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스라엘의 ‘영원한 전쟁’/ 팔레스타인 연대운동/ 반제 투쟁
1. 2023년 10월 7일 팔레스타인 봉기와 중동에서의 이스라엘의 ‘영원한 전쟁’은 전 세계로 확산되는 대규모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을 촉발했다. 이 운동은 1960년대 후반~1970년대 초의 베트남 전쟁 반대 운동에 버금가는 위상과 역사적 의의를 얻었다. 이 운동은 대체로 자연발생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는 바, 무슬림 나라들뿐만 아니라 상당 규모의 이주자 인구가 있는 서방 나라들에서도 강력한 흐름을 이어갔다. 무슬림 세계에서는 다수의 (소)부르주아 민족주의 · 이슬람주의 세력의 지지를 받고 있고, 서방 나라들에서는 주로 무슬림 이주자 단체들과, 친시온주의 지배계급의 압력에 굴복하지 않는 좌파 · 노동조합 세력이 운동의 중심을 이루고 있다.
2. 이 운동은 반복적으로 심각한 탄압을 맞고 있다. 요르단에서는 왕정이 매주 이스라엘 대사관 앞에서 집회를 이끈 주력 세력인 무슬림형제단을 탄압하고 집회를 금지했다. 영국에서는 스타머 노동당 정부가 친이스라엘 기업 및 인프라에 대한 직접행동을 벌여온 비폭력 단체 ‘팔레스타인행동’을 불법 단체로 지정하여 탄압했다. 많은 서방 나라들에서 팔레스타인 연대 활동가들이 재판에 회부되었다. 그 중에는 RCIT 국제서기 미하엘 프뢰브스팅도 있는데, 미하엘 동지는 “테러 범죄를 승인하고 선동한” 혐의로 징역 6개월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3. 팔레스타인 연대운동은 그 본성상 이질적이다. 여기에는 공산주의자와 이슬람주의자, 아랍 민족주의자와 좌파 개량주의자, 하마스 지지자부터 자유주의적 평화주의자까지 다양한 세력이 포함되어 있다. 혁명적 공산주의인터내셔널 동맹 (RCIT)은 그 첫날부터 이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왔다. 언제나 우리는 이 운동의 폭넓은 통일전선적 성격을 환영했다.
4. 동시에 혁명적 공산주의자는 잘못된 방향으로 투쟁을 유도하는 이데올로기들과 세력들을 비판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 중 특히 문제가 되고 있는 경우들을 보자.
* 유엔에 대한 환상: 널리 퍼진 환상 중 하나로, 유엔이 중동에서 이스라엘의 영원한 전쟁을 멈출 수 있는 기구라는 믿음이 있다. 실제로는, 유엔은 부르주아 정부들의 집합체로, 모든 결정 하나 하나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5개 제국주의 강대국이 지배한다. 이 중에는 이스라엘의 오랜 역사적인 동맹인 미국이 있다. 설령 유엔이 이스라엘을 규탄하는 결의를 채택하더라도, 강대국들의 의사에 반하여 이러한 결정을 실행할 힘은 없다. 이스라엘이 모든 제국주의 강대국과 정치적·경제적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소위 “국제사회”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침략을 막지 못하는 것도 유엔의 무력함을 보여주는 또 다른 예다. 강대국들은 글로벌 사우스, 즉 종속적 반식민지 나라들을 대상으로 할 때만 결의안에 동의하고 열심히 그 실행에 나선다. 2006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이란이 자체 핵 프로그램 개발을 희망한다는 이유로 제재를 가한 것이 그 대표적 사례다. (이스라엘은 90~200기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제재에 직면한 적이 없다).
