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푸틴 정상회담: 우크라이나를 분할하기 위해 두 강도가 만났다
혁명적 공산주의인터내셔널 동맹 (RCIT) 성명, RCIT 우크라이나 지부/ 러시아 지부/ 국제사무국 공동 배포, 2025년 8월 18일, www.thecommunists.net
1. 트럼프와 푸틴 간의 알래스카 정상회담은 진정으로 제국주의적인 만남이었다. 소국들에 대한 침략과 점령의 오랜 역사를 가진 두 강도 대국이 우크라이나 분할을 놓고 기본적인 합의를 봤다. 정식 협약문은 발표되지 않았지만, 트럼프는 정상회담 후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푸틴 대통령과 "평화조약" 원칙들에 대해 "대체로 합의"를 이루었다고 말했다.
2. 기본적으로 미국과 러시아가 일치를 본 사항은 다음과 같다.
* 우크라이나는 도네츠크, 루한스크, 자포로지야, 헤르손 지역 영토에 대한 러시아의 점령을 받아들여야 할 뿐만 아니라, 3년 6개원 전 러시아가 전쟁 시작 한 이래 정복하지 못한 광활한 땅 (6,600㎢의 돈바스)도 넘겨야 한다. 돈바스가 우크라이나의 산업 중심지라는 점에서 이는 우크라이나에 치명적인 타격이다. 나아가 슬로비안스크, 크라마토르스크, 드루즈키우카, 코스티안티니우카와 같은 "요새 도시"들의 철벽 벨트를 잃게 될 것이다. 이러한 영토 할양은 향후 우크라이나 동부 나머지 지역의 군사 방어를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다. (푸틴이 어느 땐가 또 다른 전쟁을 시작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바보들뿐일 것이다!)
* “그 대가로” 러시아는 440제곱킬로미터 정도 밖에 안 되는 면적의 작은 고립 지대 수미와 하르키우에서 철수할 것이다. 이와 함께 푸틴은 이미 수개월 간 교착 상태인 헤르손과 자포리자 전선의 현상 동결도 제안했지만, 러시아 점령군이 그 동안 이 지역에서 아무 진전도 이루지 못했다는 점에서 별 다른 양보도 아니다. 이에 더해 푸틴은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어가 공용어가 돼야 하고 러시아 정교회의 권리도 전면 복원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 지난 몇 주 동안 러시아에게 즉각적인 휴전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최후통첩"과 "고통스럽고 전례 없는 제재"를 가하겠다고 떠들썩하게 위협했던 트럼프는 이 통첩을 철회하고 푸틴이 평화조약 협상 개시에 동의했다며 흡족한 표정으로 발표했다. 당연히, 누구도 이러한 협상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 수 있을지 모른다는 점에서 푸틴은 ㅡ 이제 미국의 축복을 받으며 ㅡ 우크라이나 인민을 상대로 피비린내 나는 전쟁을 계속할 수 있게 됐다.
* 푸틴은 또 미국이 러시아가 평화협정 거래로 획득하게 될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러시아의 주권을 인정해 줄 것도 요구했다. 이에 더해 푸틴은 우크라이나의 동맹국들뿐만 아니라 러시아의 동맹국들도 참여하는 우크라이나의 "안보 보장"에 대해 논의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나아가 푸틴은 러시아에 대한 제재 해제도 ㅡ 적어도 그 일부의 해제도 ㅡ 기대하고 있다. 트럼프가 이러한 요구에 어느 정도 동의를 표시했는지 현재로서는 불분명하다.
3. 트럼프가 이제 우크라이나 대통령 젤렌스키에게 이러한 항복 조건을 받아들이도록 최대한의 압력을 가할 것이 분명하다. 트럼프는 이미 폭스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합의에 꽤 가까워졌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하며, "우크라이나가 동의해야 합니다. 아마도 그들 [우크라이나]은 '아니오'라고 할 것입니다"라고 덧붙였다. 트럼프는 젤렌스키에게 무엇을 하라고 조언할 것이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거래를 해야 합니다. 보세요, 러시아는 매우 큰 강대국이지만 그들은 그렇지 않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특사 스티븐 위트코프는 노골적으로 푸틴에게 점령지에 대한 "이스라엘식 해결책"을 모색하자고 제안했다. “이스라엘이 서안 지구를 점령하는 것과 똑같을 것입니다.... 총독을 두고 경제 구조는 우크라이나가 아닌 러시아로 편입되지만 우크라이나가 주권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해당 지역은 여전히 우크라이나가 될 것입니다. 그러나 현실은 그 지역이 점령지라는 점이고 그 모델은 팔레스타인입니다." 트럼프 정부가 우크라이나의 자원을 갈취하기 위해 일단 휴전을 끌어내고 푸틴 정부와 우크라이나를 분할하는 데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이 트럼프-푸틴 정상회담보다 제국주의의 본질을 더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도 없을 것이다. 혼란스러운 광대 한 명, 그리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잘 알고 있는 다른 한 명 등 두 명의 강도가 만나 다른 사람들의 운명을 결정하니 말이다!
