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신식민지적 경제”라고?
- 민족자주파가 제국주의 국가를 “신식민지”로 둔갑시켜 푸틴의 침략전쟁을 정당화하다
노동자혁명당(준), 2022년 4월 13일
들어가며
민족자주파는 푸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 시작 이래로 줄곧 친러 제국주의 프로파간다를 국내에 전파하며 러시아의 침략을 옹호하고 있다. 친러 프로파간다의 주요 골자는 이렇다. 러시아는 나토·서방 제국주의 도발의 희생자로, 나토의 동진 팽창에 저항하는 과정에서 이번에 우크라이나에 대한 “특별군사작전”을 감행한 것이다. 그래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쟁은 제국주의 침략 전쟁이 아니다. 러시아 대 서방 간 제국주의 세력권 다툼에서 비롯한 강도적, 약탈적 제국주의 전쟁이 아니라, 러시아의 “반제” 저항투쟁의 연장선에 있는 정당한 전쟁이다. 러시아는 제국주의가 아닐뿐더러 미·서방 제국주의에 대항하는 “반제” 세력이다.
이와 같이 침략 전쟁을 정당화하기 위한 최종 논거는 ‘러시아는 제국주의가 아니다’라는 것이다. ‘세계에서 제국주의는 미국 (및 서방 동맹들)밖에 없는데 그 미국과 대립·충돌하는 러시아가 어떻게 제국주의일 수 있는가?’!
러시아 자체에 대한 사회구성체 평가분석으로부터가 아니라 그 대외'정책'으로, 대(對) 서방 관계로 제국주의 여부를 판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민족자주파는 이와 같이 줄곧 비과학적, 부르주아 지정학주의 관점에서 푸틴 러시아의 제국주의적 성격을 부인하고 침략전쟁을 정당화해왔다. 그러다가 최근 이러한 비 맑스주의적 논거만으론 안 되겠다 싶었는지 마침내 레닌 제국주의론을 끌어와, 경제적 토대에서 러시아는 “제국주의와 관련하여 착취당하는” 신식민지적 경제라고 주장하며 나섰다. (통일시대, <러시아는 제국주의인가> https://www.tongiltimes.com/news/articleView.html?idxno=730)
이와 같이 침략 전쟁을 정당화하기 위한 최종 논거는 ‘러시아는 제국주의가 아니다’라는 것이다. ‘세계에서 제국주의는 미국 (및 서방 동맹들)밖에 없는데 그 미국과 대립·충돌하는 러시아가 어떻게 제국주의일 수 있는가?’!
러시아 자체에 대한 사회구성체 평가분석으로부터가 아니라 그 대외'정책'으로, 대(對) 서방 관계로 제국주의 여부를 판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민족자주파는 이와 같이 줄곧 비과학적, 부르주아 지정학주의 관점에서 푸틴 러시아의 제국주의적 성격을 부인하고 침략전쟁을 정당화해왔다. 그러다가 최근 이러한 비 맑스주의적 논거만으론 안 되겠다 싶었는지 마침내 레닌 제국주의론을 끌어와, 경제적 토대에서 러시아는 “제국주의와 관련하여 착취당하는” 신식민지적 경제라고 주장하며 나섰다. (통일시대, <러시아는 제국주의인가> https://www.tongiltimes.com/news/articleView.html?idxno=730)
“신식민지적인” 근거로 제시하고 있는 것은 다음 세 가지다.
1) “GDP는 한국이나 인도보다 작다.”
2) “석유와 광석과 같은 천연자원 교환에 의존하는” 경제다
3) “세계 50대 은행 목록에서 러시아 은행은 단 한 곳도 없다... 러시아는 자본을 수출하지 않는다.”
1. GDP 세계 순위로 제국주의인지 “신식민지”인지 판정할 수 있다? 이게 레닌 제국주의론인가?
또 GDP 수준이 한국보다도 작으므로 러시아는 “신식민지적 경제”라며 한국에 빗대는 것은 한국도 GDP 수준에서 “신식민지적 경제”라는 전제를 깔고 있는 것이다. 위 2020년 기준으로 한국은 GDP 순위 8위인 이탈리아 (1조 8482억 달러), 9위 캐나나 (1조 6002억 달러)에 이어 10위 (1조 5867억 달러)다. 실질 GDP에서는 2021년에 이미 이탈리아를 넘어섰다는 평가도 있다. 자주파 스스로 기준 근거로 내세우는 GDP 규모로는, 한국과 함께 그와 엇비슷한 이탈리아, 캐나다도 “신식민지적 경제”가 아닌가! 그러나 G7 국가인 이탈리아, 캐나다는 외국 독점자본이 아니라 내국 독점자본이 지배하는 경제이며, 남반구 나라들에 대한 자본수출로 초과이윤을 수취하는 제국주의 국가들이다. 그러면 한국은? 내국 독점자본 지배 및 자본수출/초과이윤 수취 같은 레닌 제국주의론의 경제적 기준에서 한국은 이탈리아, 캐나다에 비해 더 고도화되었으면 되었지 결코 뒤처지지 않는다.
그리고 러시아는 한국에 이어 11위로 1조4640억 달러다. (구매력 평가 기준 PPP로는 세계 6위다). GDP 세계 순위 8위부터 11위에 있는 이탈리아, 캐나다, 한국, 러시아, 이 네 나라 사이에 어떤 ‘질적’ 차이로 8, 9위는 제국주의가 되고 10, 11위는 “신식민지”가 되는 것인가? 1조 8천억 달러와 1조 4천억 달러 사이에 어느 액수 이상이면 제국주의가 되고 얼마 이하면 “신식민지”가 되는 것인가? 서두에서 <<제국주의론>>을 들먹이고는 정작 본론에서는 GDP 순위를 제국주의-신식민지 판정 기준으로 제시하여 레닌 제국주의론을 희화화하고 있다.
