 아니며, 그 네트워크 내에 있는 공동 제국 파트너도 아니다. 그러나 러시아는 강렬한 군사 활동을 통한 지배 정책들을 펼친다. 러시아는 글로벌 차원에서 미국에 적대적이지만 자신의 반경 내에서는 억압적 행보를 취한다. 이 모순적 행태를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태동 중인 비패권 제국개념이 이 다양한 특징들을 종합적으로 합성해준다. 합성체의 구성부분들 중 비패권 요소는 러시아가 제국 권력 중심지들과의 관계에서 처한 포지션에 의해 결정된 것이다. 중국처럼 러시아도 나토에 의한 조직적인 괴롭힘의 대상이다. 이 괴롭힘이 러시아를 21세기의 주() 지배 회로 외부에 위치시킨다. 합성체의 구성부분들 중 제국 요소는 맹아 형태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수세기에 걸친 억압적 관행을 가진 강대국에서 자본주의 복원은 이미 완성되었지만, 제국적 정책의 징후는 단지 가능성으로만 남아 있다. ‘형성 중인 제국이라는 용어는, 미완성의 지위이면서 동시에 자본주의 귀환에 걸맞는 지위를 집중 조명해준다."
 
러시아가 미국뿐만 아니라 중국보다도 경제적으로 약하다는 지적은 분명 옳다. 그러나 러시아는 세계 2위의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고 유엔 안보리에서 거부권을 행사하는 상임이사국이며 미··EU와 함께 세계정치에서 핵심 주자다. (5 6 참조)
 
5. 세계 핵 무력, 2020[12]
 
나라    실전배치 핵탄두    기타 핵탄두    총 재고
 
중국          –                       350            350
미국      1,800                3,750          5,550
러시아   1,625                4,630          6,225
프랑스     280                    10            290
영국        120                   105           225
 
 
6. 세계 10대 무기수출국, 2016-20[13]
 
   나라    무기수출 점유율
 
1. 미국      37.0%
2. 러시아   20.0%
3. 프랑스    8.2%
4. 독일       5.5%
5. 중국       5.2%
 
"비패권 제국" 범주의 문제점은 카츠의 제국주의의 본질에 대한 그릇된 인식과 연관돼 있다. 독점체들 간의 모순 및 강대국들 간의 모순을 현대 자본주의의 근본 모순으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그는 지난 역사 시기에서 가장 강력한 열강 (즉 미국)만을 제국주의로 인정할 수밖에 없다. 다른 모든 열강들은 제국주의가 아니거나, 미국과 동맹으로 있는 한에서만 제국주의이거나일 뿐이다. 따라서 러시아·중국과 같은 새로운 강대국들은 제국주의로 간주될 수 없다는 것이다. 동어반복 논리다.
 
그러나 실제로는, 현대 자본주의는 그 발전에 있어 언제나 불균등했다. 강대국들이 결코 대등하지 않아온 이유다. 보다 강한 열강들과 보다 약한 열강들이 항상 존재했다. 열강들은 서로에 대해 경쟁관계에 있고, 다른 열강과 동맹관계를 만들어내고, 서로 전쟁 위협을 가하다 때로는 전쟁을 벌였다. 식민지 정복을 위해서든, 또는 서로를 상대로든. 경제적 수준에서는 상대적으로 강했지만 군사적 수준에서 약한 열강이 있었는가 하면 (1945년 이후 일본과 독일 같은). 군사적 수준에서는 상대적으로 강했지만 경제적 수준에서 약한 열강이 있었다. (1917년 이전의 러시아, 일본,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이탈리아, 그리고 1945년 이전의 일본, 이탈리아 등).
 
게다가, 이들 강대국은 세계정치에서 아주 다른 지위를 가지고 있었다. 영국과 프랑스는 거대한 식민제국을 보유했다. 독일과 미국은 상대적으로 작은 식민지를 가지고 있었을 뿐이고 오스트리아-헝가리는 (내부 식민지를 제쳐둔다면) 하나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1919년에서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한 1938년까지 이 시기 동안 독일은 어떠한 식민지도 보유하지 않았다. 실제로는, 1933년부터 1938년까지 독일의 초점은 1차 세계대전 패전의 결과로 잃은 독일 영토를 되찾는 데 맞춰져 있었다.
 
