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중국·러시아 사회성격 논쟁 (Ⅰ) - 러시아와 중국은 여전히 ‘현실 사회주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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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 중국·러시아 사회성격 논쟁 ()

 러시아와 중국은 자본주의도 제국주의도 아닌, 여전히 현실 사회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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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1. 러시아·중국은 여전히 자본주의가 아니다?
 
2. 레닌 제국주의론과 스탈린주의적 위조
 
3. 러시아·중국의 자본수출: 신화와 현실
 
4. 중국 대외투자의 성격에 대하여
 
5. 중국·러시아의 국유기업: 자본주의적 기업이 아니다?
 
6. 이주·이민의 역할

                   

                       * * * *

 특이하게도 트로츠키주의를 자칭하면서 러시아·중국 제국주의성을 은폐하려는 흐름도 있다. 그 원조 격이 이른바 4인터내셔널 재건위원회(CRFI)와 그 주축을 이루는 아르헨티나 노동자당(PO)이다. 이 조류의 입장을 검토하는 것이 유용한데, 왜냐하면 러시아와 중국이 제국주의가 아니라는 자신들의 이론으로부터 결론을 끌어냄에 있어 그 어느 다른 사이비 트로츠키주의자들보다도 그들이 일관되기 때문이다.

 

  1. 러시아·중국은 여전히 자본주의가 아니다?

 PO/CRFI는 오늘날까지 러시아와 중국에서 자본주의는 부활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CRFI2004년 그 창립 문서에서 동유럽과 아시아의 전()스탈린주의 국가들에서 자본주의의 부활은 ... 그 초기 단계에 있다고 밝혔다. 1989년에 베를린 장벽과 스탈린주의 관료 지배가 붕괴된 지 15년이나 된 그 시점에도 자본주의의 부활과 자본가계급의 형성은 여전히 그 초기 단계에 있다는 것이다?! 이 얼마나 얼토당토않은 기괴한 잠꼬대인가! 동유럽과 러시아와 중국 등이 1989-92년 이래 자본주의 부활을 촉진한 정부에 의해 지배되지 않았는가?! 이들 나라 경제가 그 이후 얼마 안 돼서 곧 자본주의적 가치법칙에 지배 받지 않았는가?! 이들 나라 경제가 이미 2004년 훨씬 전부터 사적 자본주의 부문이 지배하지 않았는가?! PO/CRFI 지도자들은 다른 세계에 살고 있는 듯하다!

더 나쁜 것은, PO/CRFI2004년을 넘어 현재까지도 그러한 불임성(不姙性) 도그마를 견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에 발표한 중국 관련 논설에서 PO 지도부는 중국이 자본주의 국가가 되었다는 것을 여전히 2017년에! 부정한다. PO 이론가 파블로 헬러는 여전히 자본주의로의 이행 과정에 대해 이야기한다. (“중국에서 자본주의로의 이행은 더 폭력적인 시기에 접어들고 있다.”). 이미 이십여 년 전에 이 이행이 일어난 바 없다는 듯이 말이다!

심지어 PO 지도부는 최근 방대한 국제성명서에서, 미래에 러시아와 중국에서 평화적인 방식으로자본주의가 들어설 수는 없을 것이라고 주장하기까지 하고 있다. “자본주의로의 평화적인이행은 즉 사회혁명을 통해 자본을 몰수 수탈한 체제 대신 자본주의가 평화롭게 들어선다는 것은 가능하지 않은 일이다.” 1989년에 기존 노동자국가들에서 내전 없이 자본주의를 부활시키는 것은 가능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언한 사이비 정통 트로츠키주의자들을 우리는 알고 있다. 이미 그 당시에 우리는 그러한 교조주의를 비판했다. 하지만 당시의 이러한 교조주의자들은 오늘날 PO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30년 전 스탈린주의의 붕괴와 자본주의의 부활 이후 현재까지도 여전히 PO는 이러한 잠꼬대를 계속하고 있으니 말이다.

PO를 비롯한 CRFI 가맹조직들은 동일한 교조적 논리로 무장하고서, 러시아와 중국은 여전히 자본주의 세계경제에 통합되어 있지 않다고 또한 주장한다. “기존 국유화된 경제들이 세계 자본주의 경제로 통합되는 것은 평화적인수단에 의해서는 이루어질 수 없다.” 2018년 가을에 발표한 평론에서도 같은 주장이 되풀이된다. “21세기에 전쟁의 성격을 결정하는 것은 미 제국주의에 의한 러시아·중국의 포위다. 즉 러시아와 중국의 자본주의 부활 과정을 완결시켜 제약 없이 이들 나라를 제국주의 세계체제로 통합시키기 위해 미 제국주의가 자신의 종속적 동맹군인 유럽 및 일본 제국주의와 연합하여 러시아와 중국을 포위하려 하는 가운데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러시아와 중국이 여전히 제국주의 세계체제에 통합되어 있지 않다고 진지하게 주장하는 것이 가능한가? ·중이 미국에 예속되어 있지 않은 것은 맞다. 그러나 제국주의는 하나의 강대국으로 환원되지 않는다. 제국주의는 강대국들 간의 패권 경쟁 위에 세워진 체제(시스템)이므로 미국의 궤도 밖에서는 강대국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이상할 것이다. (레닌과 트로츠키를 따라 우리는 강대국들이 자신들 간의 경쟁을 극복할 것이라고 가정하는 카우츠키의 초제국주의론을 거부한다).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에 예속된 것은 아니지만, 제국주의 세계체제 속에 통합되어 있는 것은 확실하다! 우리가 위에서 보여주었듯이, 중국은 세계 최대의 무역 강국이 되었다. 중국은 주요 외국인투자자일 뿐만 아니라 주요 채권자다. 이 보다 더 어떻게 제국주의 세계경제 속에 통합될 수 있는가?! 그리고 PO 지도자들이 중국의 일대일로 이니셔티브에 대해 들어보지 못했다는 것이 어떻게 가능한 일일까? 65개국에 중국의 글로벌 경제적·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설계된 국제 투자 프로그램인 일대일로 프로젝트 말이다.

일대일로 프로젝트는 2차 세계대전 이후 미 제국주의가 서유럽에서 자신의 우위를 공고히 하는 데 결정적인 수단이 되었던 이른바 마셜 플랜의 중국 버전이다. PO/CRFI 동지들은 중국이 자본주의 세계체제에 완전히 통합되어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데 더 어떤 예들이 필요한가?!

PO 지도자들은 러시아에 대해서도 기본적으로 같은 입장을 견지한다. 이 점은 PO가 몇 달 전에 발표한 또 하나의 논설에서 분명히 나타난다. 거기서 PO 지도부는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러시아에서도, 중국에서도 계급으로서 부르주아지는 출현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두 경우 모두에서 그것을 가능케 하는 것은 다름 아닌 국가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자본주의적인 관료적 구조의 많은 부분을 계속 고수하고 있는 국가 말이다.

따라서 다시 우리는 스탈린주의자들조차도 감히 주장하지 못하는 엄청난 부조리와 마주해 있다! 현 러시아의 국가기구를 “‘전자본주의적인 관료적 구조라고 한다. 실제로는 러시아의 국가기구가 지금까지 30년이나 올리가르히 (소련 붕괴 과정에서 득세한 과두 재벌들)를 위해 자본주의적 시종으로 복무하고 국내적으로뿐만 아니라 국외에서도 있는 데도 말이다.

우리가 러시아 제국주의에 관한 연구에서 증명했듯이, 러시아 경제는 강력한 독점체들이 지배하고 있다. 이들 중 상위 32대 독점체들 러시아에서 금융-산업 그룹들”(FIG)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이 러시아 GDP 중 약 51%를 점하고 있다. (그림 27을 보라)

크레디트 스위스 2013년 보고에 의하면, 억만장자 110명이 러시아의 모든 부의 35%를 소유하고 있다. 다시 <<2018년 세계 불평등 보고서>>를 보면, 중국에서도 유사한 추세를 정도는 훨씬 더 극심하지만 볼 수 있다. 그림 28에서 우리는 상위 10%의 소득분배율이 러시아에서 자본주의 부활 이전에 상대적으로 낮은 것을 본다. 그러나 이것은 1989년 이후부터 급격히 바뀐다. 상위 10%의 소득분배율이 22%에서 41% (2015)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 동안 하위 50% 주민의 소득분배율은 국민소득의 약 30%에서 17%로 붕락했다!