자주파는 또 러시아를 인도와도 비교한다. 인도는 GDP 2조5925억 달러로 (5위 영국, 7위 프랑스와 거의 같은 수준의) 6위다. 비슷한 GDP 규모라고 해도 제국주의 영국, 프랑스와는 달리 인도는 반(半)식민지 나라다. 인도 경제는 외국 독점자본에 의해 지배되고 있고, 자본수출보다 자본수입이 현저히 많아 초과착취를 당하는 그야말로 “신식민지적 경제”다. 이런 “신식민지적인” 인도가 6위의 GDP 규모를 갖게 되는 배경은 14억 인구라는 거대한 인구 대국 조건의 힘일 뿐이다. 이에 비해 러시아는 1억 4천만 인구로 인도의 10분의 1이다. 이런 인구 대비 속에서 러시아가 인도보다도 GDP 수준이 작다는 얘기가 무슨 의미를 가지는가. 신식민지적인 인도보다 GDP가 작으므로 러시아도 신식민지일 수밖에 없다는 것인가? GDP 수준은 해당 국가의 계급적 성격규정을 위한 기준, 즉 자본주의 제국주의냐, 아니면 자본주의 반식민지냐를 판정하는 기준이 될 수 없다. 자주파도 레닌 제국주의론을 전거로 거론한 이상 내국 독점자본 지배 및 자본수출/초과이윤 수취를 기준으로 해서, 러시아에 대해서도 과연 “신식민지적 경제”인지 아니면 제국주의 경제인지 평가분석 해야 한다.
레닌 제국주의론에 입각해서 러시아 경제를 평가분석 할 것처럼 서두에서 운을 떼던 것과는 달리 “국내총생산 GDP” 같은 부르주아 경제학의 범주들을 끌어대고 있다. GDP 순위로 제국주의인지 “신식민지”인지를 가르겠다? 그렇다면 GDP 세계 순위에서 몇 위까지가 제국주의고 몇 위부터가 “신식민지”인가? 자주파는 중국이 제국주의임을 줄곧 부정해왔다. 그런데 중국은 GDP 순위로 압도적인 세계 2위다. 현재 확정치가 나와 있는 2020년 기준 (IMF 기준)으로, 중국 GDP(14조8천억 달러)는 1위 미국 (20조8천억 달러)의 70% 수준을 넘어섰고, 3위 일본 (4조9천억 달러)과 4위 독일 (3조8천억 달러)에 대해 각각 300%, 370% 수준이다. 자주파는 일본이나 독일이 제국주의 국가임을 부정하진 못할 것이다. 그렇다면 스스로 제시한 기준에 따라 중국 또한 제국주의 국가임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맑스주의자는 중국을 GDP 순위 같은 부르주아 경제학의 기준을 가지고 제국주의로 규정하지 않는다. 우리는 레닌 제국주의론 관점에 입각해 ▷내국 독점자본의 지배, ▷ 남반구 ‘제3세계’ 나라들에 대한 자본수출 및 초과착취 여부를 기준으로 중국을 제국주의로 성격규정 했다. (이에 대해서는 노동자혁명당(준) 소책자 <<레닌 제국주의론 관점에서 본 중국 제국주의>> 참조. https://blog.wrpkorea.org/2022/06/blog-post_27.html).
또 GDP 수준이 한국보다도 작으므로 러시아는 “신식민지적 경제”라며 한국에 빗대는 것은 한국도 GDP 수준에서 “신식민지적 경제”라는 전제를 깔고 있는 것이다. 위 2020년 기준으로 한국은 GDP 순위 8위인 이탈리아 (1조 8482억 달러), 9위 캐나나 (1조 6002억 달러)에 이어 10위 (1조 5867억 달러)다. 실질 GDP에서는 2021년에 이미 이탈리아를 넘어섰다는 평가도 있다. 자주파 스스로 기준 근거로 내세우는 GDP 규모로는, 한국과 함께 그와 엇비슷한 이탈리아, 캐나다도 “신식민지적 경제”가 아닌가! 그러나 G7 국가인 이탈리아, 캐나다는 외국 독점자본이 아니라 내국 독점자본이 지배하는 경제이며, 남반구 나라들에 대한 자본수출로 초과이윤을 수취하는 제국주의 국가들이다. 그러면 한국은? 내국 독점자본 지배 및 자본수출/초과이윤 수취 같은 레닌 제국주의론의 경제적 기준에서 한국은 이탈리아, 캐나다에 비해 더 고도화되었으면 되었지 결코 뒤처지지 않는다.
그리고 러시아는 한국에 이어 11위로 1조4640억 달러다. (구매력 평가 기준 PPP로는 세계 6위다). GDP 세계 순위 8위부터 11위에 있는 이탈리아, 캐나다, 한국, 러시아, 이 네 나라 사이에 어떤 ‘질적’ 차이로 8, 9위는 제국주의가 되고 10, 11위는 “신식민지”가 되는 것인가? 1조 8천억 달러와 1조 4천억 달러 사이에 어느 액수 이상이면 제국주의가 되고 얼마 이하면 “신식민지”가 되는 것인가? 서두에서 <<제국주의론>>을 들먹이고는 정작 본론에서는 GDP 순위를 제국주의-신식민지 판정 기준으로 제시하여 레닌 제국주의론을 희화화하고 있다.
