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태일 열사 정신 계승 2025 전국노동자대회 - "수탈"의 논리를 넘어 노동자 해방의 전망으로

<공산주의 동지가 드리는 글>


전태일 열사 정신 계승  2025 전국노동자대회

 - "수탈"의 논리를 넘어, 노동자 해방의 전망으로


    트럼프–이재명 협상 이후, ‘수탈론’의 단순화와 현실 왜곡
 
올해 전국노동자대회 현장에서 여전히 들려온 구호 ― “트럼프가 남한을 수탈한다”  는 단순한 분노 이상의 정치적 빈곤을 드러냈다. 이 구호는 진보 진영의 오래된 반제정서와 민족주의적 정서를 결합하고 있지만, 지금의 현실을 설명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트럼프가 추진하는 경제정책은 명백히 제국주의적이다. 그러나 그것을 단지 남한이 피해자’라는 틀로만 보는 것은 오늘날 남한 자본주의의 현실을 흐릿하게 만든다.
 
남한은 단순히 제국주의의 희생양이 아니다. 남한 자체가 이미 제국주의 국가다.
 
그것은 미국처럼 군사패권을 가진 최강 제국주의는 아니지만, 아시아와 제3세계 여러 나라의 값싼 노동력과 자원을 이용하며 자본을 수출하고 이윤을 빨아들이는 형태의 제국주의로 발전해왔다.
 
삼성·현대·포스코·한화 등 대기업들은 동남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등지에서 공장을 운영하며, 노동자를 저임금으로 부려먹고 환경 파괴를 감수하며 자원을 착취한다. 그 과정에서 현지의 노동자와 주민들은 빈곤에 내몰리고, 남한 자본은 막대한 이윤을 챙긴다. 이것이 바로 오늘날의 한국 제국주의의 실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한의 일부 좌파세력들은 우리는 제국주의에 수탈당하고 있다”는 피해자적 인식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남한은 더 이상 단순한 반식민지가 아니라, 자본주의 세계질서 속에서 스스로 수탈을 수행하는 제국주의 국가이다. 이러한 현실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노동운동은 현실 분석에서도, 투쟁의 전략에서도 길을 잃을 것이다.
 
노동자혁명당() 우리의 입장은 이렇다. “제국주의는 미국만이 아니라, 자본주의 발전의 말기적 형태 속에서 모든 자본주의 강국이 행하는 구조적 폭력이다. 남한 또한 그 일부이며, 노동자계급의 해방은 피해의식이 아니라 책임의식에서 시작된다.”
 
이제 한국 노동운동은 피해자의 언어가 아니라 세계노동자혁명의 언어로 말해야 한다. 진정한 반제국주의는 우리만의 피해”를 외치는 것이 아니라, 세계의 피억압 민중과 연대하여 제국주의 질서를 전복하는 것이다.
 
  
    DDP 현장  노동자들의 깃발, 거리의 민주주의
 
 오후 3, DDP 앞에는 민주노총의 깃발이 물결쳤다. 각 지역본부, 산별노조, 사회단체가 줄지어 자리를 잡았다. 광장 전체는 작은 도시처럼 보였다. 한쪽에서는 노동자 합창단이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고, 다른 쪽에서는 청년노동자들이 비정규직 철폐’ 선전물을 배포했다. 하늘에는 가을 바람이 불었고, 피켓 위의 문구들이 바람에 흔들렸다.
 
민주노총은 이날 등 세 가지 핵심 요구를 내세웠다.
 
 *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의 노동자성 인정,
 
 * 초기업교섭 제도화,
 
 * 작업중지권 보장
 
청년 조합원, 여성노동자, 플랫폼노동자, 이주노동자들이 무대에 올라 각자의 현실을 이야기했다.
 
 “우리는 계약서 한 장으로 해고당하고, 앱 한 줄의 코드로 평가받는다.”
 
 “돌봄노동자들은 하루에 10시간을 일하고도 월 120만 원을 받는다.”
 
 “이주노동자는 일터에서, 장애인은 거리에서, 모두 같은 착취의 체계 안에 있다.”
 
그 목소리들은 서로 다른 듯했지만, 결국 하나의 선언으로 모였다. “모든 노동자는 하나다.”
 
행진이 시작되자 장충단로와 을지로 일대가 깃발의 행렬로 뒤덮였다. 세종호텔 고공농성장 앞에서 멈춰 선 참가자들은 “해고는 살인이다!”, “노동자가 세상을 바꾼다!”를 외쳤다. 55년 전 전태일이 외쳤던 목소리가, 다시 오늘의 거리에서 울려 퍼지는 순간이었다.
 
 
   전국장애인노동자대회 — ‘권리’라는 이름의 투쟁
 
 같은 날 오후 1, DDP 집회보다 먼저 열린 또 하나의 현장  〈제3회 전국장애인노동자대회〉는 노동자운동의 지평을 확장시키는 중요한 투쟁이었다.
 
충무로역 5번 출구 인근 장애인고용공단 앞에서 시작된 대회는 전국권리중심중증장애인맞춤형공공일자리협회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주최했다.
 
이날 참가한 단체는 13곳에 달했다. 민주노총의 여러 지부, 장애인단체, 홈리스행동, 빈곤사회연대 그리고 노동자혁명당()도 함께했다.
 
구호는 단순했지만 절박했다. “중증장애인 노동권 차별 철폐! 권리중심공공일자리 제도화 쟁취!”
 
서울시는 최근 장애인 공공일자리 사업을 축소하고, 오세훈 시장은 예산 삭감으로 수많은 장애인 노동자들의 생존을 위협했다. 참가자들은 계약 종료가 아니라 해고”라고 외쳤다. 이는 단순한 행정조치가 아니라 생존권의 박탈이자 사회적 배제였다.
 
무대에 오른 한 활동가는 울먹이며 말했다. “우리가 일하지 못하면, 그것은 장애 때문이 아니라 사회의 장벽 때문이다. 서울시는 장애인을 보호할 대상이 아니라 노동자로 인정해야 한다.”
 
행진은 서울고용공단에서 DDP까지 이어졌다. 휠체어를 탄 참가자들이 도심 도로를 가득 메웠다. “공공일자리 보장하라!”, “이동권을 보장하라!”, “장애인도 노동자다!”라는 구호가 울려 퍼졌다.
 
이날의 행진은 단순한 시위가 아니라, 한국 사회의 비장애 중심주의’를 뒤흔드는 정치적 실천이었다.
 
 
    전태일의 불꽃은 꺼지지 않았다
 
 전태일 열사가 1970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고 외친 지 55년이 지났다. 그가 분신으로 남긴 외침은 단지 법의 문제가 아니라, 노동자의 인간 선언이었다. 오늘의 노동자대회는 그 정신을 다시 부활시키는 자리였다.
 
하지만 전태일의 외침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그의 후예들은 오늘도 거리에서 싸우고 있다. 공장에서, 병원에서, 돌봄시설에서, 그리고 장애인의 일터에서 노동자들은 같은 구호를 외친다. “우리는 더 이상 보호받는 존재가 아니다. 우리는 투쟁하는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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