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4년?
현 러시아-서방 대결에서 1차 세계대전 전야를 본다
이 격변의 힘든 시간, 우리 앞에 전개되고 있는 세계사의 폭발적 공기가 숨 쉴 때마다 입 안으로 밀려들어온다. 세계 정치나 세계 역사의 흐름에 일부러 안테나를 꺼두는 사람만이 현 시기의 치명적 성격을 무시할 수 있다. 의심의 여지없이, 현 시기는 1914년 전야의 연간과 닮았다.제국주의 강대국들 ㅡ 미국, 중국, EU, 러시아, 일본 등 ㅡ 은 세력권 확장과 세계 분할·재분할을 위한 아귀다툼의 패권쟁투 속에 서로 물고 물려 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미·중 간의 대결과 동유럽에서 나토와 러시아 간의 충돌이 제국주의 패권경쟁에서 현재 가장 첨예한 위기 지점들이다.
우리가 1914년과 비유하는 의도는 내 달, 내년에 3차 세계대전이 시작될 거라는 암시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 가능성이 당장 올해에, 내년에 있을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강대국의 이해관계 충돌이 그 속도와 강도를 높여가고 있는 작금의 사태발전이 그 가능성을 무럭무럭 키워가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약간의 역사 인식을 동원한다면, 우리가 지금 몇 년 사이에 경험하고 있는 것이 1914년으로 가는 징검다리가 된 프랑스 제국주의와 독일 제국주의 간의 두 차례 "모로코 사태" (1905-06년 및 1911년)나 1912-13년의 발칸 전쟁 같은 사건들과 닮았다는 것을 감지할 수 있다. 노동자계급이 제국주의 강대국들의 지배계급을 타도하는 데 성공하지 못하면 인류가 파멸적인 세계대전으로 표류해 가는 것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노동자운동 내 각종 기회주의 세력들은 이 같은 세계정세 인식을 거부한다. 계급협조 기회주의 세력들은 중국과 러시아를 제국주의 열강으로 보기를 거부하고, 모종의 “사회주의” 또는 “노동자 국가”라고 믿고 있다. 또는 중국과 러시아가 자본주의이긴 하지만 제국주의 열강은 아니라고 주장하는 세력들도 있다. 그러나 어느 경우든 이 두 강대국을 미국/서방과 질적으로 다른, 덜 반동적인 세력으로 보는 데서는 그들 모두가 일치한다.
그 결과, 이들 기회주의 세력은 강대국들 간의 분쟁에서 중·러 진영에 ㅡ 공공연하게든, 은폐된 형태로든 ㅡ 합류한다. 혁명주의 세력과는 반대로 기회주의 세력들은 현 시기를 1914년이 아니라 1939년, 즉 2차 세계대전에 비유한다.
2차 세계대전의 세력 관계가 1차 대전과 달랐던 점은, 1939년 그 시점에 소련이라는 초대형의 노동자 국가 (이미 스탈린주의 관료 독재에 의해 지배되고 있던 노동자 국가였지만)가 존재했다는 점이다. 또 동아시아에서도 큰 전쟁이 벌어지고 있었는데, 중국 인민이 일본 침략자들에 대항하여 싸웠던 전쟁이다.
당시 레온 트로츠키와 제4인터내셔널은 이로부터, 사회주의자들은 이중 전술을 배치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제국주의 열강들 (영국, 프랑스, 미국 대 독일, 이탈리아, 일본) 간의 충돌에서 사회주의자들은 어느 쪽도 지지할 수 없으며, 모든 강대국에 대항하여 패전주의 입장을 취해야 한다. 그러나 독일과 소련 간의 전쟁 및 일본과 중국 간의 전쟁에서는, 사회주의자들은 각각 소련과 중국을 방어해야 한다. 그 각각의 비혁명적 지도부에 어떠한 정치적 지지도 보내지 않고서 말이다.
현 세계정세가 1939년보다 1914년과 훨씬 더 많은 유사성을 띠고 있다는 것은 명백하다. 1939년의 러시아 (즉 소련)는 퇴보·타락한 노동자 국가였고, 중국은 반식민지 자본주의였다. 그러나 오늘은 둘 다 제국주의 열강이다. 그래서 1914년에 레닌이 가르치고 있는 것, <<제국주의론>부터 기회주의·사회배외주의와의 투쟁 전술까지 우리는 다시 배우고 응용해야 한다.
그러나 오늘 러·중 제국주의의 기회주의 벗들은 이를 무시한다. 그들은 강대국 중·러 진영에 합류하는 것을 정당화하기 위해 중국·러시아의 제국주의적 성격을 축소 은폐하고 "사회주의"로, 모종의 "노동자 국가"로 분칠 미화한다.
어느 쪽 진영에 대해서도 지지하는 것에는 본능적으로 반대하지만, 명확한 이론적 기초의 결여로 중·러의 제국주의 성격을 인정하길 거부하는 사회주의자들도 있다. 이론에서의 실패는 향후 전술에서 위험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우리가 볼 때 이 동지들은 이 문제를 재고찰 해야 한다. 맑스주의자들에게 일관된 이론은 일관된 강령을 위한 전제조건이다. 일관된 이론의 결여는 전략·전술의 장에서 기회주의와 사회제국주의로 결과할 수 있다.
사회주의자들이 자신의 이론과 강령을 명확히 하는 것이 시급하다. 모든 제국주의 열강에 반대하는 것에 동의하는 사회주의자들은 협력하고 통일단결의 가능성을 토론하기 시작해야 한다. 우리는 모든 진실된 사회주의자들에게 동서 강대국 모두에 맞서 싸우고, 강대국 및 그들 반동 마름들에 대항하여 노동자·피억압인민의 모든 해방투쟁을 지지 지원하는 공동의 국제 조직을 만들 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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