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중공업 전국이주노동자 제3차 공동행동대회 — 이주노동자의 조직화와 정주노동자의 계급적 단결은 새로운 투쟁의 출발점이다!
박회송 노동자혁명당(준), 2026년 10월 19일, https://blog.wrpkorea.org/
1. 울산에서 시작된 이주노동자들의 새로운 투쟁
2026년 10월 18일 오후 2시부터 4시 30분까지 울산 HD현대중공업 정문 앞에서 전국이주노동자 제3차 공동행동대회가 열렸다.
이날 집회에는 스리랑카, 베트남, 인도네시아, 우즈베키스탄, 러시아 등 여러 나라의 이주노동자들과 정주노동자들이 함께했다. 민주노총과 금속노조를 비롯한 노동조합, 이주노동자 단체, 진보정당, 사회주의 조직, 시민사회단체 등 서로 다른 정치적 입장을 가진 단체들이 모였다.
집회에서는 HD현대중공업의 나쁜 계약 철회, 임금 삭감 중단, 성과급 차별 철폐, 재계약 보장, 사업장 변경의 자유, 노동조합 활동 보장 등이 요구되었다.
그러나 이번 집회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단순히 이러한 요구들이 제기되었다는 사실만이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남한 자본주의가 값싸고 통제하기 쉬운 노동력으로 이용해 온 이주노동자들이 이제 스스로 노동조합을 조직하고, 집단적인 투쟁의 주체로 등장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주노동자들은 더 이상 회사의 처분을 기다리거나 개별적으로 부당한 처우를 견디는 데 머물지 않고 있다. 노동조합에 가입하고, 대표자를 선출하고, 교섭을 요구하며, 다른 사업장의 노동자들과 연대하기 시작했다.
이는 이주노동자 투쟁의 중요한 변화다.
2. 이주노동자의 조직화 — 착취의 대상에서 계급투쟁의 주체로
남한 자본주의는 오랫동안 이주노동자들을 노동력이 부족한 산업에 배치하면서도 사업장 변경과 체류자격을 제한하는 제도를 유지해 왔다.
특히 조선업과 제조업, 농업 등에서 이주노동자들은 위험하고 힘든 일을 수행하면서도 임금 차별과 고용 불안에 노출되어 왔다.
사업주는 재계약과 체류자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권한을 이용해 노동자들을 압박할 수 있었다. 이주노동자들은 일자리를 잃으면 체류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부당한 노동조건에 맞서기 어려웠다.
그러나 이러한 구조에 균열이 나타나고 있다.
HD현대중공업에서는 스리랑카, 베트남, 태국 출신 직접고용 이주노동자들이 금속노조에 가입하여 나쁜 계약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노동자들은 대표자를 선출하고 회사와의 단체교섭을 준비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노동자들도 약 60명이 노동조합에 가입해 계약상 미지급 임금을 되찾기 위한 집단행동에 나서고 있다.
전북의 금속노조 일강지회에서도 우즈베키스탄 이주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재계약 거부와 비자 연장 문제에 맞서 싸우고 있다.
이러한 사례들은 서로 다른 사업장에서 발생했지만 공통적인 방향을 보여준다.
과거에는 이주노동자들이 각자 회사와 개별적으로 맞서야 했다면, 이제는 노동조합을 통해 집단적으로 대응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이것을 아직 남한 전체 이주노동자의 조직화가 완성되었다는 의미로 볼 수는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여러 산업과 지역에서 이주노동자들이 조직적인 저항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자본이 노동자를 분열시키기 위해 만들어 놓은 구조가 오히려 노동자들의 집단적 저항을 불러오고 있는 것이다.
3. 현장 발언이 보여준 노동자들의 변화
오세일 지회장 — 나쁜 계약 철회와 원청 교섭을 위한 투쟁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사내하청지회 오세일 지회장은 개회 발언에서 이주노동자 투쟁의 경과와 요구를 설명했다.
HD현대중공업이 도입한 이른바 '나쁜 계약'은 기본급 삭감, 성과에 따른 임금 차등 적용, 저성과자 해고 가능성 등을 담고 있다. 이에 직접고용 이주노동자들은 계약에 서명하기를 거부하며 투쟁해 왔다.
