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개입은 보여도 러시아 ‘제국주의’는 안 보인다?
- 트로츠키주의 조직이 규탄 성명을 내면서 러시아 제국주의에 대해서는 침묵하다
미하엘 프뢰브스팅, 혁명적 공산주의인터내셔널 동맹 (RCIT) 국제서기, 2022년 1월 10일, www.communists.net미국의 대외정책에 관한 기사를 낼 때는 “제국주의”라는 범주를 수십 번 사용하지만, 다른 강대국에 대해서는 그 대외정책을 규탄하면서도 제국주의라는 말을 금기시 하는 "맑스주의" 자임 조직들이 있다.
국제사회주의동맹 (ISL)이 그러한 이중잣대의 한 예다. ISL은 국제 트로츠키주의 단체로 아르헨티나의 노동자사회주의운동(MST)이 이 국제 단체 내 가장 큰 조직이다. (MST는 통합노동자좌파전선[FITu]의 일원이다). 우크라이나와 벨라루스를 포함하여 여러 다른 나라에도 조직들이 있다.
며칠 전 LIS/MST는 카자흐스탄 민중봉기에 대한 성명을 냈다.[1] 성명은 토카예프 자본가 독재에 대항하는 민중봉기에 대한 지지를 표하며 국제연대를 촉구한다. 이것은 물론 옳고 모든 사회주의자와 민주주의자의 기본 입장을 반영한다.[2] 각종 스탈린주의자들과 푸틴·시진핑의 벗들 같은 가장 반동적인 세력들만이 이 영웅적인 대중투쟁을 "CIA가 지도하는 색깔혁명"이라고 비난한다.[3]
러시아의 카자흐스탄 군사 개입의 의미
다행히도, LIS/MST는 그러한 푸틴의 푸들들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 그럼에도 이 성명은 놀라운데, 많은 말을 하면서도 정작 말해야 할 것들은 하나도 말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다 알고 있듯이, 러시아와 CSTO (집단안보조약기구 ОДКБ)는 독재정권을 구하고 봉기를 피바다로 몰아넣기 위해 3,000명의 병력을 카자흐스탄에 파견했다. 1월 9일 발표한 카자흐스탄 당국의 공식 보도에 따르면 지금까지 164명이 살해됐다.[4] 의심의 여지없이, 실제 숫자는 훨씬 더 높다!
우리가 다른 곳에서 설명했듯이, 푸틴은 카자흐 봉기가 다른 중앙아시아 나라나 러시아 자체에서 유사한 사태를 촉발하는 도화선이 되지 않도록 봉기를 박살내겠다고 작정했다. 더욱이 군사개입으로 러시아는 상당한 양의 석유, 가스, 우라늄과 그 밖의 원자재 매장량을 가진, 이 정치·경제적으로 중요한 나라 카자흐스탄에 대한 지배를 강화할 수 있게 된다. 이에 더해 카자흐스탄은 중국 제국주의의 유라시아 경영 프로젝트인 일대일로 사업에서 중요한 환승 국가다.[5]
즉 러시아의 카자흐스탄 군사개입은 카자흐 민중봉기에 대해서만이 아니라 아시아 지역 차원과 글로벌 차원에서도 중요한 사건이다. 이 군사개입은 러시아의 제국주의적 본질을 보여준다.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체첸 1999년, 조지아 2008년, 우크라이나 2014년, 시리아 2015년을 기억하시라.
중앙아시아뿐만 아니라 세계정치에서도 주요 이슈
LIS/MST는 러시아의 개입에 대해 간략히 언급하고 개입에 대한 반대 입장을 표하지만, 러시아 국가와 그 대외정책을 제국주의로 성격규정 할 심장은 감히 못 가지고 있다.
미국이 라틴아메리카 나라 (예로 그레나다)나 중동 나라 (예로 시리아)에 군대를 파견하는 경우, 또는 프랑스가 말리에 군대를 보내는 경우, LSI/MST와 같은 조직들은 그 같은 군사행동을 제국주의라고 규탄하는 데서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다. 물론 당연히 그래야지!
하지만 러시아나 중국에 이르면 세상은 완전히 다르게 보인다. 러시아나 중국의 대외정책을 규탄하는 성명에서조차도 제국주의라는 말은 단 하나도 찾을 수 없다.
