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대외정책 독트린의 중대 전환
- 새 <국방전략> 초안은 미 제국주의의 극적 쇠퇴를 반영한다
미하엘 프뢰브스팅, 혁명적 공산주의인터내셔널 동맹(RCIT), 2025년 9월 10일, www.thecommunists.net
미국 새 행정부의 대외정책과 군사전략의 기본 방향을 보여주는 국방전략(NDS) 초안이 나왔는데, 민주당 · 공화당 기존 행정부들과의 일대 변화를 암시하고 있다. 오바마의 “아시아 회귀 (pivot to Asia)” 이래로 워싱턴은 아시아/ 인도태평양 지역에 집중하며 중국을 가장 중요한 적수로 지목했다.
그러나 이번 전략 문서 초안은 진로 변경을 내걸며, 미국 본토와 서반구를 새로운 중점 지역으로 규정하고 있다. 다시 말해, 미군의 자원을 일차적으로 미국 자체와 중남미, 북미 (그린란드 포함)에 우선 배치해야 한다는 것이다.[1]
이 초안이 채택되면 미 제국주의 대외정책의 극적 반전을 성문화하는 것이다. 이는 미국이 세계 패권국 지위를 방어하려는 시도가 끝나는 것을 의미한다. RCIT가 지난 15년래 평가 분석해온 바와 같이, 현 역사 시기를 규정하는 주요 지표 중 하나는 오랜 절대 패권국이던 미국 제국주의의 쇠퇴와 중국 제국주의의 부상이다.[2] 그 결과, 이 두 강대국 간의 제국주의 패권경쟁이 세계 정치·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3]
본토와 서반구로의 후퇴는 워싱턴이 더 이상 동시에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고 중동을 통제하며 그 밖의 다른 지역을 지배할 경제적·군사적 자원이 없다는 사실을 반영한다. 우리가 이미 지적했듯이, 트럼프 정부는 중국과 러시아가 세계정치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것을 막을 수 없다는 점을 받아들이는 것으로 보인다.[4] 아시아, 아프리카, 동유럽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강력한 영향력에 도전하지 않고 물러서는 이유다. 대신 미국은 남북미 미주대륙과 (가능하다면) 유럽을 지배하는 데 집중하고자 한다.
나아가 이 새 독트린은 미 제국주의의 심화되는 국내 위기 또한 반영한다. 미국 경제는 수십 년간의 탈산업화, 수입 의존, 급속한 부채 증가로 고통 받고 있다. 미국 사회는 폭발적인 정치적·사회적 모순으로 찢겨 갈라져 있다. 트럼프 정부가 점점 더 병력을 미국 도시와 국경에 배치하고 있는 이유다. 트럼프 정부의 국내 정책은 심각한 위기에 처한 지배계급의 “예방 내전”이다.[5]
물론 이 전략 문서는 아직 공식적으로 채택되지 않았다. 그리고 그 극적인 함의를 고려할 때, 정치 엘리트 상당 부분 ㅡ 특히 민주·공화 양당에 여전히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린지 그레이엄 같은 소위 ‘대중국 매파’들 ㅡ 이 이러한 대외정책 전환에 격렬히 항의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가 올해 1월 이래로 실제로 취한 대외정책 결정을 되돌아보면 이미 이런 방향으로 일련의 조치를 취해왔음을 알 수 있다. 군대를 주요 도시들에 배치하고 국경 지역을 군사화하는 것 외에도 카리브해에 해군 병력을 보내 베네수엘라를 위협했고 멕시코에 대한 군사 공격 (“마약 테러와의 전쟁”)을 공개적으로 거론했으며 캐나다와 그린란드에 대한 병합을 내걸었다. 또 유럽 (및 일본, 한국 등 그 밖의 서방 국가들)에 대해서는 경제적으로 압박하여 최대한 돈을 우려내려 하고 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 트럼프는 중국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를 거듭 거듭 미루고 푸틴을 위해서는 레트카펫을 깔아줬다. 트럼프는 반복해서 우크라이나 지원 중단을 위협했고, 러시아와 동등하게 우크라이나에도 침공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6] 또 미국은 (러시아를 겨냥한) 소위 발트해 안보 이니셔티브 자금을 끊었으며, “러시아·중국·이란의 가짜 뉴스 대응”을 위한 서방 동맹국들과의 조약에서 탈퇴했다.