지난 7월 5일 스리랑카, 베트남, 태국 출신 노동자들이 노동조합 가입을 선언하고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사내하청지회에 가입했다.
이들은 대표자를 선출하고 회사에 단체교섭을 요구하고 있다. 핵심 요구는 나쁜 계약 철회, 차별 없는 성과급 지급, 재계약 보장이다.
특히 계약에 서명하지 않은 노동조합 활동가와 조합원들의 재계약 시점인 11월 30일이 중요한 쟁점으로 제기되었다.
오세일 지회장은 회사가 재계약 보장 약속을 지켜야 하며, 이를 거부한다면 노동조합이 모든 힘을 모아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직접고용 이주노동자들의 투쟁을 간접고용 이주노동자와 정주 하청노동자들의 투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집회 자료에는 현대중공업지부 김동하 지부장의 고공농성 소식도 소개되었다. 이는 원청과 하청, 이주노동자와 정주노동자의 요구가 서로 분리될 수 없음을 보여준다.
스리랑카 노동자 위제싱헤 — 노동조합 가입을 이유로 협박하지 말라!
스리랑카 출신 위제싱헤 동지는 이주노동자들이 가족의 미래를 위해 고향을 떠나 남한에 왔지만, 정당한 노동의 대가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고 증언했다.
그는 같은 배를 만드는 노동자들에게 왜 서로 다른 성과급을 지급하는지 물었다.
또한 회사가 기존 계약 기간이 남아 있는데도 새로운 계약서를 제시하고, 임금에 관한 정보를 다른 노동자와 공유하거나 비교하면 징계할 수 있다는 조항까지 포함했다고 비판했다.
노동조합 가입을 이유로 재계약을 거부하겠다는 협박과 탈퇴 압박이 있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위제싱헤 동지는 노동자들이 서로 경쟁하는 적이 아니라 함께 싸워야 할 형제자매라고 강조했다.
노동법은 종이 위의 문구로만 존재해서는 안 된다. 노동자의 실제 삶에서 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베트남 노동자 리딩탕 — 같은 노동에 같은 권리를!
베트남 출신 리딩탕 동지는 성과급, 휴가비, 귀향비에서 나타나는 차별을 폭로했다.
그는 이주노동자들이 정주노동자들과 함께 위험하고 힘든 일을 수행하며 동일한 생산에 기여하고 있지만 국적에 따라 성과급 지급에서 차별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요구한 것은 특별대우가 아니었다.
같은 조건에서 일하는 노동자에게 동일한 성과급과 휴가비, 귀향비를 보장하라는 것이었다.
또한 이주노동자도 휴식을 취하고 건강을 돌보며 고향에 있는 가족을 만날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적과 피부색, 문화가 달라도 인간의 존엄성과 노동자의 권리는 동등하다고 선언하며 정주노동자와 이주노동자의 공동투쟁을 호소했다.
인도네시아 노동자 해리 — 빼앗긴 임금을 되찾겠다!
인도네시아 노동자 대표 해리 동지는 근로계약서에 명시된 임금을 제대로 지급받지 못한 문제를 제기했다.
집회 사회자는 약 60명의 인도네시아 노동자가 노동조합에 가입했다고 소개했다.
해리 동지는 거의 3년 동안 계약상 권리를 침해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울산이주민센터와 노동조합의 지원을 받아 미지급 임금을 되찾기 위한 고용노동부 집단 진정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HD현대중공업이 세계적인 조선기업임에도 이주노동자들에게 불리한 계약과 차별적인 노동조건을 적용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했다.
그는 근로계약서에서 약속한 임금을 지급하고, 정당한 권리를 요구하는 노동자들에게 협박이나 불이익을 주지 말라고 촉구했다.
이 발언은 노동조합이 노동자들의 불만을 전달하는 기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집단적으로 권리를 되찾기 위한 투쟁의 조직임을 보여준다.
러시아 노동자 인준 — 폭행과 산업재해 은폐 의혹을 폭로하다
2019년부터 HD현대중공업 조선소에서 일했다고 밝힌 러시아 출신 하청노동자 인준 동지는 하청노동자의 처참한 현실을 증언했다.