자주파는 또 러시아를 인도와도 비교한다. 인도는 GDP 2조5925억 달러로 (5위 영국, 7위 프랑스와 거의 같은 수준의) 6위다. 비슷한 GDP 규모라고 해도 제국주의 영국, 프랑스와는 달리 인도는 반(半)식민지 나라다. 인도 경제는 외국 독점자본에 의해 지배되고 있고, 자본수출보다 자본수입이 현저히 많아 초과착취를 당하는 그야말로 “신식민지적 경제”다. 이런 “신식민지적인” 인도가 6위의 GDP 규모를 갖게 되는 배경은 14억 인구라는 거대한 인구 대국 조건의 힘일 뿐이다. 이에 비해 러시아는 1억 4천만 인구로 인도의 10분의 1이다. 이런 인구 대비 속에서 러시아가 인도보다도 GDP 수준이 작다는 얘기가 무슨 의미를 가지는가. 신식민지적인 인도보다 GDP가 작으므로 러시아도 신식민지일 수밖에 없다는 것인가? GDP 수준은 해당 국가의 계급적 성격규정을 위한 기준, 즉 자본주의 제국주의냐, 아니면 자본주의 반식민지냐를 판정하는 기준이 될 수 없다. 자주파도 레닌 제국주의론을 전거로 거론한 이상 내국 독점자본 지배 및 자본수출/초과이윤 수취를 기준으로 해서, 러시아에 대해서도 과연 “신식민지적 경제”인지 아니면 제국주의 경제인지 평가분석 해야 한다.
2. 러시아는 “천연자원 교환에 의존하는” 경제인가, 해외로 사업을 확장하는 내국 독점자본이 주도하는 경제인가?
이제 자주파가 러시아를 “신식민지적 경제”라고 주장하는 두 번째 근거 (“석유와 광석과 같은 천연자원 교환에 의존하는” 경제다)와 관련하여 러시아 경제의 내국 독점자본 지배 여부를 살펴보자. 러시아를 마치 공업화가 안 된, 부존자원이나 내다 파는 ‘저개발’ 경제처럼 묘사하고 있다. 루크오일, 로스네프트, 가즈프롬 같은 러시아의 석유회사는 유전, 가스전 등을 기반으로 한 개발 사업과 함께 정제, 유통 등에서도 이윤을 올리고 있는 로얄 더치 쉘, 시노펙, 엑손 모빌, BP, 토탈, SK이노베이션 등과 같은 글로벌 다국적기업들이다. 또 세버스탈, 에브라즈 같은 러시아 철강회사도 아르셀로미탈, 중국바오우그룹, 신일본제철, 포스코 등과 같은 제철, 조강 생산에서 세계 굴지의 다국적기업들이다. 그냥 석유와 광석과 같은 부존자원을 제국주의 다국적기업에 내다 파는 ‘제3세계’ 국가의 국영공사 같은 것이 아니다. 그리고 러시아에 이런 글로벌 다국적기업이 석유나 철강회사만 있는 것이 아니다. “러시아의 해외 사업 확장은 천연자원에 기반을 둔 부문으로 국한되지 않는다. 제조업 및 서비스 부문 회사들도 러시아 국경 밖으로 확장하고 있다. 예를 들어, 공작기계 (가즈그룹, 우랄OMZ), 전기발전 (INTER RAO 그룹, 아토메너고프롬), 화학 (유로켐, 아그론), 식료품 (Wimm-Bill-Dann 식품), 통신 (시스테마, 빔펠콤, MTS), 정보기술 (라닛, IBS 그룹, 카스퍼스키 랩), 운송 (소브콤플로트, 글로벌트랜스, 러시아철도공사), 은행 (스베르뱅크, 가즈프롬뱅크, 알파뱅크), 미디어 (CTC미디어, 인터팩스) 등을 들 수 있다.“[28] (그 외에도 러시아는 미국 다음으로 세계 2위의 무기 수출국이자 원전 수출 강국이다.)
러시아가 “신식민지적 경제”라면 이와 같이 해외로 사업을 확장하는 다국적기업들을 보유한다는 것이 가능할까? 자주파는 이러한 러시아 다국적기업들을 제치고 외국 다국적기업들이 러시아 경제를 지배한다고 말하는 것인가? 실제로 각종 자칭 맑스주의자들이 러시아를 "종속국" 또는 "주변부 국가"로 성격규정 하며, 러시아가 외국 독점체들 (외국 은행, 외국 기업)에 의해 지배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러시아 경제는 무엇보다도 위와 같은 러시아 독점자본이 지배하고 있다. 최근 발간된 러시아 경제 관련 연구서는 다음과 같은 결론에 도달한다. “러시아의 총 투자액에서 내국 기업, 외국 기업, 합작 기업의 점유율은 각각 86.3%, 7.3%, 6.4%로 지난 5년 간 같은 비율을 유지했다.” (아래 표 1, 2 참조)
표 1. 2015년 러시아의 총 투자에서 내국인 기업, 외국인 기업, 합작기업의 각 점유율
내국 기업 86.3%
외국 기업 7.3%
합작 기업 6.4%
표 2. 러시아 은행 부문에서 외국 은행의 점유율
2014년 2018년
외국 은행 점유율 23% 13.44%
(위 표는 노동자혁명당(준) 팜플렛
<레닌 제국주의론 관점에서 본 러시아 제국주의의 특색>에서 인용. https://blog.wrpkorea.org/2022/05/blog-post.html)
러시아가 “신식민지적 경제”라면 이와 같이 해외로 사업을 확장하는 다국적기업들을 보유한다는 것이 가능할까? 자주파는 이러한 러시아 다국적기업들을 제치고 외국 다국적기업들이 러시아 경제를 지배한다고 말하는 것인가? 실제로 각종 자칭 맑스주의자들이 러시아를 "종속국" 또는 "주변부 국가"로 성격규정 하며, 러시아가 외국 독점체들 (외국 은행, 외국 기업)에 의해 지배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러시아 경제는 무엇보다도 위와 같은 러시아 독점자본이 지배하고 있다. 최근 발간된 러시아 경제 관련 연구서는 다음과 같은 결론에 도달한다. “러시아의 총 투자액에서 내국 기업, 외국 기업, 합작 기업의 점유율은 각각 86.3%, 7.3%, 6.4%로 지난 5년 간 같은 비율을 유지했다.” (아래 표 1, 2 참조)
표 1. 2015년 러시아의 총 투자에서 내국인 기업, 외국인 기업, 합작기업의 각 점유율
내국 기업 86.3%
외국 기업 7.3%
합작 기업 6.4%
표 2. 러시아 은행 부문에서 외국 은행의 점유율
2014년 2018년
외국 은행 점유율 23% 13.44%
(위 표는 노동자혁명당(준) 팜플렛
<레닌 제국주의론 관점에서 본 러시아 제국주의의 특색>에서 인용. https://blog.wrpkorea.org/2022/05/blog-post.html)
이상과 같이 러시아는 해외로 확장하는 러시아 다국적기업들/ 내국 독점자본이 지배하는 제국주의 경제다. “석유와 광석과 같은 천연자원 교환에 의존하는” ‘저개발’ 경제가 아니다! 외국 독점체들에 의해 지배되고 있는 “신식민지적 경제”가 아니다!