우리는 이러한 역사적 유사성에 대해 다른 문서들에서 보다 상세하게 논의한 바 있으므로 여기서는 몇 가지 사실들로 이 주장을 입증하는 데 국한하겠다.[14] (아래 표 7 8 참조)
 
7. 19131인당 상대적 GDP 및 상대적 공업화 수준[15]
 
   1인당 상대적 GDP 수준        상대적 공업화 수준
 
영국       100                          100
프랑스     81                            51
독일        77                            74
오스트리아 62                          29
이탈리아  52                            23
스페인     48                            19
러시아     29                            17
 
 
8. 산업생산/무역/자본수출에서 강대국들의 점유율, 1913[16]
 
       산업생산    세계무역     해외투자
 
영국      14%      15%         41%
미국      36%      11%          8%
독일      16%      13%        13%
프랑스    6%        8%        20%
 
만약 카츠의 방법론을 받아들인다면, 어느 강대국이 19141차 세계대전 전야에 과연 제국주의로 인정받을 수 있었을지 궁금해진다. (마찬가지로 19392차 대전 전야에도!). 카츠의 이론을 따른다면, 맑스주의자들은 당시 낙후되고 뒤떨어진 러시아나 일본, 오스트리아-헝가리를 제국주의로 규정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1938/39년 이전의 독일은 "태동 중인 비패권 제국"의 대표 사례이지 않았을까?!
 
카츠는 러시아와 중국이 지배적인 제국주의 세력 (, “미국과 그 종속적 동맹들”)에 도전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러·중이 미국을 내몰고 그 자리를 대신하지 않았으므로 아직은 "패권적" 세력이 아니며 따라서 제국주의로 간주될 수 없다고 그는 주장한다. 그러나 이 개념은 말이 안 된다. 이 개념에 따르면, 한 열강이 패권적 제국주의 세력을 이미 결정적으로 패퇴시킨 경우에만 제국주의로 규정될 수 있다. 오직 가장 강한 강대국만이 제국주의로 간주될 수 있다는 얘기다. 한 열강이 이미 제국주의이지 않다면, 패권을 놓고 기존 패권국에 도전하는 것이 어떻게 가능한지 의아할 따름이다?!
 
카츠는 제국주의를 하나의 중심부 (미국)가 지배하는 체제로 정의함으로써 제국주의 국가의 본질적 지표들을 놓친다. 물론, 제국주의 세계체제의 정치적·경제적 지표들에서 일어난 변화를 인식하는 것은 중요하다. 과거 식민지였던 나라들 대부분이 이제는 반()식민지가 되었다. 따라서 제국주의 열강들의 지배는 보통 간접적으로 이루어지며, 특정 경우에만 직접적으로, 즉 군사적 수단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그러나 의연히 남아있는 것은 제국주의 열강의 본질적인 지표다. 즉 세계경제와 세계정치를 지배하며, 직접적으로든 간접적으로든 타 민족들을 억압하고 착취한다는 것, 제국주의의 이 본질적 측면은 변함없이 그대로다. 1916년 레닌은 제국주의에 관한 그의 주요 논문에서 제국주의 국가에 대한 정의를 다음과 같이 요약했다. “제국주의 강대국 (, 제 민족 전체를 억압하고 금융자본에의 종속 그물망으로 얽어 넣는 열강들).”[17]
 
이러한 이해를 바탕으로 우리는 지난 연구문서에서 다음과 같은 제국주의 정의를 제출했다. 제국주의 국가란 무엇보다도 그들의 독점체와 국가기구가 세계질서 속에서 타 국가·민족을 지배하는 지위를 가지고 있는 자본주의 국가다. 그 결과, 제국주의 국가는 초과착취와 억압에 기초한 그러한 관계로부터 초과이윤을 비롯한 그 밖의 경제적·정치적·군사적 이점을 얻는다.
 
 
4. 공격적-군국주의적 대외'정책'으로서의 제국주의?
 