그는 교육 도중 하청업체 사장에게 폭행당해 경찰에 신고했지만, 이후 업무에서 배제되고 보험 가입이 소급 취소되었으며 블랙리스트 협박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퇴직 과정에서 받아야 할 금액의 절반밖에 받지 못했고, 상여금과 연차수당도 제대로 지급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특히 7년 동안 일하면서 연간 성과금을 단 한 번도 받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산업재해 은폐 의혹이었다.
그는 노동자가 작업 중 부상당했는데도 집에서 다친 것처럼 말하도록 강요받거나, 충분한 치료를 받지 못한 상태에서 일하는 사례가 있다고 증언했다.
이러한 주장은 철저한 조사와 책임 규명이 필요한 중대한 문제다.
그는 HD현대중공업에 하청업체 뒤에 숨어 책임을 회피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노동자가 만든 배의 품질은 철저히 검사하면서 정작 그 배를 만드는 노동자의 생명과 건강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우즈베키스탄 E-9 조선업 노동자 —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우즈베키스탄 출신 E-9 조선업 노동자 대표는 조선업에 종사하는 이주노동자들이 위험한 노동환경에서 벗어나고 싶어도 업종 변경에 제약을 받는 현실을 비판했다.
그는 조선업 쿼터로 입국한 노동자들이 일반 제조업 분야로 자유롭게 이동하지 못하는 문제를 지적했다.
정부가 관련 쿼터를 통합했음에도 기존 조선업 쿼터로 입국한 노동자들에게는 업종 변경의 자유가 충분히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이주노동자에게도 정주노동자와 마찬가지로 안전한 일터를 선택할 자유가 있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우리는 기계가 아닙니다. 우리는 사람입니다.”
이 발언은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변경 자유가 단순한 취업 선택 문제가 아니라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한 기본적 권리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어 발언한 우즈베키스탄 노동자 사노다 동지는 오랫동안 부당한 처우를 참아오다가 자신의 건강이 악화된 경험을 이야기했다.
그는 일자리와 비자를 잃을까 두려워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른 이주노동자들에게 자신처럼 오래 참지 말고, 서로를 지키고 함께 권리를 요구하라고 호소했다.
돈과 일자리, 비자도 중요하지만 그 무엇도 인간의 건강보다 중요하지 않다는 절절한 증언이었다.
원서현 동지 — 이주노동자에 대한 단속과 탄압을 중단하라!
금속노조 대구지부 성서공단지역지회 활동가 원서현 동지는 대구 성서공단과 울산 등지에서 탄압받는 이주노동자들의 현실을 전했다.
그는 2025년 경주 APEC을 앞두고 진행된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과 베트남 유학생 두안 씨의 사망 사건을 언급했다.
유학생들이 높은 등록금과 생활비, 건강보험료를 감당해야 하는 현실에서 생계를 위한 노동을 제한하는 제도적 모순을 비판했다.
또한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발생시키는 남한의 비자 정책과 제도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원서현 동지는 HD현대중공업 이주노동자들의 투쟁 역시 노동자들이 일하다 죽지 않고 사람답게 살기 위한 싸움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10월 25일 대구에서 열리는 두안 씨 1주기 집회에 함께할 것을 호소했다.
우즈베키스탄 노동자 라지 — 노동조합으로 단결해 권리를 쟁취하자!
금속노조 전북지부 소속 우즈베키스탄 이주노동자 라지 동지는 노동조합을 통해 실제로 권리를 되찾은 경험을 소개했다.
그는 회사가 노동조합 가입을 이유로 재계약과 비자 연장을 거부하며 노동자들을 압박했다고 주장했다.
이미 13명의 동지가 회사를 떠났으며, 남아 있는 노동자들도 고용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회사 관리자들이 기숙사에 찾아와 노동조합 탈퇴서에 서명하도록 강요하고, 이를 거부하면 비자 연장을 하지 않겠다고 협박한 사례를 증언했다.
그러나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에 가입한 뒤 여권과 통장을 돌려받고, 연차휴가 사용과
노동시간 준수, 임금 인상 등의 성과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라지 동지는 비자와 재계약을 무기로 이주노동자의 기본권을 억압하는 제도를 바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노동조합으로 단결하여 노동자의 권리를 스스로 쟁취하자고 호소했다.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 투쟁하라!”
외국인 영어강사 제임스 — 직종을 넘어 노동자들이 함께 싸우자!