요컨대, 트럼프 정부의 정책은 주요 적대국 (중국·러시아)과의 대결에서는 후퇴하고, 대신 서반구의 약한 동맹국들에 대해서는 약탈, 지배하려는 시도로 특징지어진다. 쇠퇴하는 전(前) 패권국이 보다 현실적인 목표를 스스로에게 설정하는 것이다.
우리 출판물 독자들도 아시다시피, 지난 10여 년에 걸쳐 우리는 미 제국주의의 쇠퇴와 중국(그리고 러시아)의 대국굴기에 대한 여러 논쟁에서 논전을 벌여왔다. 우리는 중국의 자본주의 열강으로의 전화 및 그에 따른 제국주의 상호 경쟁을 세계정치의 핵심 지표로 인식하는 맑스주의 평가분석을 옹호해왔다. 반면, 우리의 반대자들은 우리가 미국의 쇠퇴와 중국 (및 러시아)의 정치·경제·군사적 힘을 과대평가한다고 비난했다. 이제 이 같은 최근 사건 앞에서 그들은 뭐라고 할 것인가?![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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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Paul McLeary, Daniel Lippman: Pentagon plan prioritizes homeland over China threat, Politico, 05.09.2025, https://www.politico.com/news/2025/09/05/pentagon-national-defense-strategy-china-homeland-western-hemisphere-00546310
[2] RCIT의 현대 제국주의 분석으로는, 다음 두 책을 보라. Michael Pröbsting: Anti-Imperialism in the Age of Great Power Rivalry. The Factors behind the Accelerating Rivalry between the U.S., China, Russia, EU and Japan. A Critique of the Left’s Analysis and an Outline of the Marxist Perspective, RCIT Books, Vienna 2019, https://www.thecommunists.net/theory/anti-imperialism-in-the-age-of-great-power-rivalry/ [ <<강대국 패권쟁투 시대에 반제국주의>>, 2020년, https://blog.wrpkorea.org/2022/06/blog-post_9.html]; The Great Robbery of the South. Continuity and Changes in the Super-Exploitation of the Semi-Colonial World by Monopoly Capital Consequences for the Marxist Theory of Imperialism, RCIT Books, 2013, https://www.thecommunists.net/theory/great-robbery-of-the-south/
[3] 이에 대해서는 다음을 보라. Michael Pröbsting: Trump-Putin Rapprochement Signals End of “Trans-Atlantic Partnership”. On the decline of U.S. (ex-)hegemon, the deep crisis of European imperialism and consequences for socialist tactics, 21 February 2025, https://www.thecommunists.net/worldwide/global/trump-putin-rapprochement-signals-end-of-trans-atlantic-partnership/
[4] 다음을 보라. Michael Pröbsting: A Kind of Official Confirmation. U.S. Secretary of State Marco Rubio admits the end of U.S. hegemony and the beginning of the multipolar world order, 3 February 2025, https://www.thecommunists.net/worldwide/global/u-s-secretary-of-state-rubio-admits-end-of-u-s-hegemony/
[5] RCIT, <트럼프 2.0: 노선과 내적 모순, 정세 효과와 투쟁 과제>, 2025년 1월 31일, https://blog.wrpkorea.org/2025/02/2.html
[6] 이에 대해서는 다음을 보라. RCIT, <트럼프-푸틴 정상회담: 우크라이나를 분할하기 위해 두 강도가 만났다>, 2025년 8월 18일, https://blog.wrpkorea.org/2025/08/blog-post_24.html
[7] 이에 대한 우리의 가장 최근 논쟁 글로는, 다음을 보라. Michael Pröbsting: One Should Not Camouflage Capitalist and Imperialist China as “Socialist”. A Reply to Immanuel Ness and John Bellamy Foster, 8 April 2025, https://spectrejournal.com/one-should-not-camouflage-capitalist-and-imperialist-china-as-socialist/; Age of ‘Empire’ or age of imperialism? A reply to Claudio Katz, Links International Journal of Socialist Renewal (LINKS), 7 December 2024, https://links.org.au/age-empire-or-age-imperialism-reply-claudio-kat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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