카츠의 제국주의관은 독점/억압/초과착취가 아니라 공격적-군국주의적 대외정책을 이 체제의 본질적 지표로 간주하는 사태를 낳는다. (말 나온 김에 이것은 카우츠키와의 또 다른 유사점임을 밝혀둔다).
 
"이 결정적인 사실이 레닌의 레시피에서 추출한 지표들을 중심으로 한 평가에서는 빠져 있다. 이 고전적인 정식에서 강조되고 있는 경제적 요소가 존재하냐 안 하냐를 놓고 따지는 것은 오늘날 한 나라가 제국 서클에 속하는지 여부에 대한 판결을 내릴 때 무가치하다. 이러한 지위를 판별하기 위해서는 국외 개입, 대외 지정학적-군사적 행동, 미국이 이끄는 전쟁기구와의 긴장도를 보다 상세히 분석해야 한다. 그러한 조사는 단지 팽창주의적 언명이 아니라 사실에 우선권을 부여해야 한다. 제국주의는 담론이 아니다. 제국주의는 체계적인 대외 개입 정책이다. 이 기준을 사용하여 우리는 중국이 제국주의 열강이 아니라고 주장해왔다. 러시아의 경우, 우리는 태동 중인 비패권 제국개념을 제안한다."
 
"혁신 맑스주의 이론은 21세기 제국주의에 대한 가장 일관된 성격규정을 제공한다. 혁신 맑스주의 이론은, 미국이 이끌고 나토를 통해 응집력을 갖춘 강압적 군사기구가 주변부(periphery)에 대한 지배를 보장해 줄 수 있는, 그리고 러시아·중국과 같은 라이벌 비패권 세력들을 괴롭힐 수 있는 그 발군의 힘을 잘 드러내준다. 이들 비패권 세력은 오직 맹아적이거나 제한적 형태의 제국 양식만을 띨 뿐이며, 일차적으로 방어적인 행동을 수행한다."[18]
 
이러한 정의에는 여러 결함이 있다. 첫째, 그러한 공격적·군국주의적 대외정책을 실행하지 않는 국가들은 제국주의로 간주될 수 없냐는 것이다. 이는 사실상 독일과 일본을 제국주의 열강 대열에서 제외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스위스, 호주, 한국, 네덜란드 같이 강대국들 못지않게 남반구 나라에서 제국주의 초과이윤을 뽑아내고 반식민지 노획물 분배에 참가하는 중위권 글로벌 열강들도 여기서는 제외된다). 그리고 프랑스는 지난 10년 정말 러시아보다 더 많은 국외 군사 개입을 했던가?!
 
러시아가 "일차적으로 방어적인 행동을 수행한다"는 것은 정말 사실인가? 시리아나 리비아 또는 말리에서 러시아 군대가 "방어"하는 것은 정확히 무엇인가? 또는 20221월에 카자흐스탄에서는?
 
 
5. 러시아는 나토에 의해 괴롭힘을 당하는 반주변부 나라다?
 
카츠는 제국주의를 미국과 그 동맹들로 제한, 축소시키므로 러시아의 제국주의적 성격을 부정한다. 이뿐만이 아니라 또 그는 러시아를 제국주의의 희생자로, 자기 방어를 하고 있는 피해자로 제시한다.
 
러시아는 글로벌 분업의 중간 고리에 위치한 반주변부 나라다.... 러시아는 세계자본주의를 지휘하는 강대국 클럽의 일원이 아니다. 생활수준이나 평균 소비량 또는 중간계급 규모 등 모든 지표에서 선진국과 구조적인 격차가 여전히 존재한다. 그러나 아프리카 · 동유럽 경제와는 거리가 있는 점도 똑같이 중요하다. 여전히 반주변부에 있는 러시아는 독일·프랑스와 거리가 있는 만큼이나 알바니아·캄보디아와도 마찬가지로 거리가 있다.”
 