 그림 27. 러시아의 GDP 각 부문 기여도 (미화 10억 달러)


그림 28. 러시아의 소득분배율, 1905-2015


 오직 가장 무지한 관찰자만이, 이와 같이 국민소득 분배율이 자본주의 부활 기간에 인민대중으로부터 엘리트에게로 급격히 쏠리는 과정은 다름 아닌 강력한 부르주아 계급의 출현을 반영하는 것임을 부정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PO 동지들에게 묻는다. 북미에서의 상위 10%와 동일한 국민소득 분배율을 점하고 있는 이들 러시아에서의 상위 10%는 누구인가? 이들이 자본가들과 상층 중간계급이 아닌가? PO는 이것이 모종의 관료층이라고 진짜 믿고 있는가?! 사실인즉슨, 자본주의 부활 과정은 자본가계급의 형성으로 결과하였다. 오늘 이들 모든 나라 미국, 유럽뿐만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도 를 지배하는 것은 바로 부르주아지다. 러시아·중국에 자본가계급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PO의 주장은 글로벌 자본주의의 현실에 대해 PO가 얼마나 무관심한지를 반영하는 총체적인 부조리다!

러시아와 중국이 제국주의 열강이 아님을 논증하려는 PO/CRFI의 논거 역시 더 나을 게 없다. 그들의 이론적 근거를 겨냥하여 우리가 제출한 소책자에 대한 답변으로 PO/CRFI는 러·중 신흥 강대국에 대한 맑스주의적 분석을 논박하는 글을 발표했다. 이 글이 자신들의 입장을 방어하려는 진지한 노력을 대표하는 것이겠지만, 3가지 근본 문제를 안고 있다. a) 글의 논거가 맑스주의 이론과 모순된다. b) 객관적 사실과도 모순된다. c) 내적 일관성을 결여했다.

PO/CRFI의 핵심 테제는 러시아·중국이 자본수출 면에서 뒤떨어져 있기 때문에 그 계급적 성격에서 제국주의라고 할 수 없다는 것이다. PO/CRFI는 형식적으로는 레닌의 제국주의 이론을 견지하고 있으므로 (“러시아와 중국은 제국주의가 아니다테제의 모든 지지자들과 마찬가지로) 다음과 같은 문제에 봉착한다. 왜 이 볼셰비키 당의 지도자는 그 당시에 러시아, 일본, 이탈리아, 오스리아-헝가리 같은 나라들을 제국주의 국가에 포함시켰을까? PO/CRFI는 이것을 설명해야 한다. 우리가 위에서 증명했듯이, 이들 국가는 영국이나 프랑스나 독일보다 자본수출 규모가 훨씬 작았고, 수출하는 것보다 종종 더 많이 자본을 수입했다.

우리가 위에서 보여주었듯이, 레닌 시대의 제국주의 열강은 정치적 상부구조에서뿐만 아니라 그 경제적 토대의 구체적 구성에서도 서로 달랐다. 그러나 그 열강을 하나로 묶은 것은 그들이 타 민족들을 직접적 또는 간접적으로 억압하고 착취했다는 것이다. 레닌은 1916년에 제국주의에 관한 그의 저술들 중 하나에서 제국주의에 대한 정의를 다음과 같이 요약했다. “제국주의 대국 (즉 모든 민족들을 억압하고 그들을 금융자본에 대한 종속의 그물로 얽어매는 열강)...”

 

 2. 레닌 제국주의론과 스탈린주의적 위조

따라서 오늘날 러시아·중국의 제국주의적 성격을 부정하는 수정주의자들은 레닌의 제국주의 이론을 재해석”, 즉 날조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들은 레닌이 러시아 같은 나라들을 제국주의로 간주한 바 없다고 주장하지 않으면 안 된다. PO/CRFI는 맑스주의적 제국주의 이론을 수정한 첫 주자가 아니며, 아마도 마지막 주자도 아닐 것이다. 그들이 어떻게 논리를 전개하고 있는지 보자.

 

제국주의 시대에 강대국들은 전쟁 행위를 규정하고 세계의 영토 분할을 단행한다. 그러나 제국주의 분석은 이들 강대국 간에 구별을 지을 것을 요구한다. 레닌에 따르면, 세계를 분할한 6개 대국들 가운데 미국과 독일과 일본은 젊은 신흥 자본주의 (제국주의) 국가이고 영국과 프랑스는 구래의 자본주의 (제국주의) 국가다. 전자본주의적 관계가 지배하는, 그리고 현대 자본주의적 제국주의 세력들에 둘러싸인 사회경제 구조를 가진 러시아는 타 국가들과 완전히 달랐다. 레닌은 1차 세계대전에서 러시아의 지위를 제국주의로 규정하면서도 이러한 결정적 차이를 강조했다. "러시아에서 최신 유형의 자본주의적 제국주의는 페르시아, 만주, 몽골에 대한 차리즘의 정책으로 스스로를 완전히 드러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군사적·봉건적 제국주의가 러시아에서는 우세하다."

러시아 제국주의를 지배한 군사주의와 봉건주의의 요소들은 오스만 제국주의에도 존재했다. 하지만 오스만 제국은 반식민지였고, 자본주의의 최고 단계로 규정된 제국주의의 종별적 특징을 보유하지 않았다. 따라서 러시아도, 오스만 제국도 1차 세계대전의 (제국주의적) 성격을 규정한 제국주의 열강으로 볼 수 없다. 그들은 제국주의 대국들에 의존해 있었고, 따라서 제국주의 간 패권 경쟁에서 (기껏해야) 부차적인 지위를 점했다. 이와 같이 러시아와 오스만 제국주의는 자본주의적 제국주의보다는 대로마 제국주의를 닮았다.

레닌의 제국주의 이론에서 독점자본주의와 금융자본과 자본수출에 대한 강조는 강대국들이 세계의 분할·재분할을 놓고 투쟁하는 것의 주된 기초가 무엇인지 드러내준다. 대규모 군대와 광대한 영토와 상대적으로 높은 인구는 전자본주의적 제국들의 권력 원천이었다. 제국주의 시대에는 자본수출이 군사작전을 대신했고, 시장을 침략하는 금융자본이 침략군을 대신했다. 국제적 차원에서는 제국주의적 군대 (원료자원의 약탈과 값싼 노동력의 착취에서 비롯한 초과이윤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자본주의 산업이 공급하는 기술 및 기술력을 사용하는 군대)가 모든 분야에서 우세해졌다. 자신의 전능했던 과거를 자랑스러워하는 전자본주의적 제국들의 군대는 제국주의적 침략자들에게 패배 당하거나 (중국의 경우에서 보는 바와 같이), 아니면 제국주의에 봉사하는 보조적 세력이 되거나 (러시아, 오스만, 오스트리아-헝가리의 경우에서 보는 바와 같이) 둘 중의 하나다.”

 

이와 같이 우리는 PO/CRFI가 어떻게 맑스주의적 제국주의 국가 이론을 단 세 단락으로 물구나무 세우는지 본다. 레닌과 트로츠키와 볼셰비키 당은 언제나 일관되게 러시아나 오스트리아-헝가리는 제국주의 열강이라고 주장했는데 반해 PO/CRFI 동지들은 이 나라들이 반식민지라고 (오스만 제국처럼) 지금 주장한다!

러시아는 제국주의라는 볼셰비키의 성격규정이 PO/CRFI에 의해 마치 비역사적 범주인 양 제시되고 있다. 볼셰비키가 러시아를 단지 2000년 전의 로마 제국과 같은 차원에서의 제국주의로 보았을 뿐이라는 즉 자본주의적 열강의 의미로 제국주의가 아니라 식으로 말이다! 이것은 기괴한 진실 왜곡이다.

우리는 이미 위에서 레닌이 러시아를 제국주의 열강으로 (프랑스와 같은 범주에서) 보았다는 것을 밝힌 바 있다. 볼셰비키가 러시아를 결코 반식민지로 (오스만 제국처럼) 규정한 적이 없으며 일관되게 제국주의 대국으로 규정한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이 점을 명확히 해줄 인용문들은 숱하게 찾을 수 있다. 볼셰비키는 각종 강대국들 간의 차이를 확실히 인식하고 있었다 (보다 더 독립적인 열강과 보다 덜 독립적인 열강, 경제적으로 앞서간 열강과 뒤떨어진 열강 등등). 그러나 볼셰비키는 러시아를 다른 제국주의 강대국들과 동일한 범주 속에 넣고 보았다. 더 많은 인용구가 있지만, 우선 다음과 같은 짧은 인용구들을 먼저 보자.