4. 당연히 우크라이나 여론은 트럼프가 배신했다고 격분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군사적 열세를 고려할 때, 주민 다수는 현재 전선에서의 휴전을 받아들일 것이지만, 침략자에게 더 많은 영토를 넘겨주는 것에는 거의 만장일치로 반대하고 있다. 이러한 대중의 압력 하에서 지금까지는 젤렌스키도 영토 할양에 대해서는 거부해 왔다. 우크라이나 의회 외교위원회 위원장인 올렉산드르 메레즈코는 트럼프-푸틴 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트럼프가 푸틴과 손을 잡고 우리에게 평화조약을 받아들이도록 강요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사실상 우크라이나의 항복을 의미합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우크라이나 관리는 "이것은 등 뒤에서 우리를 찌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젤렌스키가 우크라이나의 운명을 나토 및 EU 가입과 연결시키는 오랜 친서방 정책 이력을 고려할 때 트럼프에 맞설지는 매우 의문이다. 우크라이나의 지도부가 서방 제국주의와 결별하지 않는 한 우크라이나는 미국과 EU의 변덕에 종속될 수밖에 없다.
5. 트럼프-푸틴 정상회담의 의미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훨씬 넘어선다. 지난 몇 년간 세계정세에 일어난 근본적인 변화, 특히 트럼프 2기로 더욱 가속화된 변화를 보여주는 사건인 것이다. 이 정상회담은 과거 절대 패권국이었던 미 제국주의의 쇠퇴와 그에 따른 러시아 (그리고 중국) 제국주의의 부상을 보여주는 것으로, RCIT는 이 점을 수년간 지적해 왔다. 이 점은 트럼프가 앞서의 "위협"을 철회하고 푸틴에게 통 큰 양보를 하려는 의지에서도 나타났고, 레드카펫에서 푸틴에게 박수를 치며 기자회견에서 먼저 발언하도록 하는 등 회담의 의식(儀式)에서도 드러났다. 러시아 제국주의 이데올로그들이 정상회담 결과에 환호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유럽 파시스트들과 많은 인연을 맺어온 저명한 우익 이론가이자 차리즘 예찬자인 알렉산드르 두긴은 "이렇게 좋은 결과가 나올 줄은 몰랐다"라고 말했다. 대(大)러시아 배외주의 상원의원 안드레이 클리샤스는 "새로운 유럽 및 국제 안보 체제가 의제에 올랐으며 모두가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6. 또한 정상회담은 유럽 제국주의의 쇠락을 다시 한 번 드러냈다. 트럼프가 러시아 대통령과의 협상 결과를 유럽 정부들에게 단지 통보만 하고 마는 것으로 그쳤다는 점에서다. 유럽 국가 지도자들은 트럼프의 '현명한' 말을 듣기 위해 워싱턴으로 달려가야만 하는 굴욕적인 행동을 감내해야 했다. 이는 우리가 얼마 전부터 환기시켜 온 세계정세의 또 다른 동향, 즉 미국 제국주의와 유럽 제국주의 간의 대서양동맹이 급속도로 파열되고 있는 상황을 확인시켜 준다. 역사적인 자본주의 쇠퇴기에 제국주의 강대국들은 각자도생으로, 나아가 ‘너 죽고 나 살자’로 나아가는 것을 기조로 한다. 군비 증강에 수천억 유로를 투입하기로 막 결정한 유럽 제국주의자들은 조만간 자국 제국주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워싱턴과의 유대를 끊지 않을 수 없도록 몰릴 것이다. 그러나 그들의 약하고 분열된 상태를 고려할 때, 그들이 벌써부터 그렇게 할 수 있을지는 불분명하다. 여전히 그들은 자신의 애처로운 운명을 한탄하며 당분간은 "아빠"에게 도움을 호소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7. 혁명적 공산주의인터내셔널 동맹 (RCIT)은 우크라이나의 민족자결권을 침탈하는 제국주의 책동을 강력히 규탄한다. 젤렌스키 정부는 트럼프-푸틴 협정에 동의해선 안 된다! 우크라이나 지도부가 휴전에 동의할 수밖에 없도록 강요될 수 있다는 점을 우리는 부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가 거듭 밝혔듯이, 휴전을 추진할지 여부는 우크라이나 인민이 ㅡ 그리고 오직 우크라이나 인민만이 ㅡ 결정할 문제다. 이것은 전술적 문제다. 그러나 우크라이나를 외세의 점령으로부터 해방시키는 전략에 종속되어야 하는 전술적 문제인 것이다. 숨통을 트고 향후 보다 유리한 시점에 인민전쟁을 준비하기 위해 휴전이 필요할 수도 있다.