"러시아는 펜타곤이 자신의 요구를 무시하는 모든 나라들에게 보여주는 그 동일한 후안무치함으로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 그러나 이 경우에는 미국이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이 아닌, 아프리카나 라틴 아메리카에서와 같이 막 대할 수 있는 것도 아닌, 라이벌과 부딪히고 있는 것이다. 러시아는 그 국제적 영향력을 재건한 자본주의 나라이지만, 우크라이나 침공 전까지는 제국적 침략자의 일반적 면모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
 
더욱이 제국 체제가 이제 대적하는 세력은, 단지 태동 중의 제국적 경향을 보여줄 뿐인 다양한 비패권적 동맹들이다. 지배적인 중심부는 공격하고, 태동 중의 구성체들은 자신을 방어한다. 지난 세기 때와 달리, 동등하게 서로 공격적인 상대들끼리의 싸움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19]
 
정말로? 사실을 말하자면, 강대국들은 언제나 서로를 괴롭힌다”. 의심할 여지없이, 미국과 그 동맹국들은 러시아의 지위를 그 전통적 세력권에서 밀어내려고 애쓰고 있다. 그러나 마찬가지로 러시아도 미국과 서유럽을 전통적 세력권에서 "괴롭히고" 있다. 시리아와 리비아, 그리고 그 밖의 중동 나라들에서 러시아의 진격을 보라. 말리에서 프랑스군을 러시아군이 대체하는 것을 보라. 니카라과, 베네수엘라, 쿠바와의 좋은 관계를 보라. "괴롭힘"이라는 범주는 강대국 패권경쟁/ 제국주의 세력권 쟁탈전에 대한 맑스주의적 논의에서 아무 의미를 갖지 못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카츠는 초역사적으로 푸틴 러시아와 소련 간의 연속성을 상정하고, 나아가 동일한 사회구성체라는 전제를 깔고 논의를 전개한다. 이런 전제 하에 카츠는 러시아에 대한 미국의 공격적인 대외정책 또한 이런 동일시에서 비롯하는 것처럼 제시한다.
 
"러시아에 대한 미국의 무자비함에는 한편으로 관성의 측면도 있고, 다른 한편으론 소련의 경험에 대한 역사적 기억의 측면도 있다. 20세기 최초의 사회주의혁명을 배양한 나라를 와해시키려는 반동적 목표는 소련이 사라진 뒤에도 살아남았다.... 오늘날 러시아에 대한 도발·공격에는 소련에 대한 복수의 기미가 포함되어 있다."
 
(계획경제 소유관계에 기반한) 퇴보·타락한 노동자국가인 소련과 푸틴의 제국주의 러시아 사이에 단절과 격차가 존재한다는 것은 맑스주의자들 사이에 많은 설명이 필요치 않다. 사회주의자들은 나토에 대항하여 전자를 후자는 아니고 방어해야 할 의무가 있었다.
 
불행하게도, 카츠의 이러한 언명에는 반미주의와 대러시아 (또는 범 슬라브) 배외주의를 섞어놓은 반동적 경향이 배어나온다. 물론 사회주의자들은 미국과 러시아 간의 충돌에서 어느 측도 지지해선 안 된다. 그러나 만약 미국이 그러한 충돌의 결과로 국가로서 "와해"된다면, 확실히 우리는 이것을 "반동적" 사건으로 간주하지 않을 것이다. 러시아에 이런 일이 일어날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많은 민족 소수자들이 억압받고 있는 반동적 제국이라는 점에서 더더욱 그렇다. 사실을 말하자면, 카츠가 언명한 것과 같은 그러한 입장을 취하는 것은 대러시아 배외주의자들과 다수의 스탈린주의자들 및 볼리바르주의자들뿐이다.
 
우리의 비판적 해석은 카츠의 이 논문에 나오는 또 다른 망언 수준의 언명으로 다시 뒷받침된다. "러시아는 나토가 선호하는 타깃이다. 펜타곤은 자신의 대적(大敵)의 모든 방어 장치를 와해시키는 데 혈안이 되어 있다. 펜타곤은 모스크바의 해체 방법을 찾다가 옐친 때 그것을 이루는 데 거의 근접했다... 그 첫 단계가 유고슬라비아의 파괴이고 그에 따라 옛 세르비아 지방을 유령 코소보공화국으로 전화시키는 것이었다. 이 지역은 이제 러시아에 인접한 미국 다국적 기업의 에너지 회랑을 지키는 경비초소가 되어 있다."
 