* 자유주의 서방 정부에 대한 환상: 몇몇 서방 정부 (예를 들어 스페인, 노르웨이, 아일랜드)는 이스라엘의 가장 잔학한 행위에 회교적 항의를 표명하는 것으로 자신을 미국 · 영국 · 독일과 차별화 해왔다.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이 탄압을 받지 않는 나라들이 있다는 것은 분명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이러한 정부들을 팔레스타인 인민의 해방을 위한 우리의 투쟁의 진실 된 동맹으로 보는 것은 완전한 잘못이다. 그 포장된 언사와 관계없이 이 정부들은 팔레스타인 저항 세력 (하마스, 팔레스타인 이슬람 지하드, 팔레스타인해방인민전선 등)을 ‘테러단체’로 지정하는 서방 정책에 동참하는 한편, 동시에 이스라엘과의 경제·외교 관계를 계속 유지한다. 이들 서방 정부들은 1948년 나크바 (팔레스타인 대추방) 이래로 시온주의 식민 정착자 국가의 수많은 범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해왔다. 사회주의자들은 전 세계 노동자·민중 조직들에게 대중 시위, 파업, 직접행동을 포함하는, 시온주의 국가에 대한 전면적인 보이콧 · 사보타주 운동을 조직할 것을 호소, 촉구한다. 항만 노동자들은 이스라엘로 가는 무기 선적을 보이콧 하고, 은행 노동자들은 시온주의 야수와의 금융거래를 사보타지 해야 한다. 이스라엘 제품을 불매하고, 과학·문화·스포츠·교육 분야의 협력 일체를 중단해야 한다. 또한 우리는 모든 반식민지 나라들에게 시온주의 국가와의 관계를 단절할 것을 촉구한다.
* 두 국가 해법: 아라파트의 PLO가 투항한 이래로 중동뿐만 아니라 전 세계 대부분의 부르주아 정부는 이른바 두 국가 해법 ㅡ 즉 이스라엘과 나란히 독립 팔레스타인 국가를 수립한다는 방안 ㅡ 을 지지한다. 그러나 시온주의 이스라엘이 이를 거부하는 상황에서 이 해법이 현실화된다 하더라도, 그러한 ‘독립 팔레스타인 국가’는 아파르트헤이트 남아공에서처럼 식민지 반투스탄 같은 것일 것이다. 빈곤하고 황폐화된 서안 · 가자 지구에 설립되는 그 국가는 경제적으로 이스라엘에 완전히 의존적일 것이고 정치·군사적으로는 시온주의자들의 선의에 종속되게 될 것이다. 달리 말해서 두 국가 해법은 쓸모없는 환상이거나 위험한 덫이다. 유일한 해법은 시온주의 테러 국가를 파괴하고, 그 자리에 요르단강에서 지중해까지 붉은 해방 팔레스타인을 세우는 것이다. 그러한 세속·민주 팔레스타인 국가는 모든 난민이 고향 집으로 귀환하는 것을 가능케 하고, 모든 시민 (유대인 소수자 포함)의 문화적·종교적 권리를 보장한다. 이러한 팔레스타인 국가는 중동 사회주의연방의 일부로서 노동자·빈농 공화국이다.
* 리버럴 · 개량주의 세력에 대한 환상: 또 다른 잘못된 믿음은 “진보” 세력이 팔레스타인 투쟁의 동맹군이라는 생각이다. “리버럴” 바이든 정부/ 스타머 노동당 정부/ 독일 사민당 등이 지난 2년간 해온 일을 보라! 샌더스, 오카시오-코르테스, 조란 맘다니 같은 보다 좌파적 인사들이나, 영국 노동당 좌파 의원단, 독일 좌파당, 스페인 급진좌파 수마르와 포데모스 등이 과연 팔레스타인 인민의 진실된 동맹군인가? 현실에서 이들 세력은 언사에서만 보다 급진적일 뿐 각각 미국의 친이스라엘 민주당과 유럽의 제국주의 집권당들에 묶여 있다. 멜랑숑의 <굴하지 않은 프랑스 (LFI)>가 이들 개량주의 세력 중 가장 급진적이며 국가탄압을 맞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오도된 인민전선 정책을 통해 사회당과 녹색당 같은 노골적인 친시온주의 정당에 묶여 있다. 객관적으로 이들 세력은 팔레스타인 연대운동을 제국주의 친시온주의 당에 연결하는 전달벨트 역할을 한다. 사회주의자들이 연대 운동 내 이러한 세력의 영향력에 맞서 싸워야 하는 이유다. 우리는 이 당들과 인사들에게 진실로 팔레스타인 인민을 지지하고자 한다면, 친시온주의 · 친제국주의 당 및·정부와의 모든 연결고리를 명확하게 끊어야 한다고 말한다.