이번 카자흐스탄 성명에서 이것이 단순한 간과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그런 실패에는 고유한 방법(론)이 깔려 있다. LIS/MST가 2019년 이래로 개최한 두 대회의 문서를 보면 같은 그림이 나온다. 세계정세에 대한 문서에서도, 러시아 포함 유럽에 대한 문서에서도 러시아는 제국주의로 성격규정 되고 있지 않다. 아예 러시아에 대한 언급 자체가 거의 없다.[6]
이것은 세계정치의 핵심 이슈에서 중대한 실패다! 우리는 단일 제국주의 강대국 (미국 같은)에 의해 지배되는, 또는 통합 제국주의 진영 (카우츠키주의적 신화의 초제국주의 같은)에 의해 지배되는 세계에 살고 있지 않다. 아니, 글로벌 정치는 지금도 시시각각 패권경쟁을 고조시켜 가고 있는 복수의 제국주의 강대국들 (미국, 중국, EU, 러시아, 일본)의 존재를 주요 특징으로 한다. 이들 열강의 제국주의적 본질을 인식하지 않고는 세계정치에서 올바른 방향을 찾는 것은 불가능하다.[7]
RCIT가 여러 연구보고서에서 상세히 설명했듯이, 러시아는 이러한 강대국들 중 하나다. 그 힘이 불균등하게 발전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명목 GDP로는 세계 11위, 구매력평가지수(PPP)로는 6위 국가지만, 군사·정치적 차원에서는 선두 국가 중 하나다. 미국과 함께 가장 많은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으며 세계 2위 무기 수출국이다. 또한 러시아는 거부권을 가진 유엔 5대 상임이사국 중 하나로 세계정치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며, 중동과 북·동·중앙아프리카와 유럽, 아시아에서 남다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8]
요약하자면 러시아의 카자흐스탄 군사개입은 러시아가 유라시아의 헌병 역할을 하는 제국주의 열강임을 보여주는 하나의 실제적인 사례다. 이 사실을 무시하고 그 짐승을 제 이름으로, 제국주의로 부르길 거부하는 것은 중대한 과오이며, 사회주의자 대열 속에 혼란을 초래할 수 있을 뿐이다! LIS/MST 동지들이 어서 이러한 약점을 극복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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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LIS: No more repression against the people! General Strike, Workers’ Councils and Self-Defense Committees! January 2022, https://lis-isl.org/en/2022/01/08/kazajstan-basta-de-represion-al-pueblo-por-una-huelga-general-consejos-de-trabajadores-y-comites-de-auto-defensa/
[2] RCIT는 카자흐스탄 민중봉기에 관해 일련의 문서들을 발표했다. 다음 링크로 들어가서 문서들을 볼 수 있다. https://www.thecommunists.net/worldwide/asia/compilation-of-articles-on-the-popular-uprising-in-kazakhstan/.
[3] 이에 대해서는 다음을 보라. 주가노프의 스탈린주의 KPRF가 러시아 군대의 유혈 시위진압과 제국주의 점령을 지지하다
미하엘 프뢰브스팅, ,<카자흐스탄 민중봉기와 푸틴의 애국 “공산주의자들” - 주가노프의 스탈린주의 KPRF가 러시아 군대의 유혈 시위진압과 제국주의 점령을 지지하다>, 2022년 1월 8일, https://blog.wrpkorea.org/2022/05/blog-post_236.html
[4] Jim Heintz: Kazakhstan says 164 killed in last week’s protests, 9.1.2022, https://apnews.com/article/europe-russia-kazakhstan-almaty-e8041ebee995d41050e6919ea0cdca64
[5] 미하엘 프뢰브스팅, <러시아의 카자흐스탄 군사개입 - 제국주의 강대국이 자신의 ‘세력권’에서 행동을 취하다>, 2022년 1월 7일, https://blog.wrpkorea.org/2022/05/blog-post_513.html
[6] 다음 LIS/MST 대회 문서들을 보라. Our strategy for the socialist revolution( 2019), https://lis-isl.org/en/2019/05/24/nuestra-estrategia-para-la-revolucion-socialista/; The capitalist world economy after almost 2 years of pandemic (2019), https://lis-isl.org/en/2021/12/13/1-congreso-de-la-lis-la-economia-capitalista-mundial-despues-de-casi-2-anos-de-pandemia/; Resolution about Europe (2019), https://lis-isl.org/en/2019/05/24/resolucion-sobre-europa/; Class Struggle is Rising all over the World as the Crisis of Capitalism Deepens (2021), https://lis-isl.org/en/2021/12/14/1-congreso-de-la-lis-la-lucha-de-clases-asciende-en-todo-el-mundo-mientras-se-profundiza-la-crisis-del-capitalismo/; Notes on the international economic situation (2019), https://lis-isl.org/en/2019/05/24/apuntes-sobre-la-situacion-economica-internacional/; Resolution on Europe (2021), https://lis-isl.org/en/2021/12/10/1-congreso-de-la-lis-resolucion-sobre-europa/.
[7] 이에 대해서는 다음을 보라. 미하엘 프뢰브스팅, <<강대국 패권쟁투 시대에 반제국주의>>, https://blog.wrpkorea.org/2022/06/blog-post_9.html
[8] 우리는 러시아 자본주의와 러시아의 제국주의 강대국 부상에 대한 많은 문서를 발표했다. 다음을 보라. Michael Pröbsting: The Peculiar Features of Russian Imperialism. A Study of Russia’s Monopolies, Capital Export and Super-Exploitation in the Light of Marxist Theory, 10 August 2021, https://www.thecommunists.net/theory/the-peculiar-features-of-russian-imperialism/; 노동자혁명당(준), <레닌 제국주의론 관점에서 본 러시아 제국주의의 특색>, 2021년 10월, https://blog.wrpkorea.org/2022/05/blog-post_61.html; Michael Pröbsting: Lenin’s Theory of Imperialism and the Rise of Russia as a Great Power. On the Understanding and Misunderstanding of Today’s Inter-Imperialist Rivalry in the Light of Lenin’s Theory of Imperialism. Another Reply to Our Critics Who Deny Russia’s Imperialist Character, August 2014, http://www.thecommunists.net/theory/imperialism-theory-and-russia/; Russia as a Great Imperialist Power. The formation of Russian Monopoly Capital and its Empire – A Reply to our Critics, 18 March 2014 (이 팜플렛에는 우리의 러시아 제국주의 성격규정을 처음으로 정립한 2001년 문서가 포함되어 있다), http://www.thecommunists.net/theory/imperialist-russia/; 같은 저자의 다음 논문들도 보라. 'Empire-ism' vs a Marxist analysis of imperialism: Continuing the debate with Argentinian economist Claudio Katz on Great Power rivalry, Russian imperialism and the Ukraine War, 3 March 2023, https://links.org.au/empire-ism-vs-marxist-analysis-imperialism-continuing-debate-argentinian-economist-claudio-katz; <러시아: 제국주의 열강인가, 반주변부 국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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