 

바보나 약삭빠른 사람만이 러시아 측에서 전쟁이 극히 제국주의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수 있다. 63일의 정치질서 전체는 자본주의 부르주아지를 관료기구 및 귀족과 결합시키려는 관료기구가 러시아 자본의 국제적 야망을 충족시켜주는 데 성공한다는 조건하에 시도였다... 러시아 제국주의는 그 극히 반혁명적인 성격은 모든 러시아 사회민주주의자들에게 의심의 여지가 없다 현 전쟁을 준비하는 데서 큰 역할을 했다.”

 

그 의미는 러시아가 모든 제국주의 국가들 중 가장 뒤떨어졌고 경제적으로 가장 약하다는 것이다. 바로 이 때문에 러시아 지배계급은 러시아의 불충분한 생산력 위에 견딜 수 없는 짐을 싣자 붕괴된 첫 주자가 된 것이다. 불균등한, 산발적인 발전은 이리하여 가장 뒤떨어진 제국주의 나라의 프롤레타리아트로 하여금 권력을 잡는 첫 주자가 되게 했다.”

 

러시아 부르주아지는 제국주의 억압 국가의 부르주아지였다. 중국 부르주아지, 피억압 식민지 나라의 부르주아지.”

 

그러나 러시아 부르주아지는 중국 부르주아지보다 외국 제국주의로부터 헤아릴 수 없이 더 큰 독립의 혜택을 누렸다. 러시아 자신이 제국주의 나라였다.”

 

러시아에서는 최신 유형의 자본주의적 제국주의가 페르시아·만주·몽골에 대한 차리즘의 정책 속에서 완전하게 모습을 드러냈지만, 일반적으로는 군사적·봉건적 제국주의가 우세하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주민 대다수가 러시아에서만큼 억압받고 있지는 않다.”

 

러시아 제국주의는 서유럽 제국주의와 많은 점에서 다르다. 그것은 자본주의 발전의 최근 단계의 제국주의가 아니다. 러시아는 자본수출국들의 대상인 자본수입국이다. 러시아 제국주의는 봉건적, 군사주의적 제국주의다.... 러시아 제국주의보다 더 조야한, 더 야만적인, 더 유혈적인 제국주의는 없다.” [지노비에프]

 

“19세기의 마지막 3분의 1 기간은 새로운 시대, 제국주의 시대로 넘어가는 과도기였다. 하나의 대국이 아니라, 몇몇 극소수이긴 하지만 대국의 금융자본이 독점적 지위를 누린다. (일본과 러시아에서는 군사력의 독점이나 광대한 영토의 독점, 또는 소수 민족들과 중국 등등을 약탈하는 특별 편의에 대한 독점이 현대의, 최신의 금융자본의 독점을 부분적으로는 보완하고, 부분적으로는 대체한다.)”

 

이것이 이전의 상황이었다. 제국주의 영국이 탐욕스런 독일, 영국, 러시아의 제국주의자들 속에서 아직 라이벌이 있었던 상황, 어느 탐욕스런 라이벌로부터 뻗은 발톱에 타격을 입을까봐 두려워 아직 동양의 모든 나라들에 발톱을 들이댈 엄두를 내지 못했던, 전쟁 이전의 상황이 바로 그러했다.”

 

평화 시에조차 러시아는 훨씬 더 잔인하고 중세적이며 경제적으로 후진적이며 군사-관료적인 제국주의로서 제 민족에 대한 억압에서 세계 신기록을 세웠다.”

 

부르주아적이고 동시에 제국주의적인 대국들 간의 이 전쟁은, 이들 대국 중 한 나라에서 군사적·절대주의적·봉건적인 제국주의가 급속히 일소되어 버린다 하더라도 그 성격이 조금도 바뀌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와 같은 조건에서는 순 부르주아적인 제국주의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힘이 더 세질 뿐이기 때문이다.”

 

자본주의는 생산수단의 사적 소유이며 생산의 무정부성이다. 이와 같은 기초 위에서 소득의 공평한분배를 주장하는 것은 다름 아닌 프루동주의이자, 우매한 속물주의다. 어떠한 분배도 오직 힘에 비례해서만이루어질 수 있으며, 힘은 경제적 발전의 추이에 따라 변화한다. 1871년 이후에 독일의 힘의 증강 속도는 영국과 프랑스에 비해 3, 또는 4배 빨라졌고, 일본의 경우는 러시아에 비해 10배 정도 빨라졌다. 전쟁 말고 자본주의 나라의 실력을 확인하는 방법은 없으며, 있을 수도 없다. 전쟁은 사적소유의 기초와 모순되지 않으며, 오히려 전쟁은 그러한 기초에서 자라나온 직접적이고도 불가피한 결과물이다. 자본주의 하에서 개별 기업이나 개별 국가의 경제적 발전이 균등하게 성장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자본주의 하에서는 산업에서의 공황과 정치에서의 전쟁 말고는 주기적으로 교란되는 균형을 회복할 다른 수단은 없다.”

 

이 이외에도 같은 내용의 더 많은 인용구를 댈 수 있을 것이다. 레닌과 트로츠키와 볼셰비키 당이 절대주의 차르 체제의 중요한 역할과 그것이 러시아 국가의 특수한 복합적 성격에 미치는 (반봉건적 요소와 자본주의적 요소를 융합시키는) 결과들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으면서도, 그들은 러시아의 제국주의 대국으로서의 (그리고 반식민지로서가 아닌) 성격을 한 점 모호함 없이 분명하게 주장했다.

또 다른 예를 들어보자. 1917년 러시아에서 차르 체제가 타도되고 부르주아 자유주의 인민전선 정부로 대체된 2월 혁명 몇 주 뒤에 트로츠키는 이 인민전선 정부를 자유주의적 제국주의 정부로 성격규정 했다. 그는 1905-07년 기간 (63일 체제가 권력을 잡게 된 때)부터 1917년까지 러시아 제국주의의 연속성과 변화와 이행을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묘사했다.

 

“63일 체제와 화해한 자본가계급은 외국시장 탈취에 눈을 돌렸다. 이제 러시아 제국주의의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 무질서한 금융·군사 시스템과 만족할 줄 모르는 탐욕을 수반한 제국주의 말이다. 현 전쟁장관 구치코프는 이전에 국방위원회 위원으로서 육군과 해군을 완성하는 것을 도왔다. 현 외무장관 밀류코프는 자신이 유럽 여행 중에 주창했던 세계정복 프로그램을 완성해냈다. 러시아 제국주의와 10월당·카데트당의 러시아 제국주의 대표자들은 현 전쟁에 많은 부분 책임이 있다. 자신들은 원하지도, 그것을 위해 싸우지도 않은 그 혁명이 내려준 은총으로 지금 구치코프와 밀류코프는 권력에 올라 있다.... 왕조와 귀족의 제국주의로부터 순 부르주아적 성격의 제국주의로의 이러한 전환으로 러시아 프롤레타리아트를 전쟁과 화해시킬 수 없다.

 

이와 같이 트로츠키는 반식민지 러시아에 관해서가 아니라 제국주의 러시아에 관해 이야기한다. 그는 19173월의 자유주의 임시정부를 순 부르주아적 성격의 제국주의를 대표하는 것으로 성격규정 했다.

PO/CRFI 동지들은 이것을, 러시아는 반식민지였다 라는 자신들의 견해와 어떻게 화해시키는가? 동지들은 차르가 지배하던 시점까지는 러시아가 반식민지였다가 그 다음 19172- 10월 기간에 갑자기 제국주의 국가가 되었다고 하고 싶은가? 이것은 a)부조리하며 b)볼셰비키가 말한 것과 모순된다는 것 외에 PO/CRFI 자신의 방법과도 모순된다. 우리가 위에서 보았듯이, 이 동지들은 러시아는 레닌 제국주의 이론의 기준 (“독점자본주의, 금융자본, 자본수출에 대한 강조”)을 충족시키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이런 상태는 19172/3월에도 바뀌지 않았고, 바뀔 수도 없었을 것이다!