이 언명은 여러 면에서 충격적인 망언이다. "모스크바의 해체"라는 정식화는 저자가 무도하게도 "러시아연방" 국가를 이 국가의 중심 민족을 이루는 러시아계와 동일시하고 있음을 드러내는 정식화다. "유고슬라비아의 파괴"라는 정식화는 저자가 비()세르비아계 인민의 민족자결 열망에 반대한다는 것을 시사하는 정식화다. 그리고 더 무도한 것은, 그가 "유령(!) 코소보공화국""옛 세르비아 지방"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1990년대 전쟁 중에 세르비아와 코소보를 여러 차례 가서 본 정치활동가로서 나는 이것이 역사적 진실에 대한 파렴치한 능욕이며 반동적 대러시아 · 대세르비아 배외주의의 비속한 표현이라고 말하지 않으면 안 된다. 분명히 코소보는 "옛 세르비아의 지방"이 아니다. 주민 다수를 이루는 토착 알바니아인의 의지에 반하여 1912년 세르비아 왕국에 의해 정복된 것이다. 오늘에 이르기까지 전 기간 내내 코소보의 다수자 알바니아계 주민은 세르비아의 일부가 되기를 원한 적이 없다! 코소보는 대러시아· 대세르비아 배외주의의 신화적 판타지 세계에서만 "옛 세르비아 지방"이다![20]
 
 
6. 위험한 정치적 결론
 
카츠가 푸틴 정권에 대해 명확한 정치적 비판론을 표명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또 우크라이나 침공이 정당치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오늘 사회주의자들의 핵심 의무인 우크라이나 인민의 민족방위 전쟁 지지에 대해 단 한마디도 말하지 않는 것은 반드시 지적하고 넘어가야 한다.[21]
 
설상가상으로 그는 명시적으로 러시아를 지지하지는 않지만, 푸틴의 침공에 주된 책임이 있는 것은 러시아가 아니라 미국이고 나토라고 주장함으로써 그러한 러시아 지지 입장에 이론적 정당화를 공급해준다.
 
"이러한 접근태도는 우크라이나 분쟁이 경제적 기원이 없었다는 것을 잊는다. 우크라이나 분쟁은, 키이우의 나토 가입을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고서는 미사일로 러시아를 포위할 권리를 스스로에게 부여한 미국이 도발한 것이다. 모스크바는 이러한 괴롭힘을 무력화시키려고 노력했고 워싱턴은 상대방의 정당한 안보 주장을 무시했다."
 
카츠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관한 또 다른 기사에서 이렇게 말한다. "미국이 침략자 측을 지휘하고 러시아는 미사일 포위공격에 의해 타격을 입는 측이다."[22]
 
이것은 "나토 침략의 피해자", 즉 러시아 제국주의를 공공연하게 편 드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다. 이런 발언의 터무니없는 논리를 지적할 필요는 거의 없다. 확실히, 미국과 나토는 반동적 제국주의 세력이다. 그러나 1962년 소련이 쿠바에 미사일을 배치했을 때 다름 아닌 미국이 소련을 겨냥하여 내놨던 것이 바로 그러한 주장이었다. 그리고 러시아가 향후 몇 년 안에 베네수엘라나 니카라과에 미사일을 배치한다면 우리는 미국을 "피해자"라고 부를 것인가? 세계 지도를 잠깐 들여다보면 나토가 러시아를 포위한 것이 아니라 나토가 러시아의 서방 쪽 국경에 보다 가까이 왔다는 것이 보일 것이다.
 
러시아 제국주의에 일정 동조하고 있다는 의심을 불러일으키는 카츠의 또 다른 언명이 있는데, 스탈린주의 KPRF (러시아연방공산당)의 선거 성공에 대한 그의 긍정적인 평가 발언이다. “지난 선거에서 좌파의 전도유망한 선거 결과는 터널 끝에 빛이 있다는 희망을 가져다준다. 러시아연방공산당(KPRF)1999년 이래 최고의 결과를 얻었고, 연방의회 하원에서 제2당 지위를 공고히 했다. 이 당이 정부 지지와 비판을 오락가락해왔지만, 사회적 투쟁에 결합해 있는 급진적인 흐름들을 향해 문호를 개방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급진 유파들이 활동가들을 선거 후보자 명부에 포함시켜 놓으면서 선거운동 분위기를 바꿔냈다.”
 