민주일반노조 부산본부 외국어교육지회 소속 제임스 동지는 영어강사 등 외국인 교육노동자들의 투쟁을 소개했다.
그는 영어강사들과 조선소 이주노동자들이 서로 다른 비자와 노동조건을 가지고 있지만, 임금 체불과 부당해고, 노동조합 탄압이라는 공통의 문제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울산 옥동의 학원에서 노동조합을 조직한 뒤 해고당했다고 주장하며, 복직을 요구하는 투쟁을 이어오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10월 24일 울산 옥동에서 열리는 연대집회에 함께해 달라고 호소했다.
또한 HD현대중공업 이주노동자들이 임금과 안전, 노동조합 활동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싸우는 동안 자신들도 함께하겠다고 강조했다.
직종과 사업장이 달라도 노동자들의 권리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
이주노조 우다야 위원장 — 사업장 변경의 자유와 노동3권을 보장하라!
이주노조 우다야 위원장은 이주노동자들에게 불리한 고용허가제의 구조적 문제를 비판했다.
그는 남한의 여러 산업현장에서 이주노동자들이 필수적인 노동을 수행하고 있지만, 기본적인 노동권과 인권을 충분히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고용허가제가 사업주에게 과도한 권한을 부여하여 이주노동자들이 열악한 노동조건에서도 자유롭게 사업장을 변경하기 어렵게 만든다고 비판했다.
그는 HD현대중공업이 이주노동자들에게 나쁜 계약을 강요하고, 이에 항의하는 노동자들에게 재계약 거부를 언급하며 압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주노동자에게도 헌법과 노동법에 따른 노동3권이 보장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다야 위원장은 1987년 노동자대투쟁의 역사를 가진 울산에서 약 40년이 지난 지금 이주노동자들이 다시 집단적으로 일어서고 있다는 의미를 설명했다.
그는 이주노동자와 정주노동자가 같은 노동자이며, 같은 사회 구성원으로서 동등한 권리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경을 넘어 만국의 노동자가 단결해야 한다는 것이 발언의 핵심이었다.
4. 남한 자본주의와 이주노동자에 대한 제국주의적 착취구조
남한 자본주의는 내국 독점자본의 국내외 착취 · 초과착취를 급속히 확대 강화하여 짧은 시간에 제국주의 자본주의가 되었다. 재벌 대기업들은 해외직접투자로 ‘제3세계’ 반식민지 인민들에 대한 고율의 착취를 통해 국내에서보다 높은 초과이윤을 획득하지만, 한편으로 국내에서도 제3세계 출신 이주노동자에 대한 고율의 착취로 또한 초과이윤을 획득한다.
당장 HD현대중공업을 보더라도 생산을 실제로 담당하는 노동자들은 국적과 고용형태에 따라 매우 서로 다른 노동조건에 놓여 있다.
이주노동자에게는 체류자격과 재계약 문제가 압박의 수단으로 작용하고, 하청노동자에게는 고용 불안과 원청의 책임 회피가 구조적인 문제로 나타난다.
이러한 구조는 우연한 현상이 아니다.
자본주의는 노동력을 상품으로 취급하고, 노동자 사이의 경쟁을 이용해 노동비용을 낮추려 한다.
특히 이주노동자에 대한 제도적 통제는 자본이 노동력을 확보하면서도 노동자의 교섭력을 약화시키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이번 HD현대중공업 투쟁은 그러한 구조가 노동현장에서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다.
5. 이주노동자를 동정의 대상이 아니라 노동자계급으로 보아야 한다
이주노동자 문제를 이야기할 때 흔히 등장하는 것은 불쌍한 노동자, 보호받아야 할 외국인, 인권을 보장받지 못한 약자라는 관점이다.
물론 이주노동자들의 인권 침해와 차별을 폭로하고 법적 권리를 보장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문제를 인권 보호에만 한정한다면 이주노동자들이 왜 반복적으로 착취당하는지, 그리고 그 구조를 누가 유지하고 있는지 충분히 설명할 수 없다.
이주노동자들은 단순히 보호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아니다.
그들은 조선소에서 배를 만들고, 공장에서 제품을 생산하며, 사회의 부를 만들어 내는 노동자계급의 일부다.
이들이 노동조합에 가입하고 파업과 집단행동에 나설 때, 그들은 스스로의 권리를 쟁취하는 정치적·계급적 주체로 등장한다.