그러면 PO/CRFI19173월에 러시아를 순 부르주아적인 제국주의라고 보는 트로츠키의 평가를 어떻게 설명하는가? 우리가 항상 주장해 왔듯이, 러시아는 이미 1917년 이전에 본질적으로 제국주의 강대국이었고 (마찬가지로 오스트리아-헝가리와 일본과 이탈리아 등도), 2월 혁명은 차르 전제정의 타도로 결과하면서 러시아 자본주의의 정치적 상부구조 상에 중요한 변화를 가져왔지만, 그 경제적 토대에서는 그러한 변화를 가져오지 않았다는 평가가 훨씬 더 논리적이지 않은가?!

사실, PO/CRFI1917년 이전의 러시아는 제국주의 열강이 아니라 반식민지라는 관념을 만들어낸 최초 발명가는 아니다. 러시아 반식민지론은 레닌과 트로츠키 당시에 러시아 맑스주의자들에 의해 단호히 거부되었지만, 1930년대에 스탈린주의자들이 이 반식민지론을 정설로 만들어놓았다.

우리가 이미 과거에 밝혔듯이, 1917년 이전의 러시아는 제국주의 열강이 아니라 반식민지였다고 선언한 것은 1930년대에 스탈린의 악명 높은 이론이었다. 스탈린은 당시 러시아 역사학자들에게 러시아의 계급적 성격에 대한 맑스주의적 분석을 다시 쓰라고 교시했다.

 

러시아가 앙탕트(협상국) 편에서, 즉 프랑스와 영국 편에서 제국주의 전쟁에 참전한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1914년 이전에 가장 중요한 러시아 산업 분야는 외국 자본가들, 주로 프랑스, 영국, 벨기에, 즉 앙탕트 나라들의 자본가들의 수중에 있었다는 것을 염두하지 않으면 안 된다. 러시아의 금속 공장들 중 가장 중요한 것들이 프랑스 자본가들의 수중에 있었다. 전체적으로 금속산업의 약 3/4 (72%)이 외국 자본에 의존했다. 도네츠 분지의 석탄산업도 마찬가지였다. 영국·프랑스 자본이 소유한 유전이 러시아 석유 생산량의 약 절반을 차지했다. 러시아 산업 이윤의 상당 부분이 외국 은행, 주로 영국·프랑스 은행으로 흘러들어갔다. 차르가 프랑스와 영국으로부터 차관으로 빌린 수십억 루블에 더해 이 모든 사정이 차리즘을 영·불 제국주의 사슬에 묶어놓았고, 러시아를 이들 나라의 속국, 반식민지로 전화시켰다.” [1939년 소련공산당사 소 교정 (“스탈린 당사”)]

 

당연히도 이러한 스탈린주의적 견해는 1920년대에 소련에서 있은, 차르 러시아의 성격에 관한 활발한 토론에 참가한 사실상 모든 맑스주의 역사가들의 입장과 배치되는 것이었다. 탁월한 러시아 맑스주의 역사가이자 1920년대에 소련 역사학의 선도적 인물이었던 M.N. 포크로프스키는 여러 역사가들 사이에서 유익한 토론을 이끌어냈고, 스스로도 러시아사 인식에 중요한 기여를 했다. (트로츠키가 지적한 그의 방법론상 약점과 관계없이).

PO/CRFI 동지들은 불균등·결합 발전 법칙이 러시아의 모순적 발전을 가져오고, 그 결과로 러시아가 뒤떨어진 제국주의 열강으로서의 성격을 띠게 된 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왜 러시아 제국주의는 제국주의의 현대적 특징과 후진적-절대주의적 특징 (차르 전제정)을 결합하고 있는지 볼셰비키가 설명할 수 있게 해준 것이 바로 이 법칙이었다.

이 문제 전체는 차르 러시아에 국한되지 않는다. 우리가 위에서 말했듯이, 당시에 일본, 이탈리아, 오스트리아-헝가리 같은 또 다른 뒤떨어진 제국주의 열강이 또한 존재했다. 레닌과 트로츠키는 이들 열강을 그 경제적 낙후성에도 불구하고 제국주의로 간주했다. 레닌과 트로츠키는 이들 열강의 경제적·정치적 발전의 불균등한 성격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다.

우리는 이미 위에서 레닌이 일본을 제국주의 대국으로 규정, 평가한 것을 살펴본 바 있다. 여기 또 하나의 인용문이 있다. 트로츠키로부터의 인용구다.

 

일본은 오늘 제국주의 사슬에서 가장 약한 고리다. 일본의 금융적·군사적 상부구조는 반()봉건적 농업의 미개 상태에 기초를 두고 있다. 일본 군대 내의 주기적 폭발은 나라의 사회적 모순의 견딜 수 없는 긴장의 반영일 뿐이다. 체제 전체는 오직 군사적 도발의 동역학을 통해서만 스스로를 유지한다.... 그러나 일본의 침략은 전통주의와 맞물려 있다. 일본 제국주의자들은 가장 현대적인 유형의 거대 함대를 만들어내면서도 그들의 활동을 고대로부터 내려오는 민족적 전통에 근거를 두길 좋아한다. 성직자들이 자신의 발언과 바람을 신의 입을 빌려 공표하는 것처럼 일본 제국주의자들은 그들의 매우 현대적인 계획과 조합을 현 천황의 위대한 선조들의 유지로 꾸며낸다. 이와 마찬가지로 다나카는 있지도 않는 천황의 유언을 빌어 지배 도당의 제국주의적 열망을 덮어 감추었다.”

 

레닌은 1915년에 이탈리아 제국주의에 관해 논설 한편 전체를 할애했다. 레닌은 이탈리아 제국주의의 후진적 성격을 완전히 인식하고 있었지만 (이탈리아의 자본수출은 거의 없었고 이탈리아로 들어오는 이주자는 아예 없었다. 오히려 자본수입이 더 많았고 타국으로 빠져나가는 이민자들이 많았다), 그럼에도 이탈리아 국가의 제국주의적 성격을 강조했다.

 

이탈리아 제국주의는 나라의 빈곤과 이탈리아 이민자들의 극단적인 궁핍으로 인해 빈민 제국주의 (l’imperialismo della povera gente)’라고 불려왔다.”

 

그리하여 레닌은 이탈리아의 사회주의자들실제로는 이탈리아 부르주아지의 제국주의적 이익을 위해 수행되고 있는 전쟁에 반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PO/CRFI 동지들은 이 모든 것을 어떻게 설명하는가? 레닌과 트로츠키가 자본수출과 금융자본 면에서 강력했던 열강들뿐만 아니라 그렇지 못한 보다 뒤떨어진 (낙후한, ‘후진적’) 국가들도 제국주의로 본 것은 명백한 사실이므로 PO/CRFI 동지들은 그것을 설명할 수 없다. PO/CRFI와는 대조적으로 볼셰비키는 이 문제를 변증법적 방식으로 접근하여, 그러한 강대국들과 피억압 민족의 관계를 성격규정 하는 정치적·경제적·군사적 요인들의 총체를 고려에 넣었다.

요약하면, 우리는 PO/CRFI가 러시아 제국주의에 관한 레닌과 트로츠키의 견해를 그 대립물로 바꿔버리고 그들의 변증법적 방법을 완전히 왜곡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PO/CRFI가 오늘날의 러시아·중국의 제국주의적 성격을 마찬가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

 

3. 러시아·중국의 자본수출: 신화와 현실

PO/CRFI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국제성명의 한 장의 제목으로 달고 있다. “러시아·중국 경제의 성격을 규정하는 것은 무엇인가? 상품수출인가, 자본수출인가?그리고 이렇게 답한다. “제국주의는 상품수출보다는 자본수출이 규정적 요인이 되는 자본주의의 단계다.이어서 보겠지만, 이것이 PO/CRFI 주장의 핵심 논리인데, 여기서 이 동지들은 세계 제국주의 체제의 특징을 개별 나라를 성격규정 하는 희화적 기준으로 왜곡시키고 있다. 계속해서 인용해 보자.