주가노프의 KPRF"오락가락" 한 것이 아니라 대러시아 배외주의와 그 반동적 전쟁의 선봉 몰이꾼으로 나선 사실을 카츠가 알지 못한다는 것이 가능한가?! 카츠는 KPRF가 지난 1월 카자흐스탄의 민중봉기를 박살내기 위해 3,000명 러시아 군대가 카자흐스탄에 개입하는 것을 전폭적으로 지지한 것을 듣지 못했는가? 그리고 이 당이 푸틴의 침공을 그 첫 순간부터 열정적으로 지지했다는 것을 카츠는 정말 모르는가? 나아가, 전쟁의 구실로 내세운 돈바스의 루한스크, 도네츠크 "인민공화국"을 정식으로 승인하는 결정적 법안을 의회에 앞장서서 제출한 게 누구인가![23] 실제로, 대러시아 배외주의를 지지한다고 하여 KPRF를 규탄하는 일련의 스탈린주의 당들 (그리스공산당을 중심으로 한 공산당·노동당 국제 네트워크)까지 있지 않은가! 그러나 카츠는 이 사회제국주의 당을 "터널 끝의 빛"으로 제시한다! 이것은 국제주의자·반제국주의자에게는 허용되지 않는 짓이다!
 
 
7. 맺으며
 
이제 카츠의 제국주의 이론에 대한 우리의 비판적 토론을 몇몇 테제의 형태로 요약 정리해보자.
 
1) 카츠는 레닌의 제국주의 이론을 배격하고 그것을 "세계체제론"의 영향을 받은 제국주의관으로 대체한다. 그는 세계를 중심부 (미국 및 그 동맹국들)와 그 중심부가 지배하는 나머지 세계 (반 주변부와 주변부)로 나눈다.
 
2) 그러한 제국주의관은 제국주의가 자본주의의 한 단계라는 것을 무시한다. 자본주의는 생산수단 사적소유와 자본가 국가들에 기반하며, 자본주의의 제국주의적 단계는 한줌의 독점체들과 강대국들이 세계를 지배하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 제국주의는 세계를 지배하는 하나의 중심부(core)가 아니라 독점체들 간, 강대국들 간 모순을 특징으로 하는 글로벌 시스템이다.
 
3) 카츠의 "태동 중인 비패권 제국" 개념은 이론적으로 결함이 있고 더군다나 그것을 러시아에 적용하는 것은 현실을 호도한다. 그가 중국을 제국주의로 규정하길 거부하는 것, 그리고 "중국에 자본주의가 존재하지만 아직 경제를 지배하지는 않는다"는 그의 진술, 이 모든 것은 현실과 아무 관련을 갖지 못한다. 20세기 초 이래 제국주의 시대 내내 보다 강한 강대국과 보다 약한 강대국이, 보다 앞서가는 강대국과 보다 뒤떨어진 강대국이 언제나 있어 왔다. 그런 차이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모두 제국주의다. 가장 강한 강대국만이 아니라! 더욱이 중국이 이미 몇몇 측면에서 미국을 뛰어넘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4) 제국주의를 일차적으로 공격적-군국주의적 대외 정책으로 규정하는 것은 오류다. 다음과 같은 정의를 사용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 제국주의 국가란 무엇보다도 그들의 독점체와 국가기구가 세계질서 속에서 타 국가·민족을 지배하는 지위를 가지고 있는 자본주의 국가다. 그 결과, 제국주의 국가는 초과착취와 억압에 기초한 그러한 관계로부터 초과이윤을 비롯한 그 밖의 경제적·정치적·군사적 이점을 얻는다.
 