3. 러시아는 금융자본이라고 할 만한 것이 없다? 따라서 자본을 수출하지 않는다?
그럼 이제, 러시아를 “신식민지적 경제”라고 주장하는 자주파의 세 번째 근거를 보자.
“이것 [천연자원 교환에 의존하는 경제]은 제국주의 금융자본에 대한 식민지의 고전적인 경제적 관계이다. 세계 50대 은행 목록에서 러시아 은행은 단 한 곳도 없다. 루블은 무역 통화가 아니다. 러시아는 자본을 수출하지 않는다.”
러시아에는 세계 50대 은행에 드는 은행이 한 곳도 없어 “제국주의 금융자본”이라고 할 만한 것이 없다는 얘기다. 그래서 자본수출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말 그런가?
러시아에 자산 기준 세계 50위권의 은행이 없는 것은 사실이다. (60위권에 스베르 뱅크가 러시아 은행으로 하나 올라 있다.) 세계 50대 은행 목록에는 주로 중국, 미국, 일본, 영국, 프랑스 은행들이 들어가 있다. 그 중 1-4위가 중국 은행들이다. 세계 거대 은행 중에 자산이 3조 달러 이상인 은행은 이들 중국 ‘빅4’ 이외에는 없다. 50위권 전체로 보더라도 중국 은행이 13개로 압도적으로 가장 많다. 그러다보니 뉴욕이 ‘세계 금융 허브’라면 상하이는 ‘우주 최강 금융 허브’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중국의 제국주의 본질을 부정하는 자주파에게는 재수 없게 불편한 진실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앞서 GDP 세계 순위에서도 그랬듯이, 맑스주의자는 중국 제국주의 규정을 세계 은행 순위를 기준으로 내리지 않는다. 세계 50대 은행 목록에서 중국 은행이 빅4를 차지하고 가장 많은 수를 점하고 있다는 것은 중국의 거대한 경제력을 말해주는 것이긴 하다. 그러나 그것은 중국이 제국주의임을 보여주는 여러 경제적 지표 중의 하나일 뿐 중국 제국주의의 본질적 성격을 구성하는 것은 아니다.
반면 러시아가 50위권 은행이 없다는 것은 금융업 부문에서 이러한 중국, 미국, 일본, 영국, 프랑스에 확실히 뒤쳐져 있음을 말해준다. 그런데 이것이 러시아에는 금융자본이라고 할 만한 것이 없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가? 그와 같이 중·미·일·영·프 등과 같은 세계 ‘톱클라스’ 은행이 없다는 것이 러시아가 자본을 수출하지 않는다는 주장의 증거인가? 이것은 제국주의의 핵심 특징인 금융자본을 은행자본으로 일면화 시킬 때만 가능한 주장이다. 금융자본(finance capital)을 금융업 자본 (financial capital)으로 바꿔치기할 때만 가능한 주장이다. 레닌 제국주의론에서 말하는 “금융자본”을 산업자본과는 분리된 화폐자본가들, 즉 은행을 비롯한 ‘금융권’ (투자회사, 보험회사, 각종 펀드 등)을 지칭하는 것으로 둔갑시킬 때만 가능한 주장이다.
레닌은 <<제국주의론>>에서 경제를 지배하는 독점의 형성이 제국주의의 가장 근본적인 특징이며 경제적 본질이라고 기술했다. 이와 관련하여 △ 독점적 산업자본과 은행자본의 금융자본으로의 융합, △ 상품수출과 병행하여 자본수출의 증가, △ 세력권 (특히 식민지) 쟁탈전을 제국주의의 지표로 함께 제시했다.
금융자본은 단지 은행 (및 금융권)이 아니라 “은행자본과 융합된 독점적 산업자본”이다. 이러한 독점적 산업자본과 은행자본의 융합으로서의 금융자본은 러시아에 없는 것이 아니라 발달해 있으며, 그것도 고도화된 형태로 발달해 있다. 러시아에서 금융자본은 “원료자원을 장악하고 경제생활 전체를 지배하며 거대 트러스트/금융과두제를 형성”하고 있다. 우리가 위에서 언급한 러시아 다국적기업들/ 내국 독점체들이 바로 자주파가 그 존재를 부정하는 러시아의 금융자본이다.