 

“21세기 들어 자본수출은 기술적으로나 과학기술적으로나 더 쉬어졌다. 제국주의의 신자유주의적 공격은 자본 유통 앞에 있던 장벽을 시간이 지나면서 상당히 허물었다. 이러한 상황 하에서의 자본수출은 한 줌의 제국주의 열강에 국한되지 않고 보다 널리 퍼졌다. 더욱이 심화되고 있는 제국주의 세계통합은 제국주의 경제들 간의 자본수출 증가를 가져왔고, 이제 미국과 영국은 주요 제국주의 열강으로서 자본수출에서의 선도국일 뿐만 아니라 높은 수준의 외국인직접투자를 받고 있다. 미국·영국의 자본수출액이 자본수입액과 거의 같은 수준이라는 점이 이들 나라 금융자본의 제국주의적 성격을 바꾸지 않는다. 반대로 그들은 점점 더 통합되어 가는 세계 자본주의 체제의 중심에 있다.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 같은 제국주의 나라들과 전체로서의 유럽연합, 그리고 일본은 해외직접투자 잔액 면에서 순 자본수출국들이다. 반면 러시아와 중국은 해외직접투자 잔액 면에서 순 자본수입국들이다. 중국 내 외국인직접투자 잔액이 중국 GDP24%에 해당하는 데 반해 중국의 자본수출은 중국 GDP의 단지 12%에 달할 뿐이다. 러시아의 경우 이 점유율은 각각 30%26%. 러시아가 구 소연방 공화국들에 자본을 수출하는 나라 가운데 압도적인 1위국이라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이것은 러시아도 순 자본수입국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중국과 러시아 양국 모두를 면밀히 조사해보면, 양국 경제의 성격은 자본수출이 아니라 상품수출에 의해 규정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러시아의 상황은 아주 명백하다. 러시아 예산 수입의 40%는 석유와 가스, 그리고 그 파생상품들에서 나온다. 러시아의 경제적 성과는 유가 변동에 크게 좌우되고 있다. 글로벌 규모에서는, 그러나 총 수출 소득이 3530억 달러인 러시아는 수출국들 가운데 최하위권으로 아랍에미리트와 경쟁하는 수준이다. 이런 이유로 우리는 그 지위가 분명한 러시아의 상황을 더는 논의하지 않을 것인데, 그에 반해 중국의 상황은 보다 논란이 있어 보여 상세히 평가할 필요가 있다.

상품수출로 23천억 달러의 소득으로 중국은 상품수출국 중 1위다. 홍콩의 수출액 55000만 달러를 이 수치에 보태면 중국의 수출 소득은 미국 (15000억 달러)이나 독일 (14000억 달러)의 두 배에 달한다. 중국의 자본수출은 중국의 거대한 상품수출 경제구조를 보완하는 것이라는 게 핵심이다. 달리 말하면, 중국 경제는 상품과 자본 둘 다 수출하지만, 그러나 중국의 경우에 규정적인 것은 상품수출이다. 제국주의의 고유한 특징인 자본수출이 아니다.”

 

비교 대상국으로서 미국, 독일, 프랑스, 일본과는 달리, 러시아도 (석유 및 가스 독점체와 국영은행이 있고, 또한 노동자국가를 약탈한 덕에 더욱 더 몸집이 커져가는 올리가르히들도 있는 러시아도), 중국도 (거대한 그러나 아직 미성숙한 금융자본이 있는 중국도) 제국주의 열강이 될 기초를 형성할 수 없다. 그러나 이 같은 결론이 앞으로도 상황은 영원히 같을 것이라는 뜻은 아니다. 러시아의 금융자본은 제국주의적 성격을 가지는 것과는 거리가 멀지만, 중국 금융자본의 발전은 면밀한 조사를 요한다. 그럼에도 중국이 상품수출이 아니라 자본수출이 지배적으로 되는 새로운 수준으로까지 그 경제를 끌어올리지 못하는 한 우리는 제국주의를 말할 수 없다.”

 

문단 하나하나가 맑스주의적 방법에서든, 단순 논리에서든 모순되지 않는 것이 없다. 가장 기본적인 수치에서도 그러하다. 주요 오류들을 하나씩 다루어보자. 이미 말했듯이, PO/CRFI의 방법은 불균등·결합 발전 법칙으로 특징지어지는 변증법이 철저히 결여되어 있다. 이 동지들은 일반적 진실 제국주의 시대에는 자본수출이 상품수출보다 더 중요해진다는 로부터, 해당 국가의 자본수출이 상품수출보다 실질적으로 더 큰 경우에만 제국주의로서 자격을 얻을 수 있다는 그릇된 결론을 끌어낸다. 그러나 이것은 결코 레닌과 트로츠키의 방법이 아니다.

상품수출 대비 자본수출의 우위는 오래된 선진 제국주의 열강의 경우에는 종종 사실이지만, 후진 열강이나 신참자에게는 꼭 그렇지는 않다. 예를 들어, 무시할 수 없는 반()봉건적 특질이 남아 있을 만큼 후진적인 대국인 일본은 1914년에 전 세계의 해외직접투자 잔고 중 0.1%의 점유율밖에 가지지 못했다. 그럼에도 레닌과 트로츠키는 당시에 일본을 제국주의 국가로 간주했다.

마찬가지로 강대국 일반 간에, 심지어는 서방 제국주의 국가들 간에도 불균등 발전이 항상 존재했다. 영국은 1914년까지 지배적인 자본수출국으로서 전 세계 외국인직접투자 총액의 41%를 점유했다! 독일 역시 확실히 당시에 제국주의 열강이었지만, 자본수출이 상품무역보다 더 큰 비중을 점하지 않았다. 미국의 경우에도 상품 생산 및 무역이 자본수출보다 비중이 상당히 더 컸다.

어느 정도는, 20세기 초의 미국은 지난 2000-2010년간의 중국과 비슷한 지위에 있었다. 미국은 신참자였고, 그 자본수출은 기존 제국주의 열강에 뒤쳐져 있었다. 1914년까지 미 제국주의는 해외투자액에 비해 외국으로부터 유입된 투자액이 두 배 이상이었다. PO/CRFI의 논리대로라면, 1914년의 미국은 제국주의 열강으로서의 자격증을 얻을 수 없다.

실제로는 영국뿐만 아니라 미국도 제국주의 강대국이었다. 이것은 제국주의 열강 간의 불균등 발전에 대한 예다. 그러나 불임적이고 일면적인 PO/CRFI의 방법을 채택했다면, 레닌이라도 미국을 제국주의로 성격규정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우리는 PO/CRFI가 그 같은 입장을 가지고 있다고 가정하진 않지만, 이것은 그들이 레닌의 제국주의 이론을 왜곡되게 해석한 것에 따르는 불가피한 결과다.

더욱이 PO/CRFI의 접근방식은 다음과 같은 근본적인 점을 무시한다. 즉 세계의 상품무역에서 한 나라가 유의미한 비중을 점하고 있다는 것은 그 나라가 자본주의적 가치 생산의 중요한 본거지라는 사실을 반영하는 것일 수 있다는 점 말이다. 그리고 가치 생산의 중요 본거지라는 사실은 통상적으로 자본주의 경제 강국을 가리키는 지표가 아닌가.

한 걸음 더 나아가보자. 여러 경우에서 PO/CRFI는 부정확한 수치를 사용한다. 예를 들어 중국의 자본수출은 자본수입보다 그 비중이 상당히 작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중국 자본주의 부활 초기에는 이것이 사실이었지만, 그 이후에는 더 이상 사실이 아니다. 이 분야에서 가장 권위 있는 수치 자료인 UNCTAD 세계 투자 연례 보고서의 수치는 자본수출 면에서 중국의 급속한 따라잡기 과정을 아주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25에서 우리는 중국의 해외투자가 지난 2000년대에 크게 증가해서 현재 중국의 유출 FDI 잔고가 이미 유입 FDI 잔고와 같은 액수임을 볼 수 있다.

독일은 PO/CRFI 논거 한 나라의 자본수출이 상품수출보다 비중이 더 크지 않으면 그 나라는 제국주의일 수 없다는 의 터무니없음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예다. 우리가 위에서 보았듯이, 세계 상품수출에서 독일의 점유율은 8.4%(2017)인데 반해 세계 FDI 유출 및 그 잔액에서 독일의 점유율은 그 보다 상당히 작다 (같은 2017년에 각각 5.6%5.2%). 비변증법적인 PO/CRFI 방법을 따를 경우 우리는 독일을 제국주의 강대국으로 성격규정 할 수 없다.