5) 마찬가지로, 우리는 러시아를 나토에 의해 괴롭힘을 당하는 반주변부 나라로 성격규정 하는 카츠의 논리를 배격한다. 사실상 그는 러시아를 제국주의의 희생자로, 자신을 방어하고 있는 것일 뿐인 피해자로 제시한다. 실제로는, 언제나 강대국들은 서로를 괴롭힌다”. 사회주의자들은 어느 측에 대해서도 동정심이 없다.
 
6) 카츠의 제국주의 이론과, 반주변부이자 태동 중인 비패권 제국으로서의 러시아라는 그의 개념은 위험한 정치적 결론을 내포하고 있다. 그는 푸틴 정권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표명하지만, 우크라이나 방어를 지지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는 푸틴의 침공에 주된 책임이 있는 것은 러시아가 아니라 미국이고 나토라고 주장함으로써 모스크바를 지지하는 것에 이론적 정당화를 공급해준다.
 
우리는 맑스주의자들이 이론을 그 자체로 목적이 아니라 행동의 지침으로 본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으로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그와 같이 행동의 지침이 되기 위한 전제조건은 이론이 현실 및 현실의 모순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카츠의 단극 세계질서이론은 제국주의 상호간 패권경쟁/ 제국주의 간 세력권 쟁탈전의 본질을 이해하는 데 실패한다. 그 결과, 그의 이론은 러시아·중국 제국주의를 세탁, 미화하는 문을 열어준다는 점에서 현실 호도 이론이다. 정치의 언어로 번역하면, 카츠의 단극 세계질서이론은 러·중 제국주의 지배계급의 반동 정책에 대한 사회제국주의적 지지를 가려주는 엄폐물로 복무한다.
 
 
---------------------------------------------------
[1] Claudio Katz: Is Russia an imperialist power? Part I (https://katz.lahaine.org/is-russia-an-imperialist-power-part/); Part II (https://katz.lahaine.org/is-russia-an-imperialist-power-part-2/); Part III (https://katz.lahaine.org/is-russia-an-imperialist-power-part-3/); Part IV (https://katz.lahaine.org/is-russia-an-imperialist-power-benevolent/). 이 논문은 여러 웹사이트에 게재되어 있다. 카츠의 웹사이트에서 스페인어 원문도 볼 수 있다. (https://katz.lahaine.org). 다른 언급이 없는 한 인용문은 모두 이 논문에서의 인용이다.
 
[2] 맑스주의적 제국주의 이론에 대해 필자가 해설하고 현실 적용한 것으로 다음 두 책자가 있다. Anti-Imperialism in the Age of Great Power Rivalry, RCIT Books, Vienna 2019 (https://www.thecommunists.net/theory/anti-imperialism-in-the-age-of-great-power-rivalry/); The Great Robbery of the South, 2013, (https://www.thecommunists.net/theory/great-robbery-of-the-south/). 다음도 보라. “Great Power Rivalry in the Early Twenty-first Century,” New Politics, Vol. XVIII, No. 3, Whole Number 67, Summer 2021, (https://newpol.org/issue_post/great-power-rivalry-in-the-early-twenty-first-century/). 러시아 제국주의에 대한 필자의 문헌을 다음 링크에서 볼 수 있다. https://www.michael-proebsting.net/publications/bibliography/
 
[3] 다음을 보라. 레닌, <제국주의와 사회주의 내의 분열>, 레닌전집 64(“맑시즘의 희화와 제국주의적 경제주의”), 양효식 옮김, 아고라, 295-6
 
[4] Claudio Katz, “The imperial system in crisis,”(https://katz.lahaine.org/the-imperial-system-in-crisis/) Links International Journal of Socialist Renewal, 6 June 2022. 이 논문은 여러 웹사이트에 게재되어 있다.
 
[5] 다음을 보라. “Events Like These Only Happen Once Every Century,” Interview with Sergey Glazyev, March 27, 2022, (https://thesaker.is/events-like-these-only-happen-once-every-century-sergey-glazyev/); Pepe Escobar, “Russia’s Sergey Glazyev introduces the new global financial system,” April 14 2022, ( https://mronline.org/2022/04/16/russias-sergey-glazyev-introduces-the-new-global-financial-system/); Katharina Bluhm, “Russia’s conservative counter-movement: genesis, actors, and core concepts,” in: Katharina Bluhm and Mihai Varga (Editors), New Conservatives in Russia and East Central Europe, Routledge, New York 2019, pp. 25-53
 
[6] Felix Richter: These are the top 10 manufacturing countries in the world, World Economic Forum, 25.2.2020, https://www.weforum.org/agenda/2020/02/countries-manufacturing-trade-exports-economics/; output measured on a value-added basis in current U.S. dollars.
 