푸틴 러시아에서 독점적 산업자본과 은행자본의 융합은 소위 ‘금·산 분리’ 형식을 취하고 있는 위의 어느 제국주의 국가에서보다도 훨씬 더 두드러지고 공공연한 형태를 취하고 있다. (러시아의 ‘금산복합체’가 그것인데, 예를 들어 러시아 최대의 에너지 다국적기업 가스프롬은 러시아 3대 은행인 가스프롬 방크를 계열사로 두고 있다.) 이들 러시아 독점체들이 비록 중·미·일·영·프 등의 독점체들에 비해 세계시장 지배력에서 상대적으로 뒤떨어져 있다 하더라도 그들과 세계시장을 ‘사이좋게’ 분할 — 전쟁이 그것을 재분할할 때까지는 ‘사이좋게’ — 점유하며 경쟁하고 있는 것이 분명한 사실이다.
그리고 이들 러시아 다국적기업들이 동유럽, 중앙아시아, 라틴아메리카, 아프리카에 외국인직접투자(FDI)를 하며 초과이윤을 거둔다. 러시아의 자본수출은 이들 독점체들이 주도하고 있다. 러시아의 해외투자는 반식민지 나라뿐만 아니라 다른 제국주의 나라도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당연히 러시아의 해외투자가 보다 강한 비중을 점하는 대상은 중앙아시아 및 동유럽 나라들 같은 구소련의 일부였던 반식민지 나라들이다. 오늘 이들 나라 중 일부는 러시아 주도 버전의 EU라고 할 수 있는 "유라시아경제연합"의 회원국들이다.
“러시아는 자본을 수출하지 않는다"는 얘기는 이와 같이 최소한의 기초적인 사실조차도 무지하거나 의도적으로 눈을 감는 주장이다. 혹은 푸틴을 옹위하는 많은 스탈린주의 조직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우리의 자주파도 ”동유럽과 중앙아시아 나라들에게는 러시아가 자본을 수출하는 것이 아니라 보조금을 지원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푸틴 옹호자들은, 동유럽과 중앙아시아에 대한 러시아의 외국인투자는 이들 반식민지 나라들로부터 초과이윤을 착출하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러시아에서 이들 나라로 "가치 이전"을 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심지어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로부터도 가치를 전유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로 가치를 이전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기까지 한다. 러시아가 (즉 러시아의 독점자본 올리가르히가) 우크라이나를 (즉 우크라이나의 노동자 인민을) 착취하는 것이 아니라 외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를 착취하고 있다?! 놀라운 주장이다. 유럽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인 우크라이나를 비롯한 동유럽 및 중앙아시아의 약소국들이 도대체 무슨 힘으로 러시아를 강제해서 그러한 “가치 이전”을 바치도록 하는 것인가?
실제로는, 러시아에서 이들 나라로 가는 외국인직접투자 (유출 FDI)의 ¾은 러시아 다국적기업들의 투자로서 이들 반식민지 나라로부터 초과이윤을 뽑아내는 자본수출이지 무슨 자선행위가 아니다. 전형적인 제국주의 금융자본의 초과착취인 것이다. 우리는 팜플렛 <<레닌 제국주의론 관점에서 본 러시아 제국주의의 특색>>에서 러시아의 자본수출에 대해 상세히 설명한 바 있으므로 여기서 더 이상 우리의 평가분석을 반복하지는 않을 것이다. (독자들에게는 다음 링크에 있는 이 팜플렛 PDF본 참조를 권한다. https://blog.wrpkorea.org/2022/05/blog-post_61.html)
4. 제국주의에 대한 총체적 인식으로 전쟁에 대한 올바른 태도와 전술을 내오자
러시아의 제국주의적 성격을 부정하는 푸틴 옹호자들처럼 자주파도 레닌의 유명한 제국주의 5대 지표 (독점, 금융자본, 자본수출 등)를 매우 일면적인 방식으로 끌어다 쓴다. 그러나 이 5대 지표와 관련하여 <<제국주의론>>은 기본적으로 제국주의시대의 경제적 측면들을 다룬 것으로, 그 정치적 측면들에 대해서는 본격적으로 다루지 않았다. 그 이유는 "대중적 개설" 형식으로 쓴 <<제국주의론>>의 서문에서 저자 레닌이 밝혔듯이, “차리즘의 검열을 염두에 두고” 쓰느라 주되게 제국주의의 경제적 분석에 국한해야 했기 때문이다. (제국주의시대의 프롤레타리아혁명 전략·전술이라는 이 정치적 측면에 대해서는, 조국방어 거부 · 사회배외주의 반대 / 내란 전화 / '자'국 정부의 패전/ 기회주의 · 노동귀족층과의 투쟁 및 새로운 인터내셔널 건설 등의 임무를 제기하고 있는 <사회주의와 전쟁>, <러사민노당 재외지부 회의>, <제국주의 전쟁에서 자국 정부의 패배>, <제2인터내셔널의 붕괴> 등에 제시되어 있다). 하지만 레닌은 언제나 제국주의에 대한 경제적·정치적 결합 인식, 즉 제국주의에 대한 총체적 이해를 강조했다. 이 점은 제국주의에 대한 일면적 인식을 유포 조장하는 “수정주의의 교황” 카우츠키를 레닌이 비판하는 다음과 같은 대목에서 잘 볼 수 있다.
“카우츠키는 ‘군축’, ‘초제국주의’ 등과 같은 그의 속류 부르주아 개량주의를 위한 길을 닦기 위해 제국주의 정치를 제국주의 경제로부터 분리시키고, 정치에서의 독점을 경제에서의 독점으로부터 분리시킨다. 이러한 이론상의 허위의 모든 목적과 의의는, 제국주의의 가장 뿌리 깊은 모순들을 모호하게 하고, 그리하여 제국주의의 변호론자들인 노골적인 사회배외주의자들 및 기회주의자들과의 ‘통일단결’이라는 이론을 정당화하는 데 있다.” (레닌 <제국주의와 사회주의 내의 분열>)
우리는 이러한 레닌의 통합적 접근법을 좇아, 해당 국가에 대해 제국주의냐 “신식민지”냐에 대한 사회구성체 인식은 한 가지 기준 (상기한 GDP나 은행 순위로 표현되는 ‘경제력’ 같은)이 아니라 그 경제적·정치적·군사적 특징들의 총체에 기초해야 한다고 언제나 역설해왔다. ‘제국주의 강대국’에 대한 레닌의 다음과 같은 간명한 정의는 그러한 총체로서의 사회구성체 인식을 잘 보여준다. “제국주의 강대국, 즉 온 민족들을 억압하고 그들을 금융자본 종속의 그물망으로 얽어매는 열강” (<맑시즘의 희화와 제국주의적 경제주의>).