* 평화주의: 이스라엘의 제노사이드 학살에 항의하는 많은 세력들이 그릇되게도 무장투쟁에 반대한다. 정당하고 필요한 저항 형태로서의 무장투쟁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그 결과, 이들은 시온주의 침략자에 맞서 하마스/ 후티 반군/ 이란을 편 들기를 거부한다. 이러한 평화주의는 수치스럽고 위험한 접근방식이다. 스파르타쿠스 봉기와 아리스토니코스 반란에서 황건적의 난까지, 근대 초 모든 대륙의 농민 봉기에서 1789-94년의 프랑스 혁명까지, 1917년 러시아 혁명에서 20세기 반식민 해방투쟁에 이르기까지 해방투쟁의 역사는 피억압자가 폭력에 폭력으로 답하지 않고는 억압자를 패멸시킬 수 없음을 보여줘 왔다. 해방투쟁에서의 폭력에 반대하는 자들은 객관적으로 억압자의 하수인이다. 그들의 주관적 의도와 관계없이 말이다. 사회주의자들이 연대 운동 내 평화주의 세력의 영향력에 맞서 싸워야 하는 이유다. 동시에 RCIT는 시온주의 국가나 제국주의 열강과 싸우는 세력과 군사적으로 진영을 함께 하지만, 저항투쟁을 이끄는 (소)부르주아 세력에게 어떠한 정치적 지지도 주지 않는다.
* 게릴라주의: 해방을 위한 투쟁에서 무기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한편, 우리는 게릴라 전술만으로 성공할 수 있다는 생각에는 반대한다. 무장 투쟁은 대중의 조직화 및 집결동원에 통합되어야 한다. 게릴라 전투원들도 대중의 일부가 되어 대중에 의해 통제돼야 한다. 우리는 물론, 이스라엘의 제노사이드 학살이라는 현 조건 하에서 팔레스타인 저항투쟁이 현재 사용하는 전술 외에 다른 대안이 거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더욱이 이스라엘과 제국주의 강대국들의 군사적 우위를 고려할 때 해방 투쟁은 한 나라에 (가자지구와 같은 협소한 지역은 더더군다나)에 국한되어서는 안 된다. 친제국주의 정권을 타도하고 그것을 노동자·농민 정부로 대체하는 것을 투쟁 목표로 하는 아랍 혁명에 의해서만이, 그리고 시온주의 야수에 대한 전면적인 보이콧과 사보타주를 목표로 하는 전 세계적 대중 동원에 의해서만이 억압자를 패멸시킬 수 있다.
* 부르주아 아랍 정부들에 대한 환상: 아랍 · 무슬림 나라들의 다양한 세력들 (하마스, 무슬림형제단 등)은 자국 정부에 압력을 넣으면 팔레스타인 인민이 해방을 이루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 희망한다. 사회주의자들은 이러한 정부들에 이스라엘과 단교하고 원조와 무기로 팔레스타인 저항을 지지하도록 압력을 가하는 것을 확실히 지지한다. 우리는 시온주의 야수 및 그 제국주의 뒷배들과의 어떠한 충돌에서도 아랍 · 무슬림 나라들의 편을 든다. 그러나 이들 나라 정권들은 특별한 상황 하에서는 어느 정도 압력을 받을 수 있지만, 일관되게 이들이 이스라엘 식민 정착자 국가에 대해 싸울 수 있을 거라는 환상은 금물이다. 이집트 시시 군사독재, 요르단·모로코·걸프 왕정들, 레바논 종파권력분점 정권 등, 이들 모두가 제국주의 세계체제에 통합 편입되어 있고, 정치적·경제적으로 강대국들에 종속되어 있다. 민중 평의회와 민병에 기반한 노동자·농민 정부 수립을 통해서만 아랍 · 무슬림 대중이 억압자에 대한 인민전쟁을 수행할 수 있게 될 것이다.
* 소위 “저항의 축”에 대한 환상: 팔레스타인 해방투쟁의 지지자들 중에는 이란이 주도하는 시아파 중심의 느슨한 지역 동맹인 “저항의 축”이 이스라엘 침략을 막는 효과적인 도구가 될 것이라 희망하는 이들이 상당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란의 자본주의 물라 (율법학자) 독재는 자기 보존이 우선이다. 마찬가지로 헤즈볼라와 이라크의 친이란 세력도 자국 내 권력 분점을 위한 정략에 깊이 빠져들어 있다. 그 결과, 하마스와 헤즈볼라가 공격을 받을 때 이란은 전투에 가담하지 않았고, 2025년 6월 이스라엘과 미국이 이란을 공격했을 때도 “저항의 축”은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더구나 이란과 헤즈볼라가 시리아 인민을 적으로 한 아사드 학살 정권의 폭정을 그 최후까지 지지한 것은 두고두고 영원히 카인의 표식으로 남을 것이다. 실로 그것은 역사적인 범죄로서 이들 세력을 무슬림 인민의 압도적 다수자 (수니파)로부터 돌이킬 수 없이 고립시켰다.