이주노동자들은 정주노동자들과 함께 자본주의의 착취에 맞서 싸울 수 있는 동등한 계급적 동지들이다.
인권 보장과 계급투쟁은 서로 대립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인권 개선에만 머무르지 않고 노동자계급의 조직화와 단결로 나아갈 때 착취구조 자체에 도전할 수 있다.
6. 이주노동자가 정주노동자의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주장을 넘어야 한다
남한 사회에서는 이주노동자 고용이 늘어나면 정주노동자의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주장은 일부 정치권과 노동운동 내부에서도 나타난다. 진보를 표방하는 세력 가운데에서도 이주노동자 고용 확대를 정주노동자의 고용 불안과 대립시키는 견해가 존재한다.
그러나 이주노동자와 정주노동자의 이해관계를 서로 대립시키는 것은 자본주의 고용구조의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전가할 위험이 있다.
정주노동자의 고용 불안과 임금 하락을 이주노동자 개인의 존재 때문이라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자본은 이주노동자와 정주노동자를 서로 경쟁하게 만들면서 낮은 임금과 불안정한 고용을 유지할 수 있다.
이러한 경쟁을 극복하려면 이주노동자의 고용을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노동자의 임금과 노동조건을 동등하게 보장해야 한다.
이주노동자들이 낮은 임금을 받는다고 해서 정주노동자의 권리가 자동으로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이주노동자들의 임금과 노동조건이 개선되고 노동조합 조직률이 높아지면, 자본이 국적 차이를 이용해 노동조건을 낮추는 전략에 맞설 수 있다.
정주노동자의 적은 이주노동자가 아니다. 이주노동자의 적도 정주노동자가 아니다. 노동자들을 서로 경쟁시키고 분열시키는 자본주의적 착취구조가 공동의 문제다.
선진활동가들은 노동자 사이의 국적 갈등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
정주노동자와 이주노동자가 동일한 임금과 노동조건, 노동조합 활동의 자유를 위해 함께 싸우는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7. 울산에서 전북까지 — 지역과 산업을 넘어 확대되는 노동자 조직화
이번 공동행동대회에서 나타난 또 하나의 중요한 변화는 이주노동자들의 투쟁이 울산 HD현대중공업 한 사업장에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다.
울산에서는 직접고용과 간접고용 이주노동자들이 나쁜 계약과 임금 차별에 맞서 싸우고 있다.
전북에서는 우즈베키스탄 이주노동자들이 재계약과 비자 문제를 둘러싸고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투쟁하고 있다.
대구 성서공단에서는 이주노동자들의 체류자격과 노동권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울산의 외국인 영어강사들 역시 부당해고에 맞서 복직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이처럼 서로 다른 사업장과 산업에서 노동자들이 조직화되고 있다는 사실은 중요하다.
조선업 노동자와 교육노동자, 직접고용 노동자와 하청노동자, 이주노동자와 정주노동자는 각자 다른 문제를 겪고 있지만, 자본과 고용제도의 압박에 맞선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투쟁들이 서로 연결된다면 개별 사업장의 노동조건 개선을 넘어 남한 노동시장 전체의 차별적 구조에 도전하는 힘으로 발전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발전이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지역과 산업을 넘어선 공동투쟁, 노동조합 사이의 연대, 정주노동자와 이주노동자의 공동조직화가 필요하다.
이번 공동행동대회는 그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8. HD현대중공업 정문에서 서부문까지 — 거리로 확산된 노동자들의 투쟁
집회에서는 발언에 이어 HD현대중공업 정문 앞에서 출발해 서부문까지 행진한 뒤 다시 집회 장소로 돌아오는 거리 행진이 진행되었다.
노동자들은 나쁜 계약 철회, 재계약 보장, 임금 차별 철폐, 사업장 변경의 자유를 요구하며 함께 행진했다.
이 행진은 이주노동자들의 문제가 공장 내부의 개별적인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노동문제라는 점을 드러냈다.
특히 서로 다른 국적과 고용형태의 노동자들이 같은 요구를 외쳤다는 사실은 노동자계급의 국제주의적 단결이 추상적인 구호에 머물 필요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단결은 실제 현장의 투쟁과 조직화를 통해 형성된다.