레닌이 1차 세계대전에서 가장 발달한, 가장 강력한 강대국 (당시 영국 같은)뿐만 아니라 덜 발달했고 덜 강한 강대국들 (차르 러시아, 일본, 이탈리아, 오스트리아-헝가리 등)도 제국주의로 성격규정 한 것은 다름 아닌 그러한 총체적 이해, 제국주의 강대국에 대한 위와 같은 경제적·정치적 복합 인식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19세기의 마지막 3분의 1 기간은 새로운 시대, 제국주의 시대로 넘어가는 과도기였다. 하나의 강대국이 아니라, 몇몇 — 극소수이긴 하지만 — 강대국의 금융자본이 독점적 지위를 누린다. (일본과 러시아에서는 군사력의 독점이나 광대한 영토의 독점, 또는 소수 민족들과 중국 등등을 약탈하는 특별 편의에 대한 독점이 현대의, 최신의 금융자본의 독점을 부분적으로는 보완하고, 부분적으로는 대체한다.)” (<제국주의와 사회주의 내의 분열>)
우리는 오늘 러시아 제국주의에 대한 평가분석에서 이러한 레닌의 방법을 이어간다. 이 자본가 국가의 경제적 및 정치·군사적 특징들의 총체가 바로 러시아를 오늘 세계에서 주요 강대국 중 하나로, 제국주의 열강으로 되게 하는 규정자다.
언제나 레닌은 이론이 행동의 지침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와 같이 맑스주의 이론은 현실을 설명하고 계급투쟁의 전략·전술을 벼릴 수 있게 해주는 방법을 혁명가들에게 공급할 수 있어야 한다.
푸틴 옹호자들은 큰 도전에 직면해 있다. 러시아 (및 중국)이 너무도 명백하게 글로벌 강대국이라는 것을 누구나 인정하고 있는 현실에 부닥쳐버렸기 때문이다. 이제 그들도 러시아가 명백히 자본주의 국가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다. 그 결과, 그들은 어떻게 자본주의 국가가 제국주의가 되지 않고서 자본주의 세계질서 내에서 그렇게 다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지 설명해야 하는 이론적·이데올로기적 도전에 직면한 것이다.
이러한 딜레마의 결과는 러시아를 자본주의 세계질서의 희생자로 (즉 “신식민지적 경제” 같은 것으로) 제시하는 기괴한 이론을 인공 창조하는 것이다. 이들 푸틴주의자들처럼 우리의 자주파도 글의 결론에서 이렇게 주장한다. “오늘날 거의 모든 국가가 자본주의 국가이며, 그 대부분은 제국주의와 금융 자본에 의해 착취당하고 있다. 멕시코는 자본주의지만 제국주의는 아니다. 러시아도 멕시코처럼, 제국주의와 관련하여 착취당하는 나라이다.”
러시아를, “글로벌 다국적기업들이 성공한 사례”로 자본가들이 꼽는 멕시코와 비교하는 것은 차라리 외설이다. 우리의 자주파가 얼마나 자본주의 세계 현실과 동떨어져 있는지 보여주는 또 하나의 증표일 뿐이다. 멕시코 경제는 외국 독점체들이 지배한다. 제국주의 기업들이 수십 년 이래로 멕시코 대외무역의 약 40%와 상위 300대 기업의 절반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 그러나 (위에서 우리가 도표로 제시한 러시아의 총 투자에서 내국인 기업, 외국인 기업, 합작기업의 각 점유율에서 보듯이) 러시아 경제는 내국 독점체들이 지배하고 있다.
그리고 어떤 진지한 사람이 세계정치에서 러시아의 역할·비중을 멕시코와 비교할 수 있을까?! 러시아는 유엔에서 거부권을 가진 강대국이며,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군대를 가지고서 여러 나라에 군대를 파견하고 있다. 러시아는 현재 유럽의 한 가운데에 있는 주요 반식민지 나라에 대한 침략 전쟁 중에 있으며, (그와 동시에) 서방 제국주의자들의 연합전선에 맞서고 있다. 멕시코가 이런 일을 할 수 있을까?!
러시아가 그 국경까지 나토에 의해 ‘포위’되었다는 것이 늘상 푸틴 옹호자들이 하는 주장이다. 이 고전적인 ‘러시아 희생자’론 역시도 지리에 대한 초보 지식이 없는 사람한테만 호소력을 가진다. 간단한 지도만 봐도 알 수 있듯이, 나토 회원국가들은 러시아를 전혀 포위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 국가들은 러시아 서부 국경에 존재할 뿐, 그 밖의 동남부 국경에는 모두 러시아 제국주의의 세력권 및 동맹들이다.