5. 혁명적 공산주의자들은 시온주의/제국주의 침략을 패퇴시키기 위해 타 세력과의 폭넓은 실제적 협력을 제창한다. 이는 반제국주의 통일전선 전술에 부합한다. 레닌과 트로츠키 당시의 공산주의 인터내셔널 (코민테른)에 의해 정립된 바의 그 반제통전 전술 말이다. 이러한 통일전선 전술은 개량주의 · 소부르주아 세력과의 협력을 포함하며, 특정 조건에서는 피억압 민족의 부르주아 세력과의 협력도 포함한다. 결정적인 문제는 이러한 협력이 행동 상의 통일에 국한하며 각개의 세력은 자신의 독립적 정치를 유지하고 비판의 자유를 갖는다는 점이다. 이러한 전술은 팔레스타인에서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제국주의 나라들에서도) 적실성을 가진다.
6. 그러나 사회주의자들이 개량주의 · (소)부르주아 세력과 충돌하는 것은 그 같은 통일전선의 본성상 불가피하다. 이들 세력 모두가 다른 목표와 전술을 가지고 있어서다. 사회주의자들이 통일전선 내 정치적 반대자들의 잘못된 정책을 비판하고 대안 전략을 제창해야 하는 이유다. 일관된 계급투쟁 전략이야말로 시온주의/제국주의 적을 상대로 승리를 일구기 위한 전제조건임을 설명하는 것이 필요하다. 종국적으로, 피억압자의 해방을 이루기 위해 개량주의 · 소부르주아 지도부를 혁명적 지도부로 대체하는 것이 관건이다.
7. RCIT는 연대 운동이 시온주의 침략에 맞서 대중을 집결·동원하는 것을 계속 목표로 하는 한 이 운동을 분열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는 전술에 반대한다. 이 운동은 치머발트 운동이 아니다. 제3인터내셔널의 창립이 그 날의 과제였고 볼셰비키가 중앙파와 우파의 세찬 저항에 부딪혔던 1917년의 치머발트 운동 말이다. 팔레스타인 연대운동은 주체적으로나 객관적으로나 모두 새로운 인터내셔널의 중핵이 아니다. 제한된 목표 ㅡ 시온주의 영원한 전쟁을 중단시키는 한정된 목표 ㅡ 를 위한 폭넓은 통일전선이다.
8. 팔레스타인 연대운동에서 내부적 핵심 과제는 반제국주의 · 반시온주의 중심축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는 혁명가들의 블록, 즉 시온주의 국가를 팔레스타인 국가로 대체하고, 시온주의/제국주의 침략에 저항하는 인민의 군사적 투쟁을 편 드는 세력들과 함께하는 혁명가들의 블록을 의미한다. 당연히, 이 같은 블록은 중요한 합의에 기반하면서도, 서로 다른 정치적 관점을 가진 세력도 포함될 수 있다. 그러나 실제적 행동에 집중하고, 참여 세력의 선전·비판의 자유를 존중하는 한 이러한 블록은 정당하고 필요하다.
9. RCIT를 비롯한 모든 진정한 혁명가들은 팔레스타인인 및 중동의 피억압 인민을 시온주의 야수로부터 해방하는 것을 현 시기 핵심 과제 중 하나로 본다. 실로 가자지구 인민은 이미 근 2년간의 제노사이드 학살을 맞는 끔찍한 대가를 치렀다. 현대사 최악의 범죄로, 이스라엘 일간지『하레츠』의 칼럼니스트 기드온 레비는 이를 “이스라엘이 제3제국 초기에 독일이 했던 일을 하고 있다”고 규정했다. 따라서 팔레스타인 인민의 영웅적인 저항투쟁을 지지하고 이것을 사회주의적 전망과 결합하는 것은 맑스주의자 · 반제국주의자를 자처하는 모든 이들에게 리트머스 시험대다. 새로운 사회주의혁명세계당 건설 투쟁은 시온주의 · 제국주의와의 투쟁과 불가분으로 연결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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