8. RCIT와 RCIT 우크라이나 지부 및 러시아 지부는 푸틴의 침공에 맞선 우크라이나의 민족방위전쟁을 언제나 지지해 왔다. 2022년 봄, RCIT는 우크라이나 항전을 원조하기 위해 세 차례의 연대 호송대를 (공동) 조직하고 리비우에서 열린 메이데이 연대회의에 참여했다. 우리는 우크라이나의 민족해방 투쟁을 지지함에 따라 가능한 어디로부터든 ㅡ 서방 열강들로부터도 포함하여 ㅡ 무기를 얻을 우크라이나의 권리를 인정한다. 독재와 파쇼 탄압의 가장 어려운 조건 속에서 활동하는 RCIT 러시아의 동지들이 옳게 지적했듯이, 푸틴 군대의 패배는 그의 보나파르트주의 지배를 약화시키고 대중의 민주주의투쟁/경제투쟁 조건을 크게 향상시킬 것이다.
9. 동시에, 우리는 나토가 러시아를 상대로 자신의 제국주의적 이익을 위해 이 분쟁을 이용하려 했다는 점에서 전쟁의 이중적 성격을 항상 지적해 왔다. 우리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지를, 모든 강대국에 의한 제국주의적 침략/제재/군비증강 정책에 대한 반대와 결합시켜온 이유다. 또한 우리는 우크라이나의 군사적 투쟁을 편 들지만 동시에 부르주아/친서방/반민주 젤렌스키 정권에 대한 어떠한 정치적 지지도 거부한다.
10. 우리는 우크라이나의 부르주아 민족주의자들이 퍼뜨리는 신화, 러시아 침략자들에 저항하기 위해 서방 제국주의에 종속될 수밖에 없다는 허위 이데올로기를 강력히 배격한다. 역사는 민족해방 전쟁을 벌이는 피억압인민이 외세의 도움 없이도 ㅡ 즉 또 다른 제국주의 세력으로부터의 도움 없이도 ㅡ 제국주의 세력에 맞서 승리할 수 있음을 거듭 보여줘 왔다. 아메리카 침략자들을 몰아낸 아프간 · 이라크 인민을 떠올려보라. 또는 현대사 최악의 제노사이드 학살을 겪으면서도 근 2년 동안 시온주의 점령군에 맞서 항전해 온 가자 ㅡ 인천시보다 크지 않은 작은 고립지 ㅡ 의 영웅적인 팔레스타인 인민을 보라!
11. 러시아 침략자들에 대항하여 우크라이나를 성공적으로 방어하기 위해서는, a) 올리가르히 (과두재벌들)와 부패 관료들을 숙청하고 b) 서방 제국주의로부터 독립해야 한다. ▷ 제조업, 금융, 운송, 에너지 분야 대기업들에 대한 노동자 통제 하에 국유화! ▷ 우크라이나 부채 무효화! ▷ 반동 노동악법 폐지! ▷ 나토 · EU 가입 반대! ▷ 서방 군대 주둔 반대!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으로, 부르주아 · 친서방 젤렌스키 정부를 타도하고 노동자·민중평의회와 민병에 기반한 노동자 정부로 대체해야 한다! 그러한 정부는 침략자들을 몰아내기 위한 인민전쟁을 준비할 것이다. 동시에 우리는 국제 노동자·민중 운동에 우크라이나 인민을 지지할 것, 그리고 항복을 강요하는 미국을 비롯한 서방 정부들을 규탄할 것을 촉구한다. "인민전쟁"과 "인민정부", 이것이 오는 시기의 핵심 슬로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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