가장 오래된 제국주의 강대국들조차도 PO/CRFI의 기준과는 배치된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제국주의 강대국 영국은 중국과 같은 규모의 FDI 잔액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또한 수출하는 것보다 약간 더 많은 자본을 수입한다! 최신 UNCTAD 수치에 의하면, 영국의 유입 FDI 잔액은 156386700만 달러이고, 유출 FDI 잔액은 153168300만 달러다. 미국도 유입과 유출 간의 이 같은 비중 관계가 존재한다. 유입 FDI 잔액은 780703200만 달러, 유출 잔액은 779904500만 달러다. 이렇게 PO/CRFI 이론 전체는 터무니없는 주장과 맑스주의 이론의 왜곡, 그리고 거짓 수치에 기초해 있다!

 

 25. 중국의 FDI (단위: 백만 달러), 2000-2017

FDI 유입 잔액

 

FDI 유출 잔액

2000 2010 2017

   2000

2010 2017

193,348 587,817

1,490,933

 27,768

317,211 1,482,020

 


  4. 중국 대외투자의 성격에 대하여

 

PO/CRFI는 그 실패한 이론을 살리려고 또 다른 시도를 하고 있다.

 

중국 직접 자본수출의 40%가 광업, 석유, 에너지 부문에 집중되어 있는 반면, 제조업 비중은 4%에 불과하다. 중국은 원자재와 에너지의 주요 고객 중 하나이며, 이러한 수요는 중국 국경 내의 수출 지향적인 생산으로부터, 즉 상품수출을 추동하는 자극으로부터 나온다. 중국의 해외직접투자에서의 결정적인 변수는 중국 자본이 수입되는 나라의 국민소득이다. 중국의 해외투자가 겨냥하고 있는 것은 값싼 노동이 아니라 대규모 시장이다. 대규모 시장은 중국산 제품에 대한 더 많은 수요를 의미하며, 이 점은 중국의 자본수출이 상품수출의 연장이라는 것, 그리고 중국 경제의 이러한 특징이 제국주의의 징표로 규정될 수 없다는 것을 증명해준다.”

 

여기서도 다시 혼란이 줄을 잇는다. 중국의 자본수출이 광업, 석유, 에너지 부문 중심이라며, 이는 중국이 제국주의가 아님을 가리키는 징표라고 한다. (나아가 위 인용구에서는 러시아에 관해서도 비슷한 진술을 하고 있다). 이러한 논리가 가능한 것인가? PO/CRFI가 석유와 가스, 그리고 전체 에너지 부문이 자본주의 세계경제의 중요한 부분이라는 것을 모르고 있다는 것이 가능한 일일까?

이것은 반식민지 나라뿐만 아니라 제국주의 나라에도 해당되는 사실이다. 최근에 발표된 한 연구에 따르면, 에너지는 (따라서 어떠한 에너지 가격 변동도) 프랑스에서 총 생산비용의 60% 이상에 영향을 미친다. <2018년 포춘 글로벌 500> 순위에 있는 상위 10대 기업 중 6개 기업이 에너지 부문 기업이다. (그리고 다른 2개 기업은 에너지 가격에 강한 영향을 받는 자동차 부문 기업이다). 세계 자본주의의 역사 전체가 보여주는 특징은 에너지 부문이 중요한 역할을 점해 왔다는 사실이다. (미국 역사에서 석유 남작들 (oil barons)의 역할을 상기해보면 될 것이다)!

PO/CRFI는 러시아의 예산이 세계시장에서의 석유·가스 가격 변동에 영향 받는다고 말한다. 사실이다. 그러나 러시아뿐만 아니라 세계경제 전체가 석유·가스 가격 변동에 영향 받는다. 이 부문이 세계경제에서 점하는 중심적 역할 때문이다. 지난 수십 년간 유가 인상으로 촉발된 (또는 적어도 가속화된) 세계적인 불황들이 있었다.

더욱이 PO/CRFI 동지들은 레닌 자신이 트러스트와 금융자본에 의한 원료자원 장악을 제국주의의 5대 기본 표식 중 하나로 지목한 것을 잊었는가?! 우리가 위에서도 인용했듯이, 레닌은 제국주의에 관한 그의 주요 논문에서 다음과 같이 썼다. “가능한 한 정확하고 완전한 제국주의 정의(定意)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제국주의란 자본주의의 특수한 역사적 단계다. 그 특수성은 세 가지다. 제국주의는 (1) 독점 자본주의, (2) 기생적인, 또는 부패해가는 자본주의, (3) 사멸해가는 자본주의다. 독점이 자유경쟁을 대체했다는 것이 제국주의의 근본적인 경제적 특징이고 그 본질이다. 독점은 주되게 다섯 가지 형태를 취하며 나타난다. ... (3) 트러스트와 금융과두제 (금융자본은 은행자본과 융합한 독점적 산업자본이다)원료자원을 장악하고 있다...

간단히 말해 우리는 왜 PO/CRFI가 에너지 부문에서 중국의 자본수출 강세를 중국의 제국주의적 성격을 반박하는 징표로 해석하는지 이해할 길이 없다.

더 나아가 보자. PO/CRFI중국의 해외투자가 겨냥하고 있는 것은 값싼 노동이 아니라 대규모 시장이다라고 주장한다. 정말?! 우리는 지난 연구들에서 중국이 많은 반식민지 나라들에 대한 주요 투자국이 되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2010년에 중국은 라틴아메리카에서 미국, 네덜란드 다음으로 3대 투자국이 되었다. 맥킨지연구소의 한 연구에 따르면, 중국 기업들은 이미 아프리카에서 지배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1만 개의 중국 기업들 (90%가 사유기업이다)이 아프리카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들이 아프리카 대륙 전체 산업생산의 약 12%, 그리고 아프리카의 국제 수주 건설시장의 약 절반을 장악하고 있다. 아프리카에서 중국은 또한 그린필드 투자” (, 모회사가 모국 이외의 지역에 공장 신설 등을 통해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는 경우)의 선두주자다. 2015-16년에 384억 달러를 투자했다 (아프리카 그린필드 투자 총액의 24%). 나아가 중국은 많은 아시아 나라들에서 선도적인 외국인투자자다.

확실히 중국 기업들이 대규모 시장접근에 관심이 있음을 우리는 부정하지 않는다. 우리가 볼 때 이것은 자본가들에게 꽤나 공통된 욕구다. PO/CRFI 지도자들이 중국은 여전히 자본주의가 아니라고 우리를 설득하고 싶어 한다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한 대규모 시장접근에 관심이 있는 서방 제국주의 기업들도 많다.

실제로 원료자원, 시장 등에 대한 쟁탈전은 언제나 제국주의적 독점의 특징이었다. 레닌은 이미 <<제국주의론>>에서 다음과 같이 썼다.

 우리는 그 경제적 본질에서 제국주의는 독점 자본주의라는 것을 살펴보았다.... 우리는 지금 검토하고 있는 시대를 특징짓는 독점의 네 가지 주요 유형, 또는 독점자본주의의 주요 양태들을 특별히 주목해야 한다... 넷째, 독점은 식민정책으로부터 성장했다. 금융자본은 식민정책의 많은 오래된동기들에다 새로운 동기들을 추가했다. 원료자원을 위한 투쟁, 자본수출을 위한 투쟁, 세력권을 위한 투쟁 (즉 이윤 나는 거래와 이권과 독점 이윤 확보를 가능케 해줄 세력권을 위한 투쟁, 경제적 영토 일반을 위한 투쟁)이 그것이다.”

어쨌든, PO/CRFI는 중국 자본가들이 이 나라들에서 값싼 노동인력을 착취하고 있지 않다는 주장을 정말 하고 싶은 것인가?! 그 모든 기업들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일부 중국 기업들이 자국의 노동인력을 현지에 데리고 오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것은 중국의 해외투자 기업 다수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이야기다!

PO/CRFI는 또한 이른바 라운드 트립즉 중국 본토에서 홍콩으로 돈을 송금한 다음 다시 중국 본토로 돌려보내 외국인투자로 분류될 수 있도록 하는 것 (조세 특권을 누리기 위한 등등) 을 중요한 사례로 꺼내들어 중국 자본수출의 역할을 상대화하려고 한다.