9. 선진노동자들은 이 새로운 계급투쟁의 가능성을 놓쳐서는 안 된다
이주노동자들의 조직화는 남한 노동운동에 새로운 과제를 제기하고 있다.
이주노동자들이 노동조합에 가입하고 단체교섭을 요구하는 흐름을 일시적인 사건으로만 보아서는 안 된다.
이는 노동자계급 내부에서 새로운 조직화의 가능성이 나타나고 있다는 신호다.
그러나 이 흐름이 지속적으로 확대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회사의 재계약 거부, 비자와 체류자격을 이용한 압박, 노동조합 활동에 대한 탄압이 계속된다면 조직화된 노동자들조차 다시 고립될 수 있다.
따라서 선진활동가들은 이러한 투쟁을 단순히 지지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이주노동자와 정주노동자가 함께 참여하는 노동조합 조직화, 공동교섭, 공동행동을 발전시키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
특히 직접고용과 간접고용,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가르는 장벽을 넘어 하나의 계급적 전선을 형성해야 한다.
이주노동자의 재계약 문제를 특정 국적 노동자들만의 문제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
사업장 변경의 자유와 노동3권 보장 역시 이주노동자에게만 특별히 주어지는 권리가 아니라 모든 노동자가 누려야 할 기본적인 권리라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남한의 선진활동가들이 해야 할 일은 노동자들의 분열을 이용하는 정치에 맞서 국제주의적 계급연대를 강화하는 것이다.
이러한 연대는 단순한 도덕적 호소가 아니라 자본주의의 착취에 맞서기 위한 실질적인 힘이다.
우리가 이 새로운 조직화의 가능성을 놓친다면 자본은 다시 노동자들을 국적과 고용형태에 따라 분열시키려 할 것이다. 반대로 이 흐름을 조직적인 계급투쟁으로 발전시킨다면 남한 노동운동 전체의 힘을 강화할 수 있다.
10. 맺으며 — 이주노동자의 조직화에서 노동자계급 전체의 단결로!
2026년 10월 18일 울산 HD현대중공업 앞에서 열린 전국이주노동자 제3차 공동행동대회는 이주노동자들의 투쟁이 새로운 단계로 발전할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이주노동자들은 더 이상 차별과 착취를 묵묵히 감수하는 존재가 아니다.
노동조합에 가입하고, 집단적으로 교섭을 요구하며, 다른 지역과 산업의 노동자들과 연대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자본주의가 만들어 놓은 국적과 고용형태의 분열을 넘어설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물론 한 차례의 공동행동대회만으로 남한 노동운동의 구조가 근본적으로 변화했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
그러나 울산과 전북 등 여러 지역에서 나타나는 이주노동자들의 조직화는 주목해야 할 흐름이다.
이주노동자의 투쟁은 정주노동자의 투쟁과 분리될 수 없다.
정주노동자의 고용 불안을 이주노동자에게 돌리는 정치에 맞서야 하며, 이주노동자들을 낮은 임금과 불안정한 체류자격에 묶어 두는 제도에도 맞서야 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주노동자 고용 제한이 아니라 모든 노동자의 동등한 권리와 계급적 단결이다.
이주노동자와 정주노동자가 하나의 노동자계급으로 단결할 때 자본의 분열 전략에 맞설 수 있다.
선진노동자들은 이 흐름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노동자들의 새로운 조직화를 지지하고, 현장투쟁을 연결하며, 자본주의 착취구조에 맞선 공동전선을 발전시켜야 한다.
그것은 단순히 한 기업의 노동조건을 개선하는 투쟁을 넘어 노동자계급이 자신의 힘을 자각하고 사회를 변화시키는 투쟁으로 나아가기 위한 과정이다.
이주노동자들이 외친 단결의 요구는 이제 정주노동자들과 함께하는 실질적인 계급투쟁으로 이어져야 한다.
이주노동자는 동정의 대상이 아니라 노동자계급의 동지다!
이주노동자와 정주노동자의 계급적 단결을 강화하자!
나쁜 계약 철회하라! 재계약 보장하라!
사업장 변경의 자유와 노동3권을 보장하라!
동일노동 동일임금! 동일조건 보장하라!
자본주의의 착취와 노동자 분열에 맞서 공동투쟁을 확대하자!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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