나아가 푸틴 옹호자들은 미 제국주의가 적어도 10년 전부터 쇠퇴하고 있고 이제는 그 절대 패권을 잃었다는 사실을 무시한다. 미국은 중동과 아프가니스탄에서 일련의 후퇴와 패배를 겪었다. 그 결과, 지난 10년 영향력을 확장한 것은 러시아와 중국이었다. 중국은 모든 대륙에 거대한 정치적·경제적 영향력을 보유하고 있다. 중국은 남중국해 전체를 다른 모든 연안 국가들의 영유권 주장과 상관없이 지배하려고 한다. 또 미 제국주의와 동맹으로 있는 대만을 침략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경제적으로는 중국보다 약하지만 군사적으로는 강한 러시아는 중동과 북·동·중앙아프리카, 유럽과 아시아에서 주요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러시아 군대는 여러 나라에 ㅡ 공식적으로든 은폐된 형태로든 ㅡ 주둔하고 있다. (중앙아시아 각국, 동부 우크라이나, 시리아, 리비아, 말리,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등). 최근 카자흐스탄에 대한 군사개입에서 보듯이, 러시아는 유라시아의 제국주의 헌병 역할을 하고 있다.
이와 같이 러시아를, 서방 열강이 끊임없이 그 세력권을 확장하는 가운데 포위된 희생자로 제시하는 것은 그냥 현실 부정 이외에 아무것도 아니다. 러시아 “신식민지”론은 계급 사회의 현실에 대한 이해라고는 도무지 없는 딴 세상 이론가들이 지어낸 인공 이론의 훌륭한 견본이다! 그러한 이론으로 무장해서는 (아니 무장해제 돼서는) 세계를 인식하고 올바른 정치적 방향을 찾는 것이 가능하지 않다.
* * * *
러시아 ‘신식민지’론/ ‘희생자’론으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을 정당화하고 옹호하는 자주파와는 달리, 우리를 비롯한 진실된 사회주의자들은 제국주의 침략에 맞선 우크라이나 인민의 저항투쟁을 지지해왔고, 동시에 서방 대 러시아 간 고조되고 있는 제국주의 세력권 다툼에서 양 진영 모두에 반대해왔다. 우리는 서방-러시아 간 분쟁을 포함하는 이 전쟁 전체의 이중적 성격을 설명해왔고, 그에 따라 이 전쟁에 이중 전술 적용이 사회주의자들에게 필요하다고 주창해왔다. 한편으로 푸틴의 침략에 대항하여 우크라이나 항전에 대한 혁명적 방어주의, 그리고 다른 한편으론 서방 제국주의와 러시아 제국주의 둘 다에 대한 혁명적 패전주의!
* 우크라이나 방어! 러시아 제국주의에 패배를! (일체의 제국주의 영향력과는 독립적인) 우크라이나 민족 저항에 국제 민중연대를!
* 러시아뿐만 아니라 미국·EU 등, 모든 제국주의 열강 타도! 이 열강들 간의 모든 충돌·분쟁에서 혁명가들은 양 진영 모두에 맞서 싸운다!
“카우츠키는 ‘군축’, ‘초제국주의’ 등과 같은 그의 속류 부르주아 개량주의를 위한 길을 닦기 위해 제국주의 정치를 제국주의 경제로부터 분리시키고, 정치에서의 독점을 경제에서의 독점으로부터 분리시킨다. 이러한 이론상의 허위의 모든 목적과 의의는, 제국주의의 가장 뿌리 깊은 모순들을 모호하게 하고, 그리하여 제국주의의 변호론자들인 노골적인 사회배외주의자들 및 기회주의자들과의 ‘통일단결’이라는 이론을 정당화하는 데 있다.” (레닌 <제국주의와 사회주의 내의 분열>)
우리는 이러한 레닌의 통합적 접근법을 좇아, 해당 국가에 대해 제국주의냐 “신식민지”냐에 대한 사회구성체 인식은 한 가지 기준 (상기한 GDP나 은행 순위로 표현되는 ‘경제력’ 같은)이 아니라 그 경제적·정치적·군사적 특징들의 총체에 기초해야 한다고 언제나 역설해왔다. ‘제국주의 강대국’에 대한 레닌의 다음과 같은 간명한 정의는 그러한 총체로서의 사회구성체 인식을 잘 보여준다. “제국주의 강대국, 즉 온 민족들을 억압하고 그들을 금융자본 종속의 그물망으로 얽어매는 열강” (<맑시즘의 희화와 제국주의적 경제주의>).
레닌이 1차 세계대전에서 가장 발달한, 가장 강력한 강대국 (당시 영국 같은)뿐만 아니라 덜 발달했고 덜 강한 강대국들 (차르 러시아, 일본, 이탈리아, 오스트리아-헝가리 등)도 제국주의로 성격규정 한 것은 다름 아닌 그러한 총체적 이해, 제국주의 강대국에 대한 위와 같은 경제적·정치적 복합 인식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19세기의 마지막 3분의 1 기간은 새로운 시대, 제국주의 시대로 넘어가는 과도기였다. 하나의 강대국이 아니라, 몇몇 — 극소수이긴 하지만 — 강대국의 금융자본이 독점적 지위를 누린다. (일본과 러시아에서는 군사력의 독점이나 광대한 영토의 독점, 또는 소수 민족들과 중국 등등을 약탈하는 특별 편의에 대한 독점이 현대의, 최신의 금융자본의 독점을 부분적으로는 보완하고, 부분적으로는 대체한다.)” (<제국주의와 사회주의 내의 분열>)
우리는 오늘 러시아 제국주의에 대한 평가분석에서 이러한 레닌의 방법을 이어간다. 이 자본가 국가의 경제적 및 정치·군사적 특징들의 총체가 바로 러시아를 오늘 세계에서 주요 강대국 중 하나로, 제국주의 열강으로 되게 하는 규정자다.
언제나 레닌은 이론이 행동의 지침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와 같이 맑스주의 이론은 현실을 설명하고 계급투쟁의 전략·전술을 벼릴 수 있게 해주는 방법을 혁명가들에게 공급할 수 있어야 한다.