 

또한 중국 자본수출에 관한 데이터와 관련하여 중대한 오해의 소지가 있다. 이전 영국 식민지인 홍콩이 1997년에 중국에 반환되었을 때 중국과 영국은 일국양제 (一國兩制)’라는 협정을 맺었는데, 즉 홍콩의 자유시장 및 자유주의 구조는 면책특권을 얻는다는 협정이었다. 이 때문에 중국이 홍콩에 투자하는 것은 중국 자본수출의 일부로 계산된다. 이와 함께, 홍콩이 중국에 투자하는 것은 외국인 자본의 지위를 가진다. 중국은 외국인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많은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이 때문에 홍콩에서 사업을 시작한 중국 자본이 중국으로 되돌아가서 ("라운드 트립핑") 외국인 자본에게 제공되는 인센티브를 누린다. 중국 자본수출에서 홍콩의 점유율은 70%에 이르며, 라운드 트립핑의 결과로 중국에 재투자되는 자본은 중국 자본수출의 40%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우리는 이미 이 현상을 우리의 책자와 논설 등에서 다룬 바 있다. (또 러시아에서의 비슷한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한 바 있다). 여기서도 또 PO/CRFI는 문제를 깊이 생각해보지 않고 있다. 첫째, 중국의 자본수출에 대한 과대평가된” (실제로는 홍콩을 거쳐 중국에 재투자되고 있으므로) 수치로 인해 나타난 결과 중 하나는, 과대평가된 것이 자본수출 수치만이 아니라, 그로 인해 중국의 자본수입 수치도 과대평가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중국에서 외국인 제국주의 자본의 비중이 각종 수정주의자들 (PO/CRFI의 수정주의자들을 포함하여)이 종종 주장하는 것처럼 크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와는 별도로, 보다 근본적인 문제가 관련되어 있다. 조세도피처에 돈을 보내고 이를 '외국인 자본'으로 재투자하는 것은 중국 (및 러시아)의 특성이라는 보통 서방 언론들이 주장하는 널리 퍼진 신화가 그것이다.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그것은 거의 모든 자본주의 나라들 서방 제국주의 나라들을 포함하여 에서의 표준적인 관행이다.

우리가 이전 연구들에서 지적했듯이, 역외 송금도 서방 제국주의자들의 표면상의 FDI에서 상당 부분을 점한다. 한 연구에 따르면, “전 세계 FDI 잔액의 최소한 30%가 조세피난처를 통해 중개되고 있다. 토마 피케티(<<21세기 자본론>>)의 제자 가브리엘 주크만은 한 연구에서 2008년 현재 약 59천억 달러의 금융 자산 (예술 작품과 부동산 제외)이 글로벌 부자들에 의해 조세피난처에 보관되어 있다고 계산했다. 조세정의네트워크는 2010년 현재 이 수치를 21조 달러에서 32조 달러로 더 높게 잡고 있다. 그림 29에서 우리는 미국 기업들이 공식적으로 역외 금융센터에 대한 직접투자로부터 얻는 이윤 규모가 엄청나게 증가하는 것을 본다. 따라서 우리는 다시, 중국이 제국주의 열강임을 부정하는 PO/CRFI의 논거가 모래 위에 지은 성임을 본다.

 

그림 29. 미국의 해외직접투자 수익, (선별된 나라들), 20001분기부터 20181분기까지 (단위: 10억 달러)


 

 5. 중국·러시아의 국유기업: 자본주의적 기업이 아니다?

 

PO/CRFI의 다음 논거를 살펴보자. PO/CRFI제국주의 시대를 특징짓는 금융자본이 러시아와 중국에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그들은 중국·러시아가 제국주의 국가임을 부정하는 또 다른 상대화 시도를 한다. “그러나 그 회사들 거의 모두가 국유기업이거나 아니면 국가가 주요 주주인 합자회사다.”

 

“3개의 석유 및 천연가스 거대 기업, 가스프롬과 루코일과 로스네프트, 그리고 2개의 공매된 국영은행 스베르방크와 VTB투자은행은 세계 500대 기업 순위에 드는 러시아 회사들이다. 반면 중국의 경우 주요 순위국 중 하나로서 500대 기업 순위에 약 20개 회사가 포함되어 있다. 따라서 우리가 중국과 러시아 두 나라 모두에서 증대하는 주식시장 활동을, 그 중요성이 증대하고 있는 은행자본에 추가한다면, 제국주의 시대를 특징짓는 금융자본이 러시아와 중국에 존재한다고 우리는 쉽게 말할 수 있다. 그러나 그 회사들 거의 모두가 국유기업이거나 아니면 국가가 주요 주주인 합자회사다. 순위에 오른 유일한 사유 [‘민간’] 중국 기업은 홍콩에 본사를 둔 노블 그룹인데, 이 회사는 사실은 리처드 엘먼이라는 거대 석탄 무역업자가 설립한 영국 기업이다. 세계 상위 500대 기업에 그 기업들이 포함된 이유는 중국과 러시아가 발달한 자본주의라서가 아니라, 러시아가 천연자원에서 선도적 지위에 있고 중국이 세계 최대 인구를 가진 덕에 거대 시장을 이루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불행하게도, PO/CRFI 동지들이 이 진술에 담긴 아이러니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짚고 넘어가자. PO/CRFI는 금융자본의 존재를 인정함에도 불구하고, 이 나라들은 여전히 자본주의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의도하지 않은 자조(自嘲)는 확실히 동지들의 가장 큰 불행은 아니다! 사실, PO/CRFI의 주장은 레닌의 국가독점자본주의테제를 알지 못한다는 것을 드러내준다. 레닌은 그의 제국주의 이론에서, 쇠퇴기에 있는 선진 자본주의는 점점 더 국가의 중심적 역할을 특징으로 한다고 밝혔다. 이것은 국유 (또는 부분 국유) 기업, 경제에 대한 간접적 국가 개입 등으로 결과한다.

 

국가 문제는 지금 이론과 실제 정치 둘 다에서 특별한 중요성을 얻고 있다. 제국주의 전쟁은 독점자본주의의 국가독점자본주의로의 전화 과정을 엄청나게 가속화하고 심화시켰다.”

러시아에서도 자본주의가 독점 자본주의가 되었다는 것은 프로두골 [석탄신디케이트], 프로다메트 [야금 신디케이트], 설탕 신디케이트 등의 사례로 충분히 증명되고 있다. 이 설탕 신디케이트는 독점자본주의가 국가독점자본주의로 발전하는 방식을 보여주는 실물적인 본보기다. 그렇다면 국가란 무엇인가? 그것은 지배계급의 조직이다...”

 

국유기업은 이윤을 낼 수 없다고 하는 것은 널리 퍼진 신자유주의 신화다. 우리의 이전 책자, 논설 등에서 보여주었듯이, 중국의 국유기업은 대대적인 구조조정과 대량해고, 사회복지 폐지를 거쳤고, 그 결과로 그들 다수가 이미 꽤 오래전부터 이윤을 내고 있다. 중국 공식 통계에 의하면,

 

“[국유기업들은] 초기 개혁이 성과를 내면서 세계 2대 경제에 확실한 지원을 공급함에 따라, GDP 성장 둔화에도 불구하고 2018년에 최고의 수익성 실적을 공시했다. 2018, 100개의 중앙 관리 SOE(국유기업)의 총 수입은 291천억 위안(429백억 달러)으로 전년 대비 10.1% 증가했다... 펑화강 SASAC(국유자산 관리감독위원회) 대변인에 따르면, 이윤 증가율은 16.7%17000억 위안에 달해 이 수치가 처음 집계된 이래 최고의 성과를 냈다.”

 

그리고 서방의 자본가들 자신들도 이것을 속으로 인정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들이 수많은 국유기업 또는 준 국유기업을 연례 글로벌 포춘 500대 순위에 포함시킬 때는 말이다. 우리가 앞에서 독자들에게 인용한 UNCTAD 연구 보고에 의하면, 세계 2000대 초국적 기업 가운데 중국 기업들 (많은 국유기업들을 포함한)이 이들 상위 독점체의 이윤 총액 중 17%를 차지한다. 따라서 명백하게도 중국 국유기업들은 꽤 이윤을 내는 운영을 한다!