[7] Alessandro Nicita and Carlos Razo, “China: The rise of a trade titan,” UNCTAD, 27 April 2021, (https://unctad.org/news/china-rise-trade-titan)
 
[8] Fortune Global 500, August 2020, https://fortune.com/global500/. (여기서의 수치는 우리가 계산한 것이다).
 
[9] Hurun Global Rich List 2021, 2.3.2021.(https://www.hurun.net/en-US/Info/Detail?num=LWAS8B997XUP)
 
[10] 다음을 보라. Claudio Katz, Deciphering China, Part II. (https://katz.lahaine.org/deciphering-china-part-ii-capitalism-or/).
 
[11] 중국 제국주의에 대한 필자의 문헌을 다음 링크에서 볼 수 있다.https://www.michael-proebsting.net/publications/bibliography/
 
[13] Stockholm International Peace Research Institute: SIPRI Yearbook 2021. Armaments, Disarmament and International Security, Summary, p. 15.
 
[14] 다음을 보라. 위에서 언급한 책 Anti-Imperialism in the Age of Great Power Rivalry, pp. 94-101. 필자의 다음 글도 보라. Lenin’s Theory of Imperialism and the Rise of Russia as a Great Power, Aug. 2014.(https://www.thecommunists.net/theory/imperialism-theory-and-russia/)
 
[15] François Crouzet, A History of the European Economy, 10002000, University Press of Virginia, 2001, p. 148.
 
[16] 산업생산과 세계무역에 관한 수치들은 다음에서 인용했다. Jürgen Kuczynski: Studien zur Geschichte der Weltwirtschaft, Berlin 1952, p. 35 and p. 43. 해외투자에 관한 수치들은 다음에서 인용했다. Paul Bairoch and Richard Kozul-Wright: Globalization Myths: Some Historical Reflections on Integration, Industrialization and Growth in the World Economy, UNCTAD Discussion Papers No. 113, 1996, p. 12.
 
[17] 레닌, <맑시즘의 희화와 제국주의적 경제주의>, 레닌전집 64(“맑시즘의 희화와 제국주의적 경제주의”), 154.
 
[18] Claudio Katz, The imperial system in crisis.
 
[19] 같은 글
 
[20] 이에 대해서는 다음을 보라. Michael Pröbsting, “Stalinists Support Serbian Expansionism against Kosovo Albanians,” 13 Dec. 2018. (https://www.thecommunists.net/theory/stalinists-support-serbian-expansionism-against-kosovo-albanians/).
 
[21] 이에 대해서는 다음을 보라. 미하엘 프뢰브스팅, <우크라이나 전쟁의 근본 의미 - 현 사태는 오는 시기 혁명 전략의 핵심 시험대다>, 2022525, https://blog.wrpkorea.org/2022/06/blog-post_80.html
 
[22] Claudio Katz, Duas confrontações na Ucrânia, 04/03/2022, https://katz.lahaine.org/duas-confrontacoes-na-ucrania/. (영역은 필자).
 
[23] 다음 팜플렛들을 보라. 미하엘 프뢰브스팅, <푸틴의 푸들들 - 현 나토-러시아 분쟁에서 친러 스탈린주의 당들>, 202229일, 
https://blog.wrpkorea.org/2022/05/blog-post_7.html; 같은 저자, <두 주인을 섬기는 시종 - 스탈린주의와 제국주의 신냉전>, 2021710일, https://blog.wrpkorea.org/2022/05/blog-post_24.html; 다음도 보라. <푸틴 · 주가노프 식의 사회주의” - 대통령에게 바치는 애국 스탈린주의 당 지도자의 어용 어릿광대 퍼포먼스>, 2022713https://blog.wrpkorea.org/2022/07/blog-post_17.html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