푸틴 옹호자들은 큰 도전에 직면해 있다. 러시아 (및 중국)이 너무도 명백하게 글로벌 강대국이라는 것을 누구나 인정하고 있는 현실에 부닥쳐버렸기 때문이다. 이제 그들도 러시아가 명백히 자본주의 국가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다. 그 결과, 그들은 어떻게 자본주의 국가가 제국주의가 되지 않고서 자본주의 세계질서 내에서 그렇게 다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지 설명해야 하는 이론적·이데올로기적 도전에 직면한 것이다.
이러한 딜레마의 결과는 러시아를 자본주의 세계질서의 희생자로 (즉 “신식민지적 경제” 같은 것으로) 제시하는 기괴한 이론을 인공 창조하는 것이다. 이들 푸틴주의자들처럼 우리의 자주파도 글의 결론에서 이렇게 주장한다. “오늘날 거의 모든 국가가 자본주의 국가이며, 그 대부분은 제국주의와 금융 자본에 의해 착취당하고 있다. 멕시코는 자본주의지만 제국주의는 아니다. 러시아도 멕시코처럼, 제국주의와 관련하여 착취당하는 나라이다.”
러시아를, “글로벌 다국적기업들이 성공한 사례”로 자본가들이 꼽는 멕시코와 비교하는 것은 차라리 외설이다. 우리의 자주파가 얼마나 자본주의 세계 현실과 동떨어져 있는지 보여주는 또 하나의 증표일 뿐이다. 멕시코 경제는 외국 독점체들이 지배한다. 제국주의 기업들이 수십 년 이래로 멕시코 대외무역의 약 40%와 상위 300대 기업의 절반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 그러나 (위에서 우리가 도표로 제시한 러시아의 총 투자에서 내국인 기업, 외국인 기업, 합작기업의 각 점유율에서 보듯이) 러시아 경제는 내국 독점체들이 지배하고 있다.
그리고 어떤 진지한 사람이 세계정치에서 러시아의 역할·비중을 멕시코와 비교할 수 있을까?! 러시아는 유엔에서 거부권을 가진 강대국이며,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군대를 가지고서 여러 나라에 군대를 파견하고 있다. 러시아는 현재 유럽의 한 가운데에 있는 주요 반식민지 나라에 대한 침략 전쟁 중에 있으며, (그와 동시에) 서방 제국주의자들의 연합전선에 맞서고 있다. 멕시코가 이런 일을 할 수 있을까?!
러시아가 그 국경까지 나토에 의해 ‘포위’되었다는 것이 늘상 푸틴 옹호자들이 하는 주장이다. 이 고전적인 ‘러시아 희생자’론 역시도 지리에 대한 초보 지식이 없는 사람한테만 호소력을 가진다. 간단한 지도만 봐도 알 수 있듯이, 나토 회원국가들은 러시아를 전혀 포위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 국가들은 러시아 서부 국경에 존재할 뿐, 그 밖의 동남부 국경에는 모두 러시아 제국주의의 세력권 및 동맹들이다.
나아가 푸틴 옹호자들은 미 제국주의가 적어도 10년 전부터 쇠퇴하고 있고 이제는 그 절대 패권을 잃었다는 사실을 무시한다. 미국은 중동과 아프가니스탄에서 일련의 후퇴와 패배를 겪었다. 그 결과, 지난 10년 영향력을 확장한 것은 러시아와 중국이었다. 중국은 모든 대륙에 거대한 정치적·경제적 영향력을 보유하고 있다. 중국은 남중국해 전체를 다른 모든 연안 국가들의 영유권 주장과 상관없이 지배하려고 한다. 또 미 제국주의와 동맹으로 있는 대만을 침략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경제적으로는 중국보다 약하지만 군사적으로는 강한 러시아는 중동과 북·동·중앙아프리카, 유럽과 아시아에서 주요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러시아 군대는 여러 나라에 ㅡ 공식적으로든 은폐된 형태로든 ㅡ 주둔하고 있다. (중앙아시아 각국, 동부 우크라이나, 시리아, 리비아, 말리,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등). 최근 카자흐스탄에 대한 군사개입에서 보듯이, 러시아는 유라시아의 제국주의 헌병 역할을 하고 있다.
이와 같이 러시아를, 서방 열강이 끊임없이 그 세력권을 확장하는 가운데 포위된 희생자로 제시하는 것은 그냥 현실 부정 이외에 아무것도 아니다. 러시아 “신식민지”론은 계급 사회의 현실에 대한 이해라고는 도무지 없는 딴 세상 이론가들이 지어낸 인공 이론의 훌륭한 견본이다! 그러한 이론으로 무장해서는 (아니 무장해제 돼서는) 세계를 인식하고 올바른 정치적 방향을 찾는 것이 가능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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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신식민지’론/ ‘희생자’론으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을 정당화하고 옹호하는 자주파와는 달리, 우리를 비롯한 진실된 사회주의자들은 제국주의 침략에 맞선 우크라이나 인민의 저항투쟁을 지지해왔고, 동시에 서방 대 러시아 간 고조되고 있는 제국주의 세력권 다툼에서 양 진영 모두에 반대해왔다. 우리는 서방-러시아 간 분쟁을 포함하는 이 전쟁 전체의 이중적 성격을 설명해왔고, 그에 따라 이 전쟁에 이중 전술 적용이 사회주의자들에게 필요하다고 주창해왔다. 한편으로 푸틴의 침략에 대항하여 우크라이나 항전에 대한 혁명적 방어주의, 그리고 다른 한편으론 서방 제국주의와 러시아 제국주의 둘 다에 대한 혁명적 패전주의!
* 우크라이나 방어! 러시아 제국주의에 패배를! (일체의 제국주의 영향력과는 독립적인) 우크라이나 민족 저항에 국제 민중연대를!
* 러시아뿐만 아니라 미국·EU 등, 모든 제국주의 열강 타도! 이 열강들 간의 모든 충돌·분쟁에서 혁명가들은 양 진영 모두에 맞서 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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