 

 6. 이주·이민의 역할

 이제 러시아·중국이 제국주의 열강이 아니라는 PO/CRFI의 마지막 논거를 살펴보자. PO/CRFI는 중국으로의 이주·이민이 없기 때문에 중국은 제국주의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제국주의라면 그러한 이주노동자가 있어서 값싼 노동으로서 초과착취 당해야 할 텐데 그런 조건이 없지 않느냐는 것이다.

 

더욱이 중국이 그 국경을 넘어 값싼 노동을 찾기보다는 계속해서 세계 최하위권의 임금을 제공하면서 자본이 유입되고 자국 주민이 국외로 빠져나가는 나라로 남아 있는 한 제국주의 나라들의 리그로 상승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는 레닌도 제국주의의 표식에 이주·이민 현상을 추가했다는 것을 언급하지 않으면 안 된다. "내가 기술하고 있는 사실들과 연결된 제국주의의 종별적 특징 중 하나는 제국주의 나라들에서 빠져나가는 이민의 감소와, 보다 낙후한 저임금 나라들로부터 이들 제국주의 나라들로 들어오는 이민의 증가다." 오늘날의 세계에서 미국 이주노동자나 독일 이주노동자, 덴마크 이주노동자, 네덜란드 이주노동자, 캐나다 이주노동자, 영국 이주노동자, 프랑스 이주노동자 등과 같은 것이 없는 이유는 이들 나라가 제국주의 열강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역의 관계도 진실이다.”

 

첫 문장은 우리가 보여주었듯이 얼토당토않은 넌센스에 불과하다. 자본이 중국으로 유입되는 것은 (또한 많은 북미 및 유럽 나라들로도 자본이 유입되고 있는 것처럼) 사실이다. 그러나 또한 많은 자본이 중국으로부터 유출되기도 한다. 중국 기업들의 해외투자로 말이다. 이것이 바로 중국 기업들이 아프리카, 아시아, 라틴아메리카에서 주요 외국인투자자의 반열에 드는 이유다. PO/CRFI 신화와는 반대로 이들 중국 기업은 현지의 값싼 노동인력을 착취하고 있다. PO/CRFI는 중국에서 다른 나라로 빠져나가는 중국인 이민자들이 꽤 많은 것처럼 이야기한다. 이것은 원문 (아마도 터키어로 씌어진) 번역상의 오류일 수 있다. 만약 번역 실수가 아니라면, 그 얘기는 넌센스에 불과하다. 중국에서 빠져나가는 이민은 별로 없다.

유일하게 사실인 것은 중국으로 들어오는 이민이 정말이지 거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문제를 다루기 전에 우리는 PO/CRFI가 러시아의 사례를 슬그머니 그냥 넘어가버렸다는 사실에 독자들을 주목시키고자 한다. PO/CRFI가 러시아의 제국주의적 성격도 부정하고 있기 때문에 이는 십중팔구 사실일 것이다. 우리가 이전 연구에서 보여주었듯이, 러시아 제국주의는 이주자에 대한 초과착취로부터 엄청난 수익을 얻는다. 공식 통계에 의하면, 1160만 명의 합법적 이주자가 현재 러시아에 거주한다. 추가로 또 다른 500만에서 800만 명의 이주자가 러시아에서 일하기 위해 불법으로 입국해 있다. 러시아 인구 중 이주자 비율을 집계한 공식 수치는 8.1%로 유럽 나라들의 수준에 가깝다. 그러나 이것은 저평가된 것으로 보인다. 이들 공식 집계된 이주자 대부분은 중앙아시아와 카프카스에서 온 사람들이다. 이 수치는 러시아 내 피억압 민족들 출신의 이주자들을 포함하고 있지 않다.

일반적으로 PO/CRFI가 이주·이민이 제국주의 나라들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말하는 것은 옳다. 실제로 이것은 특히 현 시기 그 역사적인 쇠퇴기에 있는 제국주의의 중심 특징이다. 그러나 예외가 있으며, 제국주의 나라들 모두가 상당 규모의 이주·이민을 경험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일본의 경우가 여기에 해당된다. 세계 최강 제국주의 열강 중 하나인 일본은 인구에서 이주자 비율이 예외적으로 아주 작다 (2007년에 1.7%).

중국의 경우, 우리가 이전 연구에서 지적했듯이 그 고유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스탈린주의 자본가 지배계급이 중국 인구 규모 자체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중국의 14억 인구는 총 세계 인구의 18.5%에 해당된다!) 나아가 중국 지배계급은 1958년에 스탈린주의 집권 관료층이 만들어놓은 호구제’(戶口制)라는 이름의 오랜 가구등록 제도를 활용하고 있다. 이 호구제에 따르면, “거주민은 당국의 허가 없이 자신의 가구가 등록된 행정 구역 밖에서 일하거나 살 수 없다. 거주민이 자신의 등록 거주지를 떠나는 순간, 자신의 권리와 혜택도 모두 두고 가는 것으로 된다. 감시 목적상, 이동 중인 임시 거주자를 포함하여 누구나 거주지 및 임시 거주지의 관할 경찰에 등록하도록 하였다. 1970년대까지 이 제도가 너무 경직되어 '농민들은 도시에 들어온 것만으로 체포될 수 있다.'”

농촌의 빈곤과 도시에서의 일자리 기회를 감안할 때 수천만 명의 농민 그 대부분이 젊은 농민들인 이 일자리를 찾기 위해 도시로 이주했다. 도시로 이주한 이들 전()농민 또는 농민 청년들은 중국에서 이주민으로 불린다. 이 카테고리는 보통 다른 나라로 이주하는 사람들에게 사용되기 때문에 현실을 호도한다. 실제로는 그들은 농촌에서 도시로 떠나온 이주노동자다. 그러나 이들이 이주민으로 불리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닌데, 왜냐하면 이들과 국제적으로 이주민으로 불리는 사람들 간에는 중요한 유사성이 있기 때문이다. 보통 이주민은 이주한 지역에서 흔히 불법으로, 사회적 안전망 없이 무권리 상태로 살게 된다. 이들 전()농촌인민은 이주한 도시에서 불법적 지위에 있는 경우가 흔하며, 호구제로 인해 주거, 고용, 교육, 의료 서비스, 사회보장 등에 대한 접근권이 일절 없다.

매우 열악한 처지에서 살고 있는 이들 이주민들은 곧 초과착취를 통한 자본주의 원시축적 과정의 주요 원동력이 되었다. 중국의 이주노동자 수는 약 3000만 명(1989)에서 6200만 명(1993), 13180만 명(2006)으로 증가했고, 2010년 말에는 약 24200만 명으로 늘어났다. 수도 베이징에서 전체 인구의 약 40%가 이주노동자고, 선전(深圳)에서는 총 1,400만 명 인구 중 1,200만 명 가까이가 이주자다. 이들 이주노동자는 보통 중노동 저임금 일자리로 내몰린다. <중국 노동회보>에 따르면, 2008년에 이주자들이 전체 산업노동자의 58%, 서비스 부문에서 52%를 차지했다. 제조업과 건설업의 이주노동자 비율은 각각 68%80%에 달했다.

또 다른 연구에 따르면, 전체 비농업 노동자들 중 약 2/3가 농촌에서 도시로 온 이주노동자다. 건설 부문 90%, 광업 및 채굴 부문 80%, 섬유 부문 60%, 도시 서비스 업종 50% 등 여러 주요 부문에서 이들 이주노동자가 최대 노동인력 집단이 되었다.

요컨대, 중국 제국주의는 특별히 이주민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광대한 값싼 노동인력 자원을 초과착취 하는 위치에 이미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내부 이주민을 초과착취 하는 제도는 중국 자본주의의 굴기를 가져온 급속한 자본축적 과정의 원천 중 하나다. 따라서 PO/CRFI 동지들이 중국에는 이주·이민이 없다며 이는 중국이 제국주의 아님을 반증하는 증거라고 결론내린 것은 완전히 틀렸다.

PO/CRFI의 분석은 중국·러시아에서의 자본주의의 본질을 파악하는 데 실패하고 있고, 그로 인해 신흥 제국주의 열강으로서의 그 성격을 이해하는 데도 실패하고 있다. 그리고 바로 이 때문에 PO/CRFI가 현 시기 강대국 패권쟁투의 본질을 이해하는 데